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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철산(屯鐵山·823m)은 진양기맥이 뻗어가는 밀치 부근 627.6m봉에서 분기한 정수지맥(淨水支脈)에 솟은 산이다. 정수지맥은 627.6m봉에서 송의산~구의산~정수산~둔철산~마제봉~적벽산을 잇는 약 38km의 산줄기다. 철(鐵)이 많아 둔철산이라 이름 붙였다고는 하지만, 이 산 어디에도 철을 생산했다는 흔적이나 기록은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쇠를 보관했다거나, 아니면 풍수학적으로 쇠와 관련된 기운에서 유래되었다는 게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지역 주민들은 둔철산이 아니라 본디 대성산(大聖山)이라 불렀다고 한다. 각종 산행개념도나 등산안내도에는 정취암 뒤 593m봉을 대성산으로 표기해 둔철산과 분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두 산을 통틀어 대성산으로 부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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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팽이 돌무덤’이라 일컫는 와석총(蝸石塚)은 너덜겅으로 그 위는 서래봉(760m)이다.
- 어쨌든 산청(山淸)은 이름 그대로 맑고 푸른 심산유곡을 품고 있는 고장답게 주변을 온통 산이 둘러싸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굳이 지리산의 천왕봉이 아니더라도 웅석봉, 구곡산, 왕산, 필봉산, 정수산 등 꽤 알려진 산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산이 둔철산이다. 경호강을 사이에 두고 서쪽의 웅석봉(1,099m)과 마주하며 자웅을 겨루는 듯한 모습의 둔철산은 산청읍과 신등면·신안면을 가르는 꼭짓점에 우뚝 솟아 있다.
해가 짧아지는 시기라 등로는 신안면 외송리 심거마을을 들머리로 삼아 내심거마을~밤나무밭~빙석(삼단폭포)~전망바위~769m봉~삼거리봉~둔철산 정상(823m)~헬기장~지형도상 둔철산 정상(811.7m)~척지마을 갈림길~와석총(서래봉)~대성산을 지나 정취암을 둘러보고 사계마을로 내려서는 코스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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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행들머리에는 심거마을 표석과 관음정사, 금정산장 등의 입간판이 있다.
- 심거마을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산행들머리에는 심거마을 표석과 관음정사, 금정산장 등의 입간판이 보인다. 마을로 이어지는 콘크리트도로를 따라 가면 마을 입구에 이색적인 시비(詩碑)가 있다. 뒤이어 내심거마을 입구에는 등산안내판과 승용차 5~6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마을로 들어서면 수령이 제법 돼 보이는 느티나무를 만난다. 등산로는 느티나무를 지나쳐 마을의 주택 사이로 이어진다. 둔철산으로 잇는 이 산길은 깊은골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이다.
마을을 벗어나 다랑이논 사이로 잠시 가면 밤나무밭 정문이다. 출입통제 안내 간판 왼쪽으로 등산로 표시가 돼 있다. 밤나무단지 출입을 통제하는 그물망이 쳐진 길을 따라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작은 갈림길을 지나 계곡 쪽의 왼편 길 대신 오른편으로 살짝 돌아가는 길을 따른다. 밤나무단지를 지나면 산길은 넓어지고 소나무와 참나무가 울창한 숲이 번갈아 이어진다. 곧이어 첫 번째 이정표를 만나고 직진하면 왼편 계곡에 비스듬히 누운 삼단폭포를 볼 수 있다. 짧은 폭포지만 바위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시원하다 못해 한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대부분의 산행안내도나 개념도에 ‘금정폭포’라 표시돼 있지만 이 폭포는 금정폭포가 아니다. 이곳 주민들은 얼음바위처럼 생겼다고 해서 ‘빙석’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간혹 ‘빙석폭포’라고 부르는 산꾼들도 있다. 금정폭포는 깊은골 상단부에 위치하고 있어 여기서도 한참을 더 올라야 만날 수 있다. 폭포를 뒤로하고 2분 정도 오르면 왼편으로 계곡을 건너게 된다. 계곡을 가로질러 굵은 로프가 설치돼 있다. 계곡물이 불어나면 이 로프를 잡고 건널 수 있도록 등산객의 안전을 위한 배려인 듯하다. 산행들머리인 버스정류장에서 여기까지는 대략 1시간이 소요된다.
-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땀을 식히고 물 한 잔으로 갈증을 달랜 후 일어선다. 이제 계곡을 오른편에 두고 오르다가 10분이 지날 즈음 왼편 산 사면으로 오르는 희미한 샛길로 접어든다. 경사가 가파른 된비알의 등로는 한적해서 좋다. 차츰 하늘이 열리고, 25분이 지날 무렵 산길 오른편의 전망이 좋은 바위에 다다른다. 서쪽의 웅석봉은 산행 내내 볼 수 있었지만, 그 뒤 오른편으로 또렷하게 조망되는 지리산 천왕봉은 구름이 휘감고 있다. 웅석봉에서 왼편으로 이어지는 달뜨기능선 앞으로 석대산과 그 왼편 멀리 진양호 너머로 보이는 사천의 와룡산도 아련하다. 건너편 시루봉에서 뻗어내린 능선과 지나온 깊은골 계곡이 만나는 끝자락의 심거마을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망바위를 벗어나면 경사가 밋밋한 능선 길이다. 곧이어 지적삼각점(경남-325호)을 지나 바위로 이뤄진 769m봉에 오른다. 여기서 왼편 길은 범학리로 내려서는 길. 지척에 보이는 둔철산은 오른편으로 살짝 내려섰다가 기다란 안테나가 서있는 삼거리봉으로 잇는다. 이정표(정상 0.15km, 폭포 1.16km, 주차장 4.66km)가 있는 갈림길에서 왼편으로 5분이면 정상이다. 산정에는 진주교원산악회가 1988년 세워 놓은 정상석과 삼각점(산청 24, 1991 재설)이 있다.
- 사방에 거칠 것 없이 훤히 뚫린 산정에서의 조망은 산꾼들이 느낄 수 있는 최대의 기쁨
과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 산자락을 휘감으며 흐르는 남강(경호강)을 끼고 이어지는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가 내려다보이고, 가깝게는 지리산 천왕봉과 웅석봉, 왕산, 필봉산, 정수산, 황매산, 감암산을 비롯한 산청 일대의 산들이 손에 잡힐 듯하다. 멀리 황석산, 거망산, 기백산, 덕유산, 의상봉, 가야산을 아우르는 함양, 거창, 합천 일대의 산과 의령의 자굴산, 한우산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처럼 내륙에서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산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정말 오랜만에 그동안 쌓였던 마음의 찌꺼기를 후련하게 씻어내는 기분이랄까?
하산은 지형도상의 811.7m봉으로 잇는다. 헬기장을 지나 10분이면 811.7m봉을 만나고 산길은 약간 내리막으로 변한다. 곧 왼편 척지마을과 갈라지는 갈림길 안부. 이정표(정취암 3.94km, 척지마을 2.1km)가 서있는 이곳 주변은 억새가 일렁이며 저물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능선으로 곧장 오르면 암릉을 지나 와석총이 있는 서래봉 갈림길. 일단 서래봉은 올랐다가 되돌아 나와야 한다. 와석총(蝸石塚)은 ‘달팽이 돌무덤’이라 일컫는 너덜겅이다. 그 위의 서래봉(760m)에는 묘지가 자리하지만, 주변 조망이 좋아 남쪽의 산 중 분지에 위치한 둔철마을도 볼 수 있다. 산청군에서 2011년 완공 예정으로 벌이는 둔철마을 주변의 ‘둔철산 생태체험숲’ 조성사업이 한창이다.
와석총으로 내려서면서 바라본 둔철산은 서쪽에서 바라보던 위풍당당한 암봉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밋밋하고 볼품이 없지만 아늑한 동네 뒷산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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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깎아지른 바위 아래는 정취암이 자리하고, 산비탈을 휘감으며 이어지는 새로운 도로는 사계마을에서 외송리로 이어지며 노선버스도 운행된다.
-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 정취암 쪽(갈림길에 푯말 있음)의 능선길로 따른다. 나지막한 봉우리를 넘어 갈림길에서 30분이면 지금은 쓰이지 않는 헬기장이 나온다. 잠시 후 대성산 갈림길인데 사실 대성산은 산길 옆에 위치한다는 게 옳다. 뚜렷하게 어떤 표시도 찾을 수 없고 잔솔만 뒤덮인 산정에는 통신탑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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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둔철산은 산세가 빼어나지는 않지만 이 산의 매력은 역시 산청, 함양, 거창, 합천, 의령 등 서부 경남의 산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대성산에서 나와 길은 왼편으로 꺾어지면서 산불감시초소가 자리한 능선으로 내려선다. 산불감시초소 직전 오른편 산비탈의 짙은 숲속으로 내려가면 노송에 둘러싸인 너럭바위에 이른다. 깎아지른 바위 아래는 정취암이 자리하고 신등면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휴식처다. 건너편 산비탈을 휘감으며 이어지는 새로운 도로는 사계마을에서 둔철산 생태체험숲을 거쳐 둔철마을을 지나 외송리로 잇는 도로라고 한다. 현재 노선버스도 운행되고 있다. 넉넉한 휴식을 취하고 바위 오른편을 에돌아 내려서니 대성산 정취암(淨趣菴)이다. 정취암에서 잘 닦인 도로를 따라 사계마을까지는 4km로 여유 있게 걸어도 30분이면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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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 와석총에서 바라본 둔철산은 서쪽에서 바라보던 위풍당당한 암봉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밋밋하고 볼품이 없다. 오) 금정폭포로 잘못 알려진 빙석폭포는 바위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시원하다 못해 한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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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잡이
○ 심거마을 버스정류장~내심거마을~빙석폭포~전망바위~769m봉~삼리봉~정상~헬기장~척지마을 갈림길~와석총(서래봉)~대성산~정취암~사계마을 <5시간 소요>
○ 심거마을 버스정류장~내심거마을~빙석폭포~전망바위~769m봉~삼거리봉~정상~삼거리봉~시루봉~609m봉~외송리 홍화원 휴게소 <4시간 30분 소요>
○ 외송리 홍화원 휴게소~609m봉~시루봉~삼거리봉~정상~헬기장~척지마을 갈림 길 안부~척지마을 <4시간 30분 소요>
○ 사계마을 버스정류장~정취암~대성산~와석총(서래봉)~척지마을 갈림길~정상~769m봉~범학마을 <5시간 소요>
교통(지역번호 055)
대중교통을 이용한 둔철산의 접근은 진주(시외버스터미널 741-6039)나 산청(시외버스정류장 972-1616), 원지(시외버스정류장 973-0547) 등을 경유하는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진주에서는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원지에서 내려, 산청 가는 군내버스(07:30, 08:30, 09:30, 11:00)를 이용해 심거마을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특히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진주행이나,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청, 함양 방면의 시외버스는 원지를 경유하기 때문에 굳이 진주에 내릴 필요가 없다.
원지에서는 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다. 경호택시(972-8800), 원지개인택시(972-0752). 산행날머리인 사계마을에서 원지까지는 교통편이 좋지 않다. 오후에는 한 차례(15:26)뿐이다. 이 버스를 놓쳤을 경우에는 택시(단계개인택시 973-4455)를 이용해 단계나 원지로 나와야 한다.
서울→원지경유 진주 남부터미널(02-521-8550 ARS)에서 1일 25회(06:00~24:00) 운행
서울→진주 강남고속버스터미널(1588-6900 ARS)에서 20~40분 간격(05:30~24:00) 운행
부산→진주 부산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20분 간격(06:00~18:00) 운행
부산→진주 경유 원지 서부시외버스터미널(051-322-5433)에서 20분 간격(05:30~17:40) 운행
대구→진주 서부시외버스터미널(053-656-2824~5)에서 1일 19회(06:30~19:30) 운행
대전→진주 고속버스터미널(1588-6900 ARS)에서 50분 간격(06:50~18:30) 운행
광주→진주 광천동 종합터미널(062-360-8800)에서 1시간 40분 간격(07:00~19:00) 운행
숙식(지역번호 055)
숙식은 진주, 산청, 원지 어느 곳이든 장급 여관이나 모텔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먹거리 해결은 진주 중앙시장의 제일식당(741-5591)과 대안동 천황식당(741-2646)의 진주비빔밥이 유명하고, 산청읍내에는 춘산식당(973-2804)이 가장 오래된 집이다.
한정식이 유명하지만 3인 이상을 기본으로 하고, 미리 예약해야 하며 가격도 약간 부담스럽다. 쇠고기국밥과 비빔밥도 있다. 신안면 소재지인 원지는 경호강(남강)을 끼고 있어 민물고기 매운탕집이 많다. 꼭 매운탕이 아니더라도 튀김, 조림, 어탕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볼거리
정취암 정취관음보살을 본존불로 봉안하고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사찰로 신라 문무왕 6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동해에서 장육금신(부처님)이 솟아올라 두 줄기 서광을 발하니 한 줄기는 금강산을 비추고, 또 한 줄기는 대성산을 비추었단다. 이때 의상대사는 두 줄기 서광을 좇아 금강산에 원통암을, 대성산에는 정취사를 세웠다는 것. 한때 조계종 종정을 지낸 고암 대종사와 성철 대종사가 주석했던 곳으로, 경남도 문화재자료 제243호 산신탱화와 제314호 목조관음보살좌상이 있다.
/ 글·사진 황계복 전 부산산악연맹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