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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는 퍼펙트게임을 포함해 총 272차례 노히트게임이 만들어졌다. 모던야구 시대로 접어든 1900년 이후부터를 따진다면 229번이다. 이 가운데 놀란 라이언이 최다 7차례 작성했다. 정말 대단한 투수였다. 1900년 이후 한 시즌 평균 작성 빈도수를 따지면 2.6회다. 메이저리그는 한 시즌에 4860경기가 벌어진다.
눈을 국내 프로야구로 돌려보자. 프로야구는 올해 출범 30주년이다. 엄밀하게 경기 시작으로 따지면 내년이 프로야구 출범 30주년이다. 1982년 3월에 게임을 시작했으니까 2012년이 돼야 30주년이 되는 게 당연하다. 30주년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출범일에서 기인했다.
물론 게임수에서 메이저리그와 단순비교할 수는 없다. 국내 프로야구는 지난해까지 한 해에 1064경기를 치렀고 메이저리그는 4860경기다. 5배 가까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기록 탄생의 단순비교는 어렵다. 특히 프로야구의 대기록 배출이 어려운 것 가운데 하나가 감독들이 정면승부 회피, 시비도 빼놓을 수 없다. 96년 한국시리즈에서 정명원이 노히트노런을 작성한 뒤 해태 김응룡 감독의 노골적 시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대기록이 작성됐을 때 축하는 못해줄 망정 고추가루를 뿌리는 심보는 도대체 뭔가.
첫째. 투수의 역량이 부족하다. 사실 노히트게임은 운도 따라줘야 하지만 빠른 볼을 갖고 있는 우수한 투수가 만든다. 저스틴 벌랜더가 이미 두차례 노히트게임을 완성했고, 올해도 벌써 두번씩이나 8회에 대기록이 무산됐다. 놀란 라이언 7차례, 샌디 쿠팩스 4회(퍼펙트게임 포함), 봅 펠러 3회등에서 답이 나온다. 모두 강속구 투수들이었다. 행운이 아니고 실력이다. 골프의 홀인원이 운이기도 하지만 프로 선수들의 작성 확률이 높다는 것은 기량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수비수의 기량 차이다. 전준호 전 SK 코치는 다저스타디움과 에인절스타디움에서 메이저리그를 관전하면서 선수들의 어깨가 국내 선수와 가장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처럼 내야 깊숙한 타구를 보고 저건 살았다고 했는데 모두 아웃이 되는 게 메이저리그라는 것이다. 따라서 내야안타성 타구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시애틀의 이치로, 뉴욕 양키스 브렛 가드너 정도는 야수가 조금만 느리면 내야안타를 엮어낸다. 외야에서도 몸을 날리는 수비는 투수에게 큰 힘이 된다. 노히트-노런은 수비수의 뒷받침없이는 작성하기 어렵다.
2000년 송진우 이후 7회 이후 노히트가 무산된 것을 보면 김 전 코치의 지적이 맞는다. 8회 이후 두차례 퍼펙트게임이 무산됐는데 주인공은 나란히 외국인 투수다. 올시즌 8월5일 LG 주키치는 한화를 상대로 8회 2사까지 퍼펙트게임을 하고 있었다. 2007년 두산의 다니엘 리오스도 현대를 맞아 9회 원아웃까지 퍼펙트를 작성하고 있었다.
두 퍼펙트게임 무산을 포함해 20차례 노히트게임이 7회 이후 무산됐다(표 참조). 2010년 SK 김광현은 삼성에게 9회 2사에서 노히트게임이 깨졌다. 원아웃을 눈앞에 두고 놓쳤다. KIA의 이범석도 2008년 7월4일 삼성전에서 원아웃을 남겨두고 노히트가 물거품이 됐다. 9회 1사 이후까지 노히트를 하다가 무산된 투수는 모두 6명이다. 리오스가 두번이나 포함돼 있다. 7회 이후 노히트가 무산된 20차례 가운데 7번을 외국인투수가 작성했다는 점은 결코 우연이라고는 볼 수 없다. 올해 입단한 주키치도 벌써 두번 8회 이후에 무산됐고, 리오스는 무려 5번이다. 약물복용 혐의가 있지만 좋은 투수임에는 틀림없다. 두 투수의 사례에서 외국인투수들은 자신의 볼을 소신껏 던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제쯤 국내 프로야구에 노히트게임이 작성돼 기자들이 바쁘게될지 기다려진다.
-2011.8.5 한화전 주키치 ;8회 2사까지
-2007.10.3 현대전 리오스 :9회 1사까지
[7회 이후 무산된 노히트노런]
- 2011.8.5 한화전 주키치 : 8회 2사까지
- 2011.5.15 넥센전 주키치 : 8회 1사까지
- 2010.6.10 삼성전 김광현 : 9회 2사까지
- 2007.10.03 현대전 리오스 : 9회 1사까지
- 2010.5.19 SK전 고원준 : 8회 1사까지
- 2008.9.09 한화전 봉중근 : 7회까지 (8회 첫 타자에게 허용)
- 2008.7.04 삼성전 이범석 : 9회 2사까지
- 2007.10.03 현대전 리오스: 9회 1사까지
- 2007.7.13 SK전 리오스 : 7회까지 (8회 첫 타자에게 허용)
- 2006.8.11 한화전 신재웅 : 8회까지 (9회 첫 타자에게 허용)
- 2006.8.08 LG전 브라운 : 8회 2사까지
- 2005.9.23 KIA전 주형광 : 8회 2사까지
- 2005.7.26 KIA전 장원준 : 9회 1사까지
- 2004.7.25 SK전 리오스 : 8회 2사까지
- 2004.5.07 롯데전 마뇽 : 8회 2사까지
- 2002.8.17 SK전 리오스 : 7회까지 (8회 첫 타자에게 허용)
- 2002.5.25 롯데전 송신영 : 7회까지 (8회 첫 타자에게 허용)
- 2002.4.24 삼성전(DH2) 김수경 : 7회까지 (8회 교체)
- 2002.4.05 롯데전 송진우 : 8회 2사까지
- 2001.8.11 SK전 임창용 : 9회 1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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