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上善 약수若水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 종
희
수증기가 모이면 물방울이 되고,
물방울이 모이면 개울물이 된다. 개울물이 모이면 시냇물이, 시냇물이 모여 강물로, 강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는 자연의 이치를 물은 거스를 줄
모른다. 물은 반드시 아래로만 흐를 뿐 위로 올라가지도 않고. 또, 아래로 내려가다가 바위가 가로막으면 옆으로 돌아가고 만다. 지름길로 빨리
가겠다고 바위를 부수거나 밀쳐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은 그렇게 순리를 따를 뿐이다.
물은 흘러가기도 하지만 더럽혀진
물을 정화하는 봉사도 한다. 짹짹거리며 날아다니던 새가 갈긴 새똥이라든지, 먹이를 찾아 땅속을 헤집던 멧돼지가 남긴 배설물도 시냇물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골짜기를 데리고 다니다가 적당한 곳에 자리잡아준 것일까? 그러지 않다면 시냇가나 강바닥이 불순물로 채워져 물고기가 먹이를 찾기는커녕
숨도 못 쉴 텐데….
지금 우리나라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우리나라 역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2016년 12월 9일 압도적으로 탄핵안을 통과시켜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위반
여부를 심리하여 3월 9일 대통령 파면이라는 준엄한 판결을 내렸다. 심판 날 아침,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헤어롤을 풀지 못한 채 출근하던
모습을 국민들은 보았다. 92일간 매일같이 헌재에 출근해서 헌법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증인들을 불러 사실 여부를 심리하느라 자신을 돌볼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일반 쟁점사건도 아니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중한 사안이었기에 더욱 그랬으리라.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가고, 오히려 국민을 두 패로 갈라놓았다. 이 헌재소장 대행은 판결문에서 ‘박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 라고 탄핵인용 원인을 적시했다.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선수 개인에게
지원했다는 말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가. 사적으로 친분이 있다고 국가의 정책이나 인사에 개입시켜 의견을 구하는 행동이 대통령의 할일인가.
승마선수 하나를 위해 수백억 원씩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옳다는 말인가. 허울 좋은 문화융성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문화인들을 편을 갈라
지원하는 것이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는 말인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이
있다.
上善은
若水니라. 水善利萬物而不爭하고,
處衆人之所惡니라.
故로 기어도니라.
‘선
가운데도 가장 좋은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모든 만물을 잘 자라게 하지만, 높고 깨끗한 곳에 있으려고 다른 물건들과 다투지 않는다. 항상
사람들이 비천하고 더럽다고 싫어하는 곳에 스며든다. 그래서 이러한 물의 성질은 도, 즉 기와 비슷하다’
라고 풀이된다.
국민들은 신선한 생명수를 원하고
있건만, 구정물을 먹으라고 하니 먹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대기업에서 자발적으로 지원했다면 왜 더불류 K와 미르재단만인가. 중소기업들이 재정난
때문에 아우성인 소리는 들리지 않는가.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려면 최서원의 주문보다는 행정각부 장관의 의견에 귀를 기우렸어야 할 텐데. 국가적인
선수를 육성하는데 꼭 정유라만 유망선수인가. 김연아 선수가 세계무대를 휩쓸며 피겨의 여왕이 되기까지 누구보고 지원해주라고 했던가. 보수가 아니면
이 나라에 존재하지 말아야 하는가. 보수들을 지원해서 얻은 이득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불복하고 자신을 위한 태극기 집회를 바랐던 것인가.
양심良心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두 마음을 품은 양심兩心의 소유자임을 국민은 알고 있다.
법치주의국가에서 검찰의 소환에도,
특검의 소환에도, 헌재의 소환해도 불응한 대통령이 헌법을 지키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한 사람인가. 그런 대통령을 따를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따름이다. 그 소수들은 오늘도 삼성동 사저를 둘러싸고 있다. 날마다 50여만 원을 들여가며 머리 손질하는 보안손님, 수사를 받고 있는 행정관,
변호를 한다는 머리 좋은 변호사들이 잔머리를 굴리느라 바쁜 모양이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일. 자기
자신도 알고 있는 사실을 아니라고 한들 해결되겠는가. 국민이 대통령직을 맡긴 건 마음 편히 잘 살게 해달라는 것이 아닌가. 저녁이면 역
대합실에서 신문지 한 장을 덮고 자는 사람, 달동네 셋방에서 콜록거리며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어려운 사람들 소식을 듣고 있는지. 국민의
소망에 부응하지 못했으면 자성하고 용서를 빌어야 마땅한 일이다. 그래야 맑은 물로 깨끗이 씻고 인정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지
않겠는가.
군주가 백성을 무시해도 되는
시대는 이미 옛날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교육수준이 세계1위라고 하지 않던가. 내가 최고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이라는 커다란 바위를
만난 셈이다. 국민의 뜻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하루라도 빨리 사건이 종결되고 양분된 국민이 하나로 통합되기를 기대한다.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는 말이 그렇게도 어려운가. 용서를 구하는 자에게 침을 뱉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산골짜기에서부터 바닷물이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었겠는가. 속죄하고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에 마음을 씻고 국민과 함께 동고동락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17. 3.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