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들의 가슴 속 어떤 깊은 곳에서: ‘혜화동(응답하라1988 OST)- 박보람’을 듣고 >
어릴 적 들었던 통닭 트럭 지나가는 소리를 떠오르게 하는 이 노래는 우리를 가슴 속 깊은 곳에 머물러 있는 추억 속으로 스며들게 한다. 잔잔한 배경음악, ‘어릴 적 넓게만 보이던 좁은 골목길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등의 가사들이 우리들의 잊혀진 유년 시절을 상기시킨다. 기쁨과 슬픔, 미움, 근심, 사랑, 즐거움 이 감정들을 모두 마치 주마등처럼 한 번에 떠오르게 하는 ‘혜화동’이라는 음악은 우리를 모두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도록 도와준다.
이 노래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OST로, 어린 시절의 자신들을 회상하는 어른이 된 우리의 시점을 담은 노래이다. 우리는 학창 시절에 모두 부모님 곁에서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지만, 20살이 되면 각자가 선택한 길로 나아가기 위해 흩어지게 된다. 나 역시 대학에 재학 중이기 때문에 나의 고향 동두천에서 떠나 춘천에서 외로이 살고 있다. ‘언젠가 돌아오는 날 다시 만나자 하네, 내일이면 아주 멀리 간다고’라는 이 노래의 가사처럼, 자주 본가에 갈 수 있을 줄 았았던 나 역시 현생에 치여 다시 돌아갈 날만을 기약하고 있다. 이 음악을 듣다 보면, 우리가 흩어져 자주 볼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천천히 가도 된다고 위로하듯, 잔잔하고 느린 배경음악이 우리의 귀를 감싸 안는다.
20살이 되는 순간, 앞으로 부모님과 거의 같이 살지 못하게 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빠르다면 빠르고 늦었다면 늦은 ‘20살’이라는 청춘 앞에 오는 시련들을 우리는 애써 눈을 감고 외면한다. 어쩌면 인정하기 싫은 걸지도 모른다. 어린이와 어른 그 사이 과도기에 서 있는 스물이라는 나이는, 우리가 역경을 겪음으로써 성장하게 한다. 처음으로 남들 앞에 혼자 서서 스스로 일을 해결해야 하고 자신의 앞가림을 직접 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다정한 옛 친구 나를 반겨 달려오는데’라는 가사를 보며 나는 느낀다. 고향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는 매우 신나고 즐겁지만, 헤어지는 그 순간은 그 어느 순간보다 공허하고 쓸쓸하다고.
사람들의 품 안에서 처음으로 내디뎠던 이 세상은 생각보다 험하고 무서웠다. 하지만 항상 행복한 날만 있다면 우리는 행복이라는 단어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쓸쓸함의 미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 미학으로부터 우리는 왜 ‘혜화동’과 같은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저려오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쓸쓸한 세상 밖에서 살다가 따듯한 세상 안으로 돌아왔을 때의 기쁨을 우리는 맛보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노래를 듣고, 굳이 우리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항상 번쩍거리는 인생만을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처음 겪어보는 사건들로부터 우리는 스스로 배우고 성장한다. 서툴고 어리숙한 모습이 당연한 인간의 모습이다. 고향을 그리워하고 그때 그 시절의 향수에 잠겨 있는 것도 좋다. 과거의 추억을 통해 현재의 시련을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실패해도 괜찮다. 그 실패를 발판 삼아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천천히 가더라도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나 성공한 우리들의 청춘을 추억할 테니 말이다.
국어교육과 202313977 이지원
첫댓글 이지원 학생, 참 잘했어요^^ 지원 학생 생각이 잘 반영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