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이 턱이 많아
- 정수자
어쩌다 턱을 찧고 지나쳐온 턱을 보니
어찔한 빌딩 너머 능선이 더 벌겋다
멍든 채 저녁을 넘는
세상의 문턱마냥
멀쩡한 보도에서 턱 치는 턱이 솟듯
오래 본 사람이 일없이 등을 치고
턱없는 실연만 같은
어혈이 잦은 즈음
문턱에 걸렸는데 손목이 부서졌네
문자에 걸린 채 짙어지는 멍을 쓸다
멍멍히 되짚어 본다
턱 많은 생의 바깥
ㅡ 《가히》(2024, 여름호)
*************************************************************************************
고속도로에는 과속방지턱이 필요없지만, 일반도로에는 숱한 턱이 있습니다
인생길에도 마찬가지여서 주변환경에 따라 가지가지 턱이 존재합니다
그래도 벼락출세하는 이들도 가끔 보이니까 위법과 일탈이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달포 전에 텃밭 울타리를 넘다가 발을 헛디뎌 언덕을 구른 적이 있었는데
아직까지 가끔 갈비뼈 부위가 욱신거릴 때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살짝 금이 갔던 게 아닐까 싶지만 큰 지장이 없어서 그럭저럭 견디며 살고 있습니다
멍든 곳도 시간이 지나면 본래로 돌아가고, 죽을 것 같던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옅어 집니다
문턱이든 유리천장이든 이미 자나친 장애물이었을 뿐입니다
이제 곧 어혈도 풀리고 멍도 사그러질 것이니 오늘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