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바보야!
일본의 유서 깊은 동양의 알프스라 불리는 돗토리 현에 있는 3박4일 간의 짧은 여정이지만 동해항을 출발해 대산 등정 후 돗토리 현 관광을 하는 트레킹 여행의 기회를 잡고 한 달 여 준비를 했다. 여행을 떠나는 날 동해안은 폭설로 길이 막혔고 조급한 마음으로 떠나다 보니 동해항 국제 여객 터미널로 가는 길에 여권과 귀중품이 든 작은 가방이 떨어져 꿈에도 그리던 대산(일본명 :다이센) 여행 물거품이 된 사연을 쓴다.
다이센(大山)은 동해바다와 맞닿은 돗토리 현 해안가에 우뚝 솟아 있는 일본 100대 명산 중의 하나이며 일본에서 3번째로 인기 있는 산이다. 등반 최고 고도는 미센 정상 1,709m이다. 다이센은 성층 화산지대로 특유의 화산 식물대가 있다. 화산지대의 아찔한 칼날 능선을 따라 동해 바다와 북쪽의 멋진 능선을 조망하면서 우리나라의 산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맛의 등반을 즐길 수 있다.
여행 준비를 위해 여행사를 찾고 여행사 매니저로 하여금 여행 일정과 대산의 환경, 기온, 날씨 등 세부적으로 현지브리핑을 받고 우리 산악회 임원 회의와 동행하는 회원과도 두 번의 만남을 갖었다. 떠나기 이틀 전 TV 뉴스를 청취했다. 영동 지역은 때 아닌 폭설로 밤낮 정신없이 눈하고 싸운다는 앵커의 말이다. 우리나라 땅도 아닌 일본 땅 다이센을 가야하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여행비를 다 지불했고 여행준비에 최선을 다한 회원을 생각해 무리지만 떠나기로 하였다. 가보지 않은 그곳을 간다는 설레임과 일본 대산 현지 기상을 모르는 채 다음날 아침 도착과 동시 등반해야하는 책임자로써 부담감과 두려움도 함께 공존했다. 회원들이 전화로 말한다. 회장님 동해안에 눈이 많이 왔는데 동해 지역의 길이 괜챃을까요. 다음 기회로 미루면 안돼요. 등 걱정 섞인 내용이다. 아냐 괜챃을거야 계획했으니 실행을 해야지 하고 답을 했다.
나는 만반의 준비와 더불어 꼼꼼하게 짐을 꾸리고 오랫만에 현해탄을 건넌다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잠을 청했다. 오늘이 떠나는 날 이다. 동행하는 회원에게 SNS문자로 준비물과 겨울 산행 채비를 챙겼다. 문자 응답 없는 회원에게는 직접 전화로 여권과 귀중품은 따로 잘 보관하라고 까지 일러두었다. 오전 11시에 산행대장이 직접 7인승 트라제 승용차로 집 앞 까지 온단다. 서둘러 아내에게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집을 나선다. 동승하고 600여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회원들이 집결해 있어 그곳으로 가는데 차량 엔진 소리가 이상하다. 거어를 저속으로 변속해도 힘이 없다. 무슨 일이여 왜 차가 이래하니 산행대장이 대답한다. 터보가 나간 것 같다고 한다. 서둘러 인접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확인하니 센서가 고장이란다. 허허 이거 큰일 났다. 낭패인걸하며 혼자 중얼거려본다. 시간이 촉박하다. 여기서 동해항까지 16시까지 도착하려면 서둘러 가야 하는데 어쩌나! 발만 동동 거릴 때가 아니다 직감하고 동행하는 회원 차를 타고 가야한다고 이야기 한다. 00아 당신차량 타고 가야겠는데 의향은 어떤가?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한다. 그리하여 모닝 승용차 포함 두 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영동 고속도로를 경유 동해 시내에 진입하려니 폭설로 인한 제설작업으로 잠시 대기해야 한다고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안내한다. 톨게이트를 조금 지나 갓길에 차를 세우고 대기한다. 여러분 여기서 10분 간 휴식 후 이동하겠습니다. 말하고 난 후 목에 걸었던 가방을 열어 여행 계획을 다시 한 번 살피려 무릎위에 올려놓고 보았다. 당시 동해 시내에는 곳곳이 막혀 굴삭기와 제설차를 이용해 제설을 하여 길이 열리면 그 뒤를 서행으로 따라야 했다. 다른 차에 타고 있던 산행대장이 우회 도로가 있는지 보자고 다가왔다.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때 가방 생각을 하지 않은 관계로 가방은 떨어져 눈에 파묻혔다.
나는 그것도 모르는 채 현지답사를 하고 길이 열렸다는 안내수의 신호에 따라 동해항으로 갔다. 한시가 급했던 터라 마음은 조급했다. 출국 수속을 밟아야 되는 막다른 시간 25분 전에 드디어 동해항 국제 여객 터미널에 도착했다. 매니저를 만나 출국 신고를 하려는데 여권과 귀중품이 들어있던 작은 가방이 없다. 난감했다. 어찌할까. 이곳저곳을 찾아보아도 차에도 없고 누가 본 사람도 없다. 여보시요?
누구 내 가방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 없나요. 회원들과 흩어져 타고 온 차량 내부와 주변을 샅샅이 찾아보았으나 없었다. 산행대장과 함께 차를 이용하여 오던 길을 다시 되 집어 보았지만 눈 속으로 사라진 가방은 보이지 않았다. 서둘러 동행한 회원 6명을 뒤로하고 집에 갈 차비를 빌려준다는 회원의 말을 돈 있으니 걱정마라 하고 쓸쓸한 마음으로 되돌아 가야하는 신세로 전락되니 마음이 아팠다. 마침 핸드폰 케이스에 넣어 두었던 비상금 오만원이 있어 다행이었다. 이제 부터 내가 할일을 생각해보았다. 그렇지! 먼저 여권 분실 신고를 하고 다음 할 일을 생각하자. 우선 퇴근 시간이 임박한 강원 도청 민원실에 전화를 걸어 여권분실 산고를 했다. 또 다른 사고 방지를 위해서였다. 내일 여권 사진 3장과 도장, 그리고 발급 수수료5만2천원을 지참하고 꼭 오란다. 그래도 분실신고는 했으니 안심이다. 가방에 넣었던 엔화 3천 엔과 아끼던 만년필, 카메라가 자꾸 생각났다. 아깝다. 조그만 실수가 큰 불행을 가져오다니...
택시를 타고 동해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춘천 행 버스가 1시간 30분 후에 있단다. 속이 타고 안타까운 마음에 맥주 한 캔을 사서 마시니 조금 나아졌다. 집에 돌아가면 아내에게 뭐라고 말하지. 참 안타깝다. 어디서 들리는지 이혜리의 “당신은 바보야” 라는 노래 가락이 구성지게 들린다. 바닷가로 나와 눈을 감고 들어본다.
바보야
사랑엔 약한 것이 여자라지만
그 마음 몰라주는 무정한 남자의 마음
한 사람 품안에서 잠들고 싶은
그 마음 모르는 사람
당신은 바보야 당신은 바보야
내 마음을 모르는 사람
당신은 바보야 당신은 바보야
사랑을 모르는 바보
당신은 바보야 당신은 바보야
내 마음 몰라주는 당신은 바보야
나는 정말 바보다 바보다 헛 똑똑이다. 이 멍청아! 혼자 말로 중얼 거리며 춘천행 시외버스에 올랐다. 옛 성인의 말씀이 옳다. 아무리 잘 계획하고 준비한 들 무엇 하랴. 방심은 금물인 것을 다시금 느끼며 다음 기회를 기대해 본다. 집에 와서 나 왔어요 하니 아내가 당신은 바보인가 봐 한다. 이 일이 있은 후 에는 친구모임에서 절대 외국여행 다니는 소리를 하지 못한다. 넌 일본도 코앞에서 물거품으로 만들어 놓고 뭐 할말 있어. 이 바보야 하기 때문에 경청만 한다.
첫댓글 제 마음이 조마조마 했네요. 동해항 국제 여객터미널에서의 난감한 선생님을 생각하면 죄송하지만
귀한 경험을 이렇게 글로서 일깨워 주시니 감사합니다. 방심은 금물이라는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예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하루되세요
참 난감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