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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차를 좋아하고 아끼는 편입니다. 지금 6년째 타고 있는 차를 앞으로 10년은 더 탈 생각입니다. 그래서 요즘같은 겨울에 특히 신경써왔던 게 엔진 예열, 이른바 '워밍업' 입니다. 추운 날 주차장에 세워둔 차의 시동을 걸면 RPM이 높아졌다가 2~3분 지나 떨어지죠. 그걸 확인하고 출발했습니다. RPM이 떨어지는게 예열이 끝난 신호라고 생각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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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저처럼 차를 아껴주는(?) 분들 많을 겁니다.이게 맞는 걸까요? 과학적인 테스트를 통해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에 부탁해 디젤차와 휘발유차 한대씩을 오후 6시부터 영하 11도 이하의 상태로 방치했습니다. 차가 꽁꽁 얼어붙다시피한 그 다음날 오후 2시쯤 시동을 걸어봤습니다.
휘발유차의 시동을 걸자 10초만에 냉각수 온도가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어를 넣고 주행하자 냉각수와 엔진오일 온도가 더욱 빠르게 올랐습니다. 가만히 서서 공회전 하는 것보다는 부드럽게 주행하는게 열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말이죠. 디젤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일온도, 냉각수 온도는 휘발유차와 같은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영하 11도 이하에서 20시간 이상 세워둔 차가 시동 걸고 10초만에 출발해도 엔진은 아무런 문제 없이 정상 작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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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걸고 차 한 바퀴 둘러보면서 타이어 툭툭 쳐보고, 엔진소리가 평소와 다른 점은 없는지, 주차해 놓은 동안 누가 '문콕' 테러를 하거나 긁고 가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데 30초 정도 걸리죠. 그리고 나서 출발하면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예열은 충분하다는 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설명입니다. 출발한 뒤에는 냉각수 게이지가 중간에 올 때까지 급가속, 급출발을 피하고 가급적 부드럽게 주행하면 됩니다. 냉각수의 적정온도는 80도 정도인데 4분 정도면 이 온도에 도달한다고 합니다.
'엔진은 정상 작동한다고 치자. 하지만 예열은 엔진을 오래 쓰기 위해 하는거다. 시동을 끄면 오일이 밑으로 가라앉는다. 이 상태에서 엔진오일, 즉 윤활유가 엔진 구석구석 돌기 전에 가속페달을 밟으면 엔진 내부가 깍여서 나중에 소음이 심해진다'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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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얘기입니다. 윤활유도 날씨가 추우면 더울 때보다 더 늦게 돌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추운 날씨에도 시동 걸고 10초 정도면 엔진 내부 구석구석까지 윤활유가 도달하기 때문에 윤활막 없이 쇠와 쇠가 맞닿아 깎이는 일은 없습니다.
긴시간 공회전을 하는 예열방식은 과거에나 필요했다는 설명입니다. 과거에는 엔진에 주철 등 비열이 높은 금속을 많이 썼지만 요즘은 소재 기술이 발달해 다른 금속으로 대체되면서 엔진 자체의 비열이 낮아졌습니다. 그만큼 온도가 빨리 오르겠죠. 베어링이나 윤활유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RPM이 높아졌다 낮아지는 것이 예열이 끝났다는 신호'라고 알고 있었던 제 오해도 취재 과정에서 바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GM대우에서 파워트레인을 담당하는 전문가는 공회전을 하면 배기장치의 정화 효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이를 높이기 위해, 추운 날씨에는 엔진 부품간 간극이 상대적으로 작아서 마찰력이 커지기 때문에 RPM이 높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걸 엔진에 무리가 가는 상황으로 해석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차가 출발하거나 고갯길을 오를 때 엔진에 힘을 좀 더 주는것과 같은 개념이라는 것이죠.
저처럼 차를 아끼느라고 예열에 공(?)들이셨던 분들, 이제부터 여름에는 시동 건 뒤에 룸미러와 사이드미러 확인하고 하나, 둘, 셋 정도 헤아린 다음에 바로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한겨울 지상에 세워둔 차라도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시동 걸고 30초 있다가 출발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공회전으로 소모되는 연료도, 시간도 다 돈이죠. 바쁜 아침 출근길에 공회전 시간 2분을 절약하면 밥을 한 술 더 뜨고 아이들을 한 번 더 안아줄 수 있습니다.
지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