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하고 명확한 작문
윌리엄 스트렁크 2세의 「영어 글쓰기의 기본」 서평
일을 하다보면 사람마다 일을 대하는 방법이 다름을 발견한다. 나는 목적과 이유없이 하는 단순한 작업을 가장 싫어한다. 이 일을 왜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해결되지 않으면 좀처럼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순간이 아깝기만 하다. 반면에 어떤 이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해야하니까’하는 사람도 꽤 많다. 놀라운 것은 그들에게는 ‘일의 동기’가 일의 성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훗날에 공부하지 않았던 일들을 변명하는데 활용될 수도 있는 ‘일의 동기’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아리송하게 남아있기도 하다. 윌리엄 스트렁크 2세의 「영어 글쓰기의 기본」은 모국인들에게는 기술(skill)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모국어가 아닌 이들에게는 영어문법을 공부하는 이유(why)에 대한 대답을 책 전체를 통해서 제시하고 있다.
「영어 글쓰기의 기본」은 서문에서 ‘간결하고 정확한 영어 문장을 쓰기 위한 필수조건들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그 의도를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서 글쓰기의 기본 규칙들과 작문의 원칙들을 열 여덟가지 룰(rule)로 편집해서 제시한다. 이 기준들은 ‘The Little Book’이라는 이 책의 애칭이 보여주듯 정확하고 간결하게 잘 쓴 영어와 잘못 쓴 영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통용된다고 한다. 이는 이 책이 영어문법 및 작문법에 관한 가장 좋은 책임을 증명하는 역설이기도 하다. 추천사에서 곽중철원장이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대답을 한다. 전문가의 눈에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기에 당연히 추천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1. 영어 글쓰기의 본질
이렇게 책에 대한 극찬이 즐비함에도 나는 그 찬사 속에서 소외감을 느낀다. ‘기본’이라는 말속에는 함정이 있다. 기본이라는 말은 왠지 ‘쉬울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런 기대를 가지고 목차를 펼치고 글을 읽었다면 이내 실망하고 말 것이다. 저자는 물론 영문법과 영작문에 대한 기본을 말했겠으나 그 의미는 본질(essence)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Rull 3은 ‘삽입된 구나 절은 앞뒤에 콤마(,)를 찍는다’고 했다. 이는 콤마(,)의 용도를 일괄적으로 정리하는 정의이다. 다시 말해서 계속적 용법과 한정적 용법을 이해해야 하며, 관계부사 혹은 절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뿐인가 등위접속사에 대한 개념이해와 함께 동격의 콤마(,)에 대한 선이해가 없으면 단순히 삽입된 구나 절만 얘기하는 것은 문장 속에서 크게 활용되지 못하는 죽은 지식이 될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 책이 애초에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위해 자비출판한 의도를 기억한다면 다분히 상술적인 책의 제목으로 내용을 망치지는 말았어야 한다. 이 책은 ‘영어 글쓰기의 기본’이 아니라 ‘영어 글쓰기의 본질’ 혹은 ‘영어 글쓰기의 요소’라고 함이 좋을 뻔 했다.
2. 영어 문법의 진수
대한민국 학생들 중에 영어에 관한 관심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유도 모른채 영어는 우리를 힘들게 했다. 나는 이런 사대주의 문화가 달갑지만은 않다. 누구 말처럼 미국의 거지도 하는 게 영어인데 그게 안되서 주눅들어야하는 부당함이란 둘째치고 그렇게 배운 영어를 왜 환영도 받지 못하고 쓰고 있는지 의문이 들 뿐이다. 더욱이 버터바른 발음으로 유창한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 힘과 권력이 된 것은 또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십여년 전에 호주의 한 상가에서 점원에게 무안을 당했던 일이 생각난다. 우리 나라에서 외국인이 한국말을 더듬거리면 응당 환대받을진대 힘들여 자신의 억양을 들어준 수고도 무시한채 한심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린 점원은 나보다 학문의 수준이 높은 사람이었던가. 그랬던 이들은 누군인가? 호주의 역사가 그리 자랑스럽지 만은 않은 것이 자신들이 동경하는 영국발음 속에서 역사적 상처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상처가 있다고 해도 Rule 1에서 8은 문법 시험에 당골로 등장하는 유용함이 있다. 특히 Rule 3, 4, 5, 6은 등위접속사와 부사 그리고 분사구문에 대한 이해를 문장속에서 정확히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
3. 간결하고 명확한 작문
영작문이라고 해서 우리말 글쓰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은 하나의 위로가 된다. 송준호는 「좋은 문장 나쁜 문장」에서 문장을 길게 늘여 빼서 쓰는 습관에 대해서 안타까워 한다. 그는 문장 자체가 생각의 단위이기 때문에 한 문장으로는 가급적 하나의 사실이나 생각만 전달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나처럼 문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 짧고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의미전달만으로도 글쓰기의 기본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윌리엄 스트렁크 2세도 그런 맥락에서 작문의 단위는 단락이기에 한 단락에 한 화제만을 다루라고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는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글을 쓰는 이유에 해당하기에 너무나 중요하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는 관점을 이해한다면 Rule 11, 12, 13, 14와 특별히 Rule 10을 하는 이유가 더욱 선명해진다. 곧 글의 전달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직접적이고 힘이 있는 능동태의 문장을 사용한다. 긍정의 형태로 표현함으로 ‘not’이라는 단어에 내재된 ‘불명확함’을 제거한다. 단어 하나 하나가 존재 이유를 갖도록 고민함으로 글을 간결하게 만든다. 특별히 송숙희도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에서 ‘OREO 글쓰기 공식(주장-이유-근거-강조)’에서 언급했듯이‘ Rule 10에서 ’주제문으로 단락을 시작하고 그 주제문에 부합하도록 단락을 마무리하라‘는 제안은 독자가 한 단락이 시작될 때, 단락의 목적을 알게 되고 그 단락을 끝내면서 그 목적을 다시 한 번 기억하게 되는 작문을 가능하게 한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영어학원을 다년 본 적이 없었다. 그때 공부했던 기억을 되짚어보면 누구나 그랬겠지만 교과서를 통째로 외우는 방법이 전부였다. 수시로 읽다보면 시험범위 정도의 교과서 절반 정도는 어느새 암기가 되어 빈칸을 채우는 내신 시험에는 그리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그게 많이 아쉬웠는지 성인이 되어 야간에 영어학원을 몇 달 다닌 적이 있었다. 그때 학원 선생님이 알려 주신 ’독해하일라이트‘라는 13가지 정도의 규칙은 상당한 센세이션을 주었다. 그때 들었던 마음을 가감하지 않고 적겠다. 공부하지 않은 선생은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와 ’왜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지 못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주격관계대명사+동사‘가 간결성이라는 전제하에 생략된다는 것돠 ’주격관계대명서+동사‘는 생략가능하다는 설명은 천지이다. ’왜‘가 빠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영어의 기본 지식이 확립되지 않은 이에게는 다소 생소하겠으나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이들과 중고급과정으로 넘어가는 이들에게는 핵심적인 문법과 명확하고 간결한 글쓰기를 도전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왜‘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 직간접적으로 있기 때문이다.
첫댓글 뼈를 때리는 비판을 하셨네요~^^
특히 1,2에서~~
비판할 수 있는 것도 알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이지요~
허걱!!! 뼈를 때리기엔 날카로울 재료가 부족합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