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6. 일요일
오후 되면서 바람이 더 거칠어졌다
내일 아침 영하날씨를 증명해 보이겠다는 듯 더 차가워져 간다
오늘 햇살 가득한 거실에서 책만 붙들고 있어서 밖도 따뜻한 줄로만 알았으니 간서치가 따로 없다
양귀자님의 소설 '모순'이 역주행한다는 말에 도서관엔 모순이 계속 대여중이고 대기자가 여러 명이다
아쉬운 대로 지난번엔 '천년의 사랑'을, 이번엔 '원미동 사람들'을 다시 빌려 읽었다
원미동 사람들은 1987년에 1판 발행 후
2018년에 4판을 발행했으니 꽤 오랫동안 꾸준한 인기를 끌어온 책이다
그 후에도 또 얼마나 찍어냈을지 모를 일이다
다시 읽으니 꼭 원미동 사람들에 국한된 이야기라기보다는
가진 것 부족한 서민들의 이야기가 뭉클하기도 하고
쬐꼼 꾀죄죄한 배경은 지금 시대상과는 많이 다르기도 하다
사실 원미동 사람들이 읽으면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을 듯하다
누추함, 비굴함, 어리석음, 뻔뻔함 모두 원미동사람들 몫인 것 같지만
이것은 우리 모두의 모습인 데 말이다
도서관에서 빌린 오래된 책은 빛도 누렇게 바랬다
책을 읽고 나면
오래된 벽장 속에서 할아버지의 쩟쩟한 물건을 만진 듯 손이 개운하지가 않다
그래서 잠시 덮고 달달한 간식거리라도 손으로 집어 먹으려면 얼른 비누로 손을 씻게 된다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란 제목이 주는 낭만은
읽다 보면 요즘 젊은 이들 말대로 홀딱 깬다
그땐 꽤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젠 부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조금 아파서 마음이 쓰인다
어쩌면 큰 인기 끌었던 이 책의 인세로 작가는 이곳 원미동을 일찌감치 떠났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는 건
너무 속물적인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