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으로 돌아와서 컴퓨터를 다시 세팅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신형 핵잠수함이 우한 소재(정확히는 우한의 우창Wuchang이라는 지역) 조선소 옆에서 침몰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이 사건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하다가, 마침내 모든 인용기사들의 원래 출처인 Wall Street Journal의 해당 독점보도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돈 내고 구독하지 않고 회원등록만 해도 전문을 볼 수 있더군요.
https://www.wsj.com/world/china/chinas-newest-nuclear-submarine-sank-setting-back-its-military-modernization-785b4d37
또한 해외의 군사매체인 The Warzone도 WSJ 독점보도에 살을 붙인 후속보도를 게재하였습니다.
https://www.twz.com/sea/chinas-new-nuclear-submarine-sank-during-mysterious-incident-in-wuhan-report
이 소식에 대한 저의 생각은 한마디로 의구심입니다. 왜 의구심을 가지냐면 2가지 지점이 있습니다.
1. 과연 해당 장소에서 실제로 잠수함이 침몰하였을까?
2. 해당 장소에서 침몰한 잠수함은 과연 핵잠수함이 맞을까?
자세한 내용은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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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연 해당 장소에서 실제로 잠수함이 침몰하였을까?
Wall Street Journal의 해당 독점보도는 이 소식을 알게된 경위를 미 당국자들("U.S. Officials")이 말해주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근거는 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올해 2024년 6월 15일에 우한의 사건지점에서 4대의 크레인 바지선들이 뭔가 작업하는 모습 그리고 그 지점에 희끄무레한 검은 실루엣의 존재가 Thomas Shugart라는 인물에 의해 공개된 적이 있었다고 기사상에 작성되어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 소식의 진원지가 된 Thomas Shugart 본인은 해당 위성사진을 공개했던 당시인 2024년 7월 17일에 검은 실루엣의 정체는 잠수함이 아니라 가장 왼쪽에 위치한 크레인의 그림자일 것이라는 정정 트윗을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IMINT(Imagery Intelligence, 영상정보)는 결정적인 첩보(Intelligence)가 될 수는 있지만, IMINT만으로는 사실이 온전히 반영된 정보(Information)를 생산할 수 없습니다.
여러 출처들에서 비롯된 첩보들을 종합하여 순환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사실을 온전히 반영한 정보가 생산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Thomas Shugart가 공개한 사진만으로는 중국 핵잠수함의 침몰소식의 진위성은 완전히 담보되지 않습니다.
대놓고 까고말하자면, WSJ의 해당 독점보도는 이른바 '익명의 관계자'를 내세워 권위에 호소하는 역정보(Disinformation)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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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해당 장소에서 침몰한 잠수함은 과연 핵잠수함이 맞을까?
만약, 우한 조선소에서 실제로 잠수함이 침몰하였다하여도 의문의 여지는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왜냐하면 WSJ의 독점보도는 분명히 해당 잠수함이 최신형 핵추진 공격잠수함("newest nuclear-powered attack submarine")이라 적시해놓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사는 미 당국은 이제껏 이 잠수함이 침몰한 당시에 핵연료를 탑재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알지 못하였으나, 미 정부에 속하지 않은 전문가들은 탑재했을 수 있음을 말해왔다고까지 적시해놓았습니다.
하지만 여태껏 이 사건으로 인해 침몰한 중국 잠수함을 핵추진 공격잠수함(SSN)으로 추정했던 전문가는 단 한사람도 없었습니다.
또한 WSJ의 이번 독점기사에서는 침몰한 잠수함을 X형 함미타를 가진 신형 SSN인 "Zhou-class"(Zhou급)이라고 적시하였는데, 애초에 Zhou급이라는 이름 자체가 이번 기사에서 처음 튀어나온 단어인데다가, 이제껏 X형 함미타를 가진 신형 중국 잠수함을 SSN으로 본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뭐랄까... 쓸데없는 사족을 붙여놔서 도리어 의구심을 더 불러 일으킨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X형 함미타를 가진 중국 잠수함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몇 달 전에 X형 함미타를 가진 중국 잠수함의 존재가 OSINT 커뮤니티에 공개된 바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이 잠수함을 디젤-전기추진인 Yuan급(Type-039A부터 그 이후 바리에이션까지)의 한 바리에이션으로 보았지, 핵추진 공격잠수함(SSN)으로 지목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특히 문제의 X형 함미타를 가진 미상 잠수함의 길이는 대략 82m 정도로 추정되는데, 기존 중국 핵추진 공격잠수함인 Shang급(Type 093)의 길이는 바리에이션에 따라 108m 혹은 110m이라는 점에서, 핵추진 공격 잠수함(SSN)으로 보기에는 많이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구 소련시기 최대속력 41knot를 자랑했던 Alfa급의 길이가 81m였던 전례는 있으나, 중국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전세계 핵추진 공격잠수함(SSN)의 길이는 거진 100m가 넘는다는 점에서도, 문제의 중국 잠수함이 핵추진 공격잠수함(SSN)이었을 가능성은 적어보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번 WSJ 독점보도는 쓸데없는 사족을 붙여놔서 도리어 의구심을 더 불러 일으킨다 다시 한번 적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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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두 가지 이유로 저는 이번 소식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결론은 WSJ가 구라를 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WSJ는 구라를 깠을까요. 그 의도가 무엇일까요?
혹은, WSJ를 꼭두각시로 삼아 역정보(Disinformation)을 퍼트린 그 놈의 미 당국자들("U.S. Officials")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저는 구체적으로 그 실익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그놈의 단어를 꺼낼 수 밖에 없을것 같습니다.
인지전(Cognitive Warf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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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흠, 거짓말일 거라고 의심은 했는데 역정보의 가능성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헸네요.
저도 보고 쓰읍- 한 기사긴 한데, 이게 인지전을 위한 일종의 역정보가 맞다면, 중국 측의 반박 과정에서 정보를 캐내려는 시도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네 맞습니다. 모든 역정보는 여러 사람들의 반응을 유도하여 추가로 정보를 캐낼 수 있는 부수적 효과도 가지고 있습니다. 역정보의 실행자뿐만 아니라 역정보의 대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중국 당국의 NCND는 미국의 역정보를 역으로 이용하여 여러 사람들의 역량을 시험하려는 의도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중국이나 참 웃기지만 참 치열하기도 하네요.
본문에서는 미처 못적었는데, 그렇게 큰 사고가 터졌는데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사고에 대한 목격담이 올라왔다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아무리 인터넷 검열이 심하다해도 이 정도 이슈는 새어나가기 마련인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