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쓴 걸리면 3시간이란 글에 누군가 댓글에 술에 취하면 여기저기 전화를 거는 술버릇이 있는 사람이 있다는데 제 친구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다시 전경대 분대장 시절. 제가 근무했던 103전경대에는 고교 동기동창이 3명 있었습니다. 술붕어 5소대 3분대장, 소*령(본부 작전담당), 김*현 (5소대 1분대).
어느 날 야간 근무를 마치고 오전 취침 준비를 하고 있는데, 소대장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 박 순경 큰일 났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수류탄 숫자를 세어 보니 한발이 없어졌는데 새벽에 휴가를 나간 김*현이 가져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사고치기 전에 잡아오라는 소대장님의 엄명에 본부에 있는 소*영을 불러내어 지나가는 트럭을 잡아타고 부안 시외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여 이리로 가는 버스를 타려다 보니 이 자식이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가방을 뒤져보니 수류탄 한 발이 나왔습니다.
“ 야! 이 새끼야 너 미쳤냐? 왜 수류탄을?” " 혜숙이 죽이고 나 죽을란다." “ 죽는다는 놈 말릴 수는 없고 이유가 뭐데?” 사연인즉 옆집에 사는 친구 동생 혜숙이를 좋아했는데 데이트 신청을 하자 대학도 못 들어간 놈과는 쪽팔려서 사귈 수 없다고 하자 같이 죽으려고 했다는 것 이었습니다. “ 야! 이 시발놈아 디질라면 니 혼자 죽지 왜 혜숙이는 끌고 들어가?“ “ 그리고 기왕 나왔으니 디질 때 디지더라도 이리에 가서 혜숙이도 만나보고 저승 갈 놈 이별주나 마시고 들어가자.” 그런데 혜숙이를 만나 대화를 해보니 최소한 대학이라도 들어가면 만나 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사랑의 힘은 위대했습니다. 당구나 치며 빌빌거리던 놈이 공부를 하기 시작하더니 군에 있을 때 원광대 행정학과에 합격 한 후 대학 3학년 때 경찰간부후보생 시험까지 합격을 해 버렸습니다. 그 후 혜숙이는 경상도로 교사 발령을 받아 갔고 몸이 멀어지면 정(情)도 멀어지는 것인지 결국은 헤어지고 결혼은 원광대 메이퀸 출신과 했습니다. 그 녀석 출세하여 치안감 달고 서해해양경찰청장 하다 세월호 사건으로 파면된 후 직무유기로 재판을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고 죄책감으로 초야에 묻혀 김제에서 파프리카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 술만 취하면 나에게 전화를 걸어 미주알 고주알 씨불대다가 코 고는 소리가 들립니다. 전화를 하다가 자는 것입니다.
그때 수류탄 터트려 죽게 내버려 두었으면 지금쯤 저승에서 꽤 고참이 되었을 텐데? 그 친구 총경을 달고 목포해양경찰서장을 할 때 목포지역 해군사령관이 고교 동기동창 함원용 제독이었으니 서해를 우리 동기동창들이 지킨 셈입니다.
첫댓글 남자의 근성 욱하는 성질
본성은 아주 착한 천사일겁니다
그럼요
남에게 해 안 끼치는 착한 성격이죠
즐거운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