영업장 50%, 작년에 신설
‘주5일제’ 따라 매년 20%씩 증가
한 달 전 예약해도 자리 없어
(전문게재)
▲ 최근 인기가 급상승 중인 펜션 시장에도 단지화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은 강원도 평창군에 들어서는 단지형 펜션.
현대인의 가장 큰 적은 스트레스라고 한다. 잠시라도 복잡한 도시생활을 뒤로 하고 공기 좋고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떠나는 것은 어떨까? 사랑하는 가족 혹은 직장동료들과 함께 우거진 산림 속이나 맑은 물가에서 향긋한 통나무 냄새를 맡으며 색다른 전원생활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신종 숙박시설인 ‘펜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풍광 좋은 강원도나 경기도 그리고 해안가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깨끗하고 서양집 같이 생긴 예쁜 외양의 숙박시설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펜션이라 부르는 이들 숙박시설은 보통 10개 미만의 방을 갖춘 소규모 고급 민박 시설로, ‘전원주택형 민박집’이나 ‘고급민박’ 정도로 풀이하면 좋을 듯싶다.
펜션은 개인별장과 같은 아늑함과 가족적인 분위기를 원하는 여행객이 자연을 벗삼아 즐기는 새로운 스타일의 건전한 레저 숙박시설이다. 대개 경관이 수려한 곳에 자리잡고 있고 주인 내외가 직접 운영하며 가족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룻밤에 6만~10만원대
한국펜션협회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영업 중인 펜션은 약 900곳이며, 이 중 절반 가량이 지난해 생겨났을 정도로 최근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앞으로 해마다 20% 이상씩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주5일 근무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면서 대표적 가족형 숙박시설로 떠오를 전망이다.
1일 숙박요금은 보통 커플룸(2인실)을 기준으로 6만원 안팎이며, 조금 비싼 것은 10만원대이다. 주말엔 더 비싸다. 펜션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일반 민박보다 시설이 깨끗한 반면 콘도보다는 저렴하다는 점이다. 또 경치가 좋은 곳에 위치해 있고 소규모여서 자연친화적이라는 점도 매력이다. 가족들과 오토캠핑을 즐긴다는 기분으로 펜션 주변 야외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는 등 캠핑 기분을 내면서도 잠자리는 텐트보다 편하기 때문에 어린 아이나 노인이 있는 가족들에겐 더욱더 인기 만점이다. 최근엔 친목회나 회사 야유회 장소로 활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펜션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요즘은 주말엔 한 달 전에 예약해도 방을 구하기 어려운 곳이 생겨나고 있을 정도다. 전국적으로 펜션 열풍이 부는 가운데 대단위 스키장이나 콘도가 있는 강원도 횡성군·평창군, 여름에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충남 안면도 등지에 펜션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
▲ 야경이 고급호텔 수준인 강릉의 한 펜션.
단순 숙박시설에서 벗어나 각종 테마와 이벤트, 방문객의 건강증진을 위한 배려 등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펜션도 늘고 있다. 가령 숙박시설 외에 부대시설로 카페나 민속식당을 함께 운영하여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카페 운영 경험을 살려 운영자가 음악과 함께 원두커피를 갈아주거나(용평 한니발), 장구와 북, 징, 단소 등을 갖추고 간단한 장단에 맞추어 풍물, 사물놀이 체험을 하게 해주는(가평 레이크빌리지) 등 독특한 테마를 갖춰 인기몰이를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경기도 가평군 금대리 카타마린은 청평호반을 이용해 수상스키나 모터보트 등 수상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선착장을 만들어 일반인과 동호인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별자리 관측, 유기농 체험, 숲 가꾸기나 꽃 가꾸기 등 대도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테마를 갖춘 곳도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애완동물과 함께 오는 사람들을 위해 애완동물의 잠자리 공간까지 제공해서 깊은 인상을 남기는 곳도 있다. 이처럼 고향 시골마을과 같은 편안함을 제공하거나 주인이 잘아는 테마를 갖춘 업체들은 숙박률이 전체 평균치를 상회하고 있다.
펜션열풍 뒤에는 재테크 차원의 관심이 작용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소득 수준의 향상, 자동차 보급의 확대, 도로 교통망 확충, 주5일 근무제 시행 등으로 주거환경이 도시에서 전원으로 급속히 바뀌는 과정에서 ‘전원생활+재테크’라는 신개념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가족단위 휴양시설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데다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예금금리를 뛰어넘는 수익률을 챙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 인터넷업체가 서울·수도권의 1599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52.1%는 주5일 근무제가 완전 실시되면 전원주택 이주를 고려하고 있으며, 30.5%는 수익형 전원주택에 투자를 고려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펜션이 부동산 시장에서 새로운 상품과 수익성 높은 사업 아이템으로 각광받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통계라 할 만하다.
업체가 분양한 뒤 관리해 주기도
펜션은 크게 개별형·단지형·프랜차이즈형 등 3가지 형태로 구분되며 유형에 따라 투자 및 운영 요령에 다소 차이가 있다.
▲ 목공예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운영하는 곳도 늘고 있다.
우선 국내에 가장 많이 보급돼 있는 개별형 펜션은 소유자 본인이 직접 펜션에서 거주하며 부업의 개념으로 임대사업을 하는 방식이다. 가족이 사용하고 남는 여유공간을 외부인에게 숙박료를 받고 빌려주는 형태이다. 개별형은 규모가 너무 크면 별도의 관리인 고용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대개 건평 60평 이하 규모가 가족 단위로 운영하기에 적당하다. 큰돈을 벌 수 있는 형태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펜션 마련 및 운영 비용도 적게 들어 은퇴한 노년층의 노후 대책으로 인기가 높다.
‘나홀로 펜션’인 개별형의 한계를 보완한 단지형 펜션은 최근 새로운 부동산 수익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개별형 펜션은 본인이 직접 거주하면서 운영해야 하는 반면 단지형 펜션은 전문업체가 부지 물색에서부터 시공 및 운영 관리까지 책임진다. 펜션을 운영하는 데 따른 번거로움 대신 일정 수준의 위탁수수료만 내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소유자는 연중 1개월 정도는 별장처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수익을 임대위탁사와 나누기 때문에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점이 단점이다. 현재 분양 중인 단지형 펜션으로는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클럽휴’, 평창군 도암면 용평리조트 인근에 황토벽돌로 지은 ‘황토빌’ 등이 있다. 최근 강원도 봉평에 들어선 왈츠빌리지의 경우엔 전원주택과 펜션을 결합한 형태. 전원주택을 투자자에게 분양하고, 이들이 이용하지 않는 기간에 분양회사에서 숙박사업을 대행하는 것으로 단지형과 비슷한 개념이다.
프랜차이즈형은 대규모 업체가 분양하는 형태보다는 펜션마케팅전문업체가 개별형이나 단지형 펜션을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마케팅을 공동으로 펼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들은 대개 인터넷으로 펜션포털사이트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회원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개별형 펜션, 60평에 3억원 들어
펜션 창업에 드는 예상 비용은 개별형의 경우 연면적 60평(주인 거주공간 20평 포함) 객실 5개 기준으로 토지매입비(500평 기준), 인·허가비, 설계감리비, 토목공사비, 건축공사비, 집기·비품비 합해 총투자비가 3억여원 든다. 이를 가동률에 따른 수익성으로 보면 가동률 40%시 투자액대비 연간 수익률은 14%(월평균 운영수익 358만원), 가동률 60%시 투자액대비 연간 수익률은 21%(월평균 운영수익 547만원)라고 펜션전문업체인 레츠고펜션은 분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총투자액 대비 연간 수익률이 20% 이상일 때에 정상적인 운영에 근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펜션을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한철 장사’로 생각하는 것은 고객이 금방 싫증을 내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틈날 때마다 고객과 어울려 사람의 숨결이 느껴지도록 해야, 여가시간을 활용하면서 일하는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수익성 사업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