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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전 세계적으로 ‘문화도시’에 대한 관심이 높다. 문화도시란 문화적 사적이 풍부하고 학문과 예술 등 문화적 활동이 활발한 도시라는 뜻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뉴욕, 런던, 파리는 다양한 문화유산과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문화시설로 활력이 넘쳐나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도시에서 전통문화를 재생하고 현대적 문화를 창조하는 사업에 큰 힘을 쏟고 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문화도시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사실 문화란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에게는 사치스러운 단어일 수도 있다. 공장을 많이 짓고 굴뚝에 시커먼 연기가 많이 나야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문화가 밥 먹여주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문화가 밥 먹여주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영화, 오락, 게임 등 문화와 관련된 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만든 <쥬라기 공원> 영화 1편의 수익이 한 해 동안 현대자동차를 수출하여 번 돈보다 더 많다. 또한 도시의 매력적인 문화는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며 도시경제에 지속적인 활력을 주는 동시에 관광으로도 엄청난 수입을 얻게 한다. 군산은 근대문화유산의 보고 지금 문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군산에 찾아오고 있다. 영화 <타짜>, <말아톤>, <역전의 명수>, <싸움의 기술>이 군산에서 촬영한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다. 영화 로케이션 1순위로 손꼽히고 있다. 영화뿐 아니다.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 이제 개발이 안 된 낡은 단독주택과 좁은 골목은 더 이상 낙후된 군산을 보여주는 상징이 아니다. 과거의 유산이 오히려 역사와 만나는 생생한 체험과 살아있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사실 군산만큼 근대문화의 유적이 많이 보존된 도시는 거의 없다. 서울에도 일제 강점기에 만든 건축물은 서울역, 서울시청, 한국은행, 신세계백화점 등 손꼽을 만큼 적다. 화신백화점이 사라진지 오래고 그 자리에는 거대한 종로타워가 세워져 있다. 지난 세기 군산과 비슷한 시기에 개항한 부산, 인천, 목포도 군산만큼 근대유산을 많이 간직하고 있지는 못하다. 1899년 개항한 이래 군산은 한국의 근대사가 고스라이 남아 있는 도시이다. 식민지 강점기의 건축유산, 합판과 양조의 제조공장, 채만식의 <탁류>를 비롯한 문학의 전통이 뒤섞여있는 군산은 문화사의 보고이다. 2008년 문광부의 ‘근대산업유산 문화창작벨트 공모사업’에 군산시가 선정된 것은 너무 뒤늦었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군산시장과 군산시청 직원들의 값진 노력에도 크게 축하드리고 싶다. 올해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군산시는 전시관 및 문화예술 창작공간 등 근대문화 테마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사업으로 내항 일대 원도심 지역을 재생하고 새로운 문화공간이 태어난다. 또한 내항 뜬다리 부두, 조선은행, 나가사키 18은행, 군산시립박물관, 군산세관을 연결하여 ‘근대산업유산 테마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1990년대 군산시청과 경찰서를 철거한 결정은 문화유산의 보전의 견지에서 보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문화유산을 보전하는 일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문화도시를 건설하는 일은 과거의 유산을 그대로 복원하는 일이 전부가 아니다. 문화도시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 위해서는 좀 더 현대적인 감각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새로운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을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먼저, 군산을 찾아온 사람이 도시의 역사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군산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박물관과 역사관에서 과거의 죽어있는 유물만 보고 돌아간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개항 이후 식민도시, 농업 수탈, 소작쟁의와 저항, 전쟁과 산업화의 역사를 겪어온 군산 시민들이 생생한 역사를 느끼고 싶어 할 것이다. 특히 방문객들은 채만식의 소설이 연극과 영화로 공연되는 극장에서 군산의 역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느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내흥동에 멀리 떨어져 있는 채만식문학관을 원도심으로 이전해야 하고, 군산이 낳은 위대한 시인 고은을 위한 문화시설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통영 출신의 위대한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는 ‘통영국제음악제’에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유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둘째, 근대문화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근대문화테마단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문화단체와 시민단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오락시설도 필요하겠지만, 시민들이 참여하는 사진, 그림, 서화의 전시회는 군산의 풍취를 더욱 느끼게 할 것이다. 또한 시민들이 안내원으로 봉사하는 도보관광도 명품관광이 될 수 있다. 군산시가 제주도의 도보관광을 시작한 ‘제주올레’의 서명숙 이사장의 경험을 귀담아 들으면 좋겠다. 높은 문화의 힘 근대문화단지는 군산의 새로운 변화를 상징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문화도시의 더 큰 발전을 위해서는 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민족의 선각자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에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군산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김구 선생이 말한 ‘높은 문화의 힘’을 다시 되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 교수, 전 국회도서관장) |
첫댓글 이번에 강연을 해주실 교수님이시군요.....우리의 생각을 교수님이 그대로 말씀해 주셨네요....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군산출신답게 애향심이 강한 교수입니다.
난 왜 군산이 낯설까?..........비린내도 나고.....ㅋㅋ
군산사람에게 몰매를 맞아야 정신을 차리실랑가. 비린내는 삶의 냄새죠. 군산의 비릿내가 전북을 먹여 살렸잖아요.ㅎㅎㅎ
문화도시가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이제는 이를 위한 실천력과 행동하는 의지가 필요한 때 라고 봅니다.
김윤태 님 도서관장 후에 궁금했는데 교수가 되셨군요. 실력이 있는분이지요. 좋은칼럼 감사합니다.아주젊고 능력있는분 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