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생 가운데 뛰어난 선수가 많다.(구)자철이 형은 고등학교 선배다.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생일이 빨라 지난 시즌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데뷔했다. 언뜻 보면 굼떠 보이지만 순간 움직임이 빠르다.
(기)성용이는 체격이 좋고 롱패스가 정확하다. (이)승렬이는 골 결정력이 있고 발기술도 뛰어난 편이다. 고등학교 때 한 번 맞대결 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 때 가장 유명한 선수는 누구였나. 조영철은 1989년생 가운데 유일하게 올림픽대표팀에 뽑혔는데.주위에서 “누가 넘버원이다”라는 얘기를 주고받기는 한다. 그렇지만 서로 의견이 다르고 선수들에게 밝히지도 않는다.
조영철은 고3 때 일본 J리그의 요코하마 FC로 갔는데 어떤 선수인가. 잘 모른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고등학교 때는 (조)영철이가 뛰는 경기도 본 적이 없다. 저돌적이고 빠르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최근에 영철이가 나온 경기를 본 적이 있다. 과테말라와 올림픽대표팀 평가전에서 처음으로 영철이가 뛰는 것을 지켜봤다.
확실히 나와는 스타일이 다르다. 나는 골을 넣기 보다는 패스를 좋아한다. 올림픽대표팀 예비 명단에 함께 이름이 올랐는데 나는 떨어졌고 영철이는 베이징에 간다.
그렇다고 실망하지 않았다. 올림픽대표팀 박성화 감독님의 스타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라이벌로 불릴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를 마친 뒤 바로 K리그에 뛰어들었는데.감독님은 대학에 가라고 했다. 그렇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K리그에 갈 실력이면 하루라도 빨리 프로 무대에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요즘엔 프로에 진출하는 친구들보다 대학에 진학하는 친구들이 많다. 주위에서 그런 쪽으로 몰아가는데 부모님은 나에게 모든 걸 맡겼다.
주위에서 칭찬을 많이 한다. 플레이가 독특하다고 하던데.어렸을 때부터 스페인축구를 좋아했다. 힘을 앞세운 영국축구와 비교하면 스페인은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가 많다. 스페인축구를 자주 보다 보니 내 플레이도 그렇게 변해갔다.
고등학교 때는 드리블이 많았고 침투 패스를 즐겨 했다. 전북 현대에 입단하고 나서는 간결한 플레이로 바뀌었다. 드리블이 많아 이흥실 코치님에게 혼났다.
덕분에 패스 타이밍이 빨라졌다. 벤치에서 경기를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경기 내용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조금씩 플레이가 좋아지는 것 같다.
드리블이 필요 이상으로 많으면 고교 경기에서는 불호령이 떨어지는데.그렇다. 아직도 많은 지도자들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는 식이다. 그런데 내 경우는 조금 다르다. 중고교 때 드리블을 그만하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드리블이 많은 편이라고 하지 않았나.많이 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까지는 그런 얘기를 듣지 않았다. 결과가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웃음).
전북 최강희 감독은 서정진 선수의 드리블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전북에 와서는 드리블을 자주 못한다.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 팀 전술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고 있기 때문에 예전의 플레이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는 아쉬운 점도 있다. 감독님께 얘기하면 안 된다(웃음).
플레이만큼 생각도 독특하다고 하던데.그건 잘 모르겠다. 다른 선수들처럼 그냥 승부 근성이 있는 정도다. 어떤 상황에서도 패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패스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수비에 겹겹이 싸여 패스가 여의치 않으면 발바닥을 사용해서라도 패스를 해야 한다.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패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19살인데 유럽 명문 클럽에서 훈련을 한 적이 꽤 많다.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아 좋은 기회를 많이 잡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네덜란드의 PSV 에인트호벤에 갔다. 2주 정도 훈련을 했는데 좋은 경험이었다.
그때 청소년 연령대에서는 유럽선수보다 한국선수들의 실력이 더 좋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성인이 되면서 기량 차이가 난다는 얘기인데 그 이유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이영표는 상황 대처 능력의 차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유럽선수들은 상황에 맞는 움직임을 어려서부터 몸으로 익힌다는 얘기다. 그런가. 그래서 유소년 교육 프로그램이 중요한 것 같다. 우리는 무작정 뛰라고만 하니까.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에인트호벤뿐만 아니라 토트넘 핫스퍼에서도 훈련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잠깐 시간을 내 토트넘과 프랑스 FC 메스에 갔다. 고3 때는 네덜란드리그의 AZ 알크마르를 찾았다.
그때는 연수가 아닌 입단 테스트 성격이었다. 당시 AZ 알크마르는 루이스 반 할 감독이 이끌고 있었고 에인트호벤, 아약스 등과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반 할 감독이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유소년팀 감독의 지휘 아래 테스트를 받았는데 결과적으로는 얘기가 잘 안됐다. 그쪽에서는 유소년팀에 입단하라고 했지만 주위에서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했다.
전북에서 프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데. 아직 선발보다는 교체 출전이 많다. 전북은 (김)형범이 형과 (정)경호 형 그리고 (최)태욱이 형 등 측면에 뛰어난 선수가 많고 상대적으로 가운데 허리가 약하다 보니 내 위치가 자연스럽게 수비형 미드필더로 굳어진 것 같다.
공격적인 재능이 뛰어난데 아쉽지 않나.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전북은 포메이션 변화가 잦은 팀이다. 그동안 19경기를 뛰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공격적인 임무를 맡은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때 보다 과감한 플레이를 했다면 내 위상이 지금보다는 높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19살인 나를 믿고 경기에 내보내 주는 최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한편으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충분한 기회를 얻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외국인선수가 영입돼면 기회를 잡기가 더 어려워지겠지만 물러서지 않고 겨뤄 이겨낼 것이다.
최감독은 지난해 19살이던 이현승에게도 많은 기회를 줬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이)현승이 형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투입하려 했는데 팀 상황 때문에 여의치 않은 것 같다.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 현승이 형과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 요즘 꽤 힘들어 하고 있다. 경기 얘기는 잘 안한다. 서로의 자존심은 지켜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크게 혼났을 때는 언제인가. 경기 도중 교체로 들어갔을 때 자주 혼났다. 체력이 있는 만큼 다른 선수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플레이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감독님께서 아쉬워하셨다.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감독님에게 칭찬 들었을 때도 있는데(웃음).
그렇지 않아도 물어보려고 했다. 부산 아이파크와 시즌 개막전을 마치고 연습경기를 했는데 내가 우연히 골을 넣었다. (이)현승이 형이 그때 공격형 미드필더였고 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감독님이 그때 생각을 굳혔던 것 같다. 평소 감독님은 선수 시절 경험담을 곧잘 들려 준다. 프로선수는 몸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얘기다. 술과 담배를 끊고 나서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뽑혔고 30살 넘도록 뛸 수 있었다고 한다.
올림픽 휴식기에 앞선 마지막 경기가 서울전이었다. 올 시즌 8번째로 선발로 나섰는데. 전반전에는 경기가 잘 안 풀렸다. 하프타임에 감독님이 ‘잘 하고 있다. 주눅들지 말고 자신감 있게 플레이를 하라’고 말씀 하셨다.
시간이 흘러 경기장 분위기에 적응이 되다 보니 후반전에는 내 의도대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비가 왔고 워낙 치열한 경기였기 때문에 힘들었다.
후반전에 교체됐는데 만약 90분을 모두 뛰었다면 다른 선수들처럼 나도 그라운드에 쓰러졌을 것이다. 아직 체력과 몸 싸움에 문제가 있다.
요령이 있으면 몸집이 작아도 몸 싸움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몸을 낮춰 균형을 유지하면서 넘어지지 않는 선수가 많다.
K리그에서 10대 선수들이 실력에 비해 낮게 평가된다는 말에 공감하나. 없지 않아 그런 측면이 있는 것 같다. 팀마다 사정이 달라 딱 부러지게 얘기할 수는 없다.
그러다 보니 선수 생명이 짧아지는 것 같다. 국내 선수들의 전성기는 언제쯤일까. 선수마다 다르다. 그리고 하기 나름인 것 같다. 어린 나이에 데뷔하면 프로 생활을 보다 오래 할 수 있을 것이다.
K리그에서 어린 선수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다는 소리도 있다. 최감독의 경우 무작정 선수를 믿고 밀어 준 적은 없나.
전북은 올 시즌 첫 단추를 잘못 끼었다.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 막판 실점해 시즌 초반 1-2로 진 경기가 많았다.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님이 후반 막판 공격 진영으로 올라가라는 지시를 많이 내렸는데 경험이 없다 보니 오히려 수비에 구멍이 생겼고 추가 실점을 했다. 감독님은 10대 선수에 대한 편견이 없는 편이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프로에 뛰어든 걸 후회한 적은 없나. 없다. 대학에 갔어도 열심히 운동을 했겠지만 지금 만큼은 아닐 것이다.
드래프트로 입단할 구단이 결정되는데 전북 유니폼을 입게 된 것에 대해 서운하지는 않았나. 드래프트 결과에 대해 서울의 이영진 코치가 아쉬워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코치님과는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그래서 아쉬워하셨던 것 같다.
전북 유니폼을 입은 데 대해 아쉽거나 후회해 본 적이 없다. 전북이 아닌 다른 팀으로 갔다면 지금처럼 많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지금 당장은 아니고 언젠가는 유럽에 진출해 이름을 떨치고 싶다. 기술 축구를 하는 스페인으로 가고 싶다. 선수들끼리 평가를 할 때는 각자의 잣대로 본다.
기술이 좋은 선수는 기술이 뛰어난 선수를 훌륭한 선수라고 한다. 힘이 좋은 선수는 투지가 넘치는 선수를 뛰어난 선수라고 얘기한다.
축구는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으므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는 힘보다는 기술이 뛰어난 선수를 높게 본다.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리오넬 메시가 내 기준으로 봤을 때 뛰어난 선수다. 내가 스페인리그에서 뛰고 싶은 이유다.
작은 발
전북 현대의 미드필더 서정진(19)은 발 크기가 작다. 245mm 축구화를 신는다. 일반인들보다도 작다. 주위에서는 '여자 발'이라며 놀리곤 한다.
작은 발은 축구 경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공이 발에 맞는 면적이 좁다 보니 강하고 정교한 슈팅이 어렵다.
실제로 서정진은 슈팅 등 마무리에 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교체 출전이 많기는 하지만 올 시즌 뛴 19경기에서 9번의 슈팅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서정진은 "발 크기가 작아 슈팅 훈련을 많이 하는데 크게 좋아지지는 않는다. 개인 훈련으로 약점을 극복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다 보니 슈팅 훈련에 점점 더 소홀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SPORTS2.0 제 115호(발행일 8월 4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