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대부분 초기에 뚜렷한 증상을 보이지 않아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한다. 다만, 일부 암은 의외의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평소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변화가 암의 신호일 수 있는 만큼,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이 반복되거나 지속된다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심한 식은땀더운 날 며칠간 땀을 흘리면서 자는 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식은땀이 2~3주 이상 계속된다면 이상 신호다. 체코 종양 전문의 지리 쿠베스 박사는 “방이 시원한데도 잠옷과 침구가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는 증상은 혈액암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혈액암은 조혈기관과 골수 등에 생기는 암으로, 백혈병이나 다발성 골수종, 악성 림프종 등이 있다. 혈액암 세포가 분비하는 염증 물질에 우리 몸이 대응하는 과정에서 땀을 흘리게 된다. 식은땀과 함께 한 달에 3kg 이상 체중이 줄고, 지속적인 피로,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의 통증 없는 부종 등이 나타난다면 진료가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에서 40대 남성이 잠을 자면서 식은땀을 흘리고,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피로를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사례가 있다.
◇피부 가려움증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연구진에 따르면, 가려움증이 있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악성 종양이 있을 가능성이 5.76배 높다. 미국 암 협회는 연고나 알레르기 약으로 호전되지 않고 오래 지속되는 가려움증은 혈액암 신호라고 했다. 실제로 두 달 동안 가려움증으로 불면증까지 겪은 16세 여성이 호지킨 림프종으로 진단받은 뒤, 항암화학요법을 시작하고 가려움증이 호전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림프종이 생기면 암세포와 이를 공격하는 면역 세포가 혈류로 화학 물질을 분비한다. 이 물질이 온몸을 순환하며 신경 말단을 자극해 가려움증을 일으킨다. 피부 T세포 림프종에서는 암세포가 피부에 증식해 붉은 비늘 모양 반점을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려움증이 점차 퍼질 수 있다. 골수 기능 이상으로 적혈구가 과도하게 생성되는 진성 적혈구증가증은 물과의 접촉이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가려움증이 2주 이상 계속되거나, 수면을 방해하거나,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경우 의사와 상담한다.
◇야간뇨초기 전립선암은 대개 증상이 없지만, 드물게 밤에 소변을 자주 보는 야간뇨 증상이 나타난다. 미국 국립 암 연구소는 종양이 성장하면서 요로 폐색이 생기고, 이로 인해 절박뇨, 야간뇨, 자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소변을 보는 야뇨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배뇨 장애와 함께 발기부전, 피로감, 의도치 않은 체중 감소가 생기고, 뼈로 전이된 암으로 인해 엉덩이, 허리, 가슴 등에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싱가포르 국립대 연구진의 암 연구 프로젝트 ‘암 이야기(Our Cancer Stories)’에는 밤에 화장실에 자주 가는 증상과 함께 배뇨 시 통증, 소변 줄기가 약해지는 현상,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1기 전립선 선암 진단을 받은 미국 남성의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멈추지 않는 딸꾹질딸꾹질은 대개 20~30분 내에 저절로 멈춘다. 하지만 48시간 이상 딸꾹질이 계속돼 먹고 마시는 능력, 집중력, 수면, 말하는 능력이 저하되면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암 의학(Cancer Medicine)’ 저널에 따르면, 암이 횡격막 신경, 미주 신경, 교감 신경을 손상시키거나, 횡격막에 직접 자극을 가해 딸꾹질을 유발할 수 있다. 종양으로 인해 전해질 불균형이 생겼을 때도 나타난다. 식도암이 생겼을 때도 딸꾹질이 나온다. 아일랜드 연구진이 식도암 환자 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7%가 딸꾹질 증상을 호소했고, 6%는 딸꾹질 때문에 처음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9%는 딸꾹질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났다.
몸 가려운 게 암 징후? ‘혈액암 의심 신호’ 3가지
조혈기관, 골수, 림프 등에 생기는 암을 혈액암이라고 한다. 혈액암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특별한 피부 질환이 없는데 온몸이 가렵거나 멍이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다면 혈액암을 의심하고 정확한 진료를 받아 봐야 한다. 지나치기 쉬운 혈액암 증상을 살펴봤다.
◇가려움증 호지킨 림프종은 림프계에 발생하는 혈액암의 일종으로, 림프 세포 염색체 변화에 의해 생긴다.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림프절이 커지고 단단해지는 게 특징이다. 만성 가려움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호지킨 림프종 환자의 약 30%가 가려움증을 겪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임상 의학 저널 ‘커티스(CUTIS)’에는 이와 관련한 환자 사례가 실리기도 했다. 16세 남성의 피부에서 광범위하게 긁은 자국이 있었지만 피부 병변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목과 쇄골 부위에서 림프절 비대가 관찰됐다. 림프절 절제 검사 결과 의료진은 남성을 호지킨 림프종으로 진단했고,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시행했다. 환자의 가려움증은 항암화학요법 2주 만에 현저하게 호전됐다. 미국국립암연구소는 혈액 응고와 혈관 확장 등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키니노젠 농도가 증가하고, 종양으로부터 히스타민 등의 물질이 방출되면서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사라지지 않는 멍별다른 충격이 없는데도 멍이 자주 생기거나 사라지지 않는다면 진료를 받아 보는 게 좋다. 미국암학회에서는 백혈병, 비호지킨 림프종, 다발성 골수종, 골수이형성증후군, 발덴스트롬 거대글로불린혈증 등의 암에서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암이 골수 내 조혈 세포에 영향을 주면 신체의 혈소판 생성 능력이 떨어지고, 혈소판 수치가 낮아진다. 이로 인해 멍이 들거나 출혈 발생 시 잘 멈추지 않는 현상이 생긴다. ‘인도 피부과 온라인 저널(Indian Dermatology Online Journal)’에는 43세 남성이 6개월 동안 팔, 아랫배, 무릎, 다리 등 전신에 간헐적으로 반점성 멍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증상을 겪고 내원했다가 만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진단받은 사례가 실리기도 했다. 미국암학회는 평소보다 멍이 쉽게 들거나 출혈이 심한 경우, 어둡거나 밝은 붉은색을 띠는 구토를 할 경우, 붉은색 또는 검은색 변을 보면서 어지럼증과 균형 장애가 있을 경우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베개가 젖을 정도의 식은땀
덥지 않은데 밤마다 옷과 침구가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는 것도 의심 증상 중 하나다. 이런 증상이 지속되고 발열, 체중감소, 피로가 동반될 경우 백혈병이나 림프종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호지킨 림프종의 25~50%에서 심각한 야간 발한, 체중 감소, 발열이 동반된다. 실제로 20세 백인 여성이 림프절 비대와 발한 등을 호소하며 내원했다가 호지킨 림프종으로 진단받은 사례가 있다. ‘혈액(Blood)’ 저널에서는 종양에서 생성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발열, 야간 발한, 체중 감소 등 전신 증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