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남지 않은
한 해는
늦가을이 되면서
벅차게 바빠지고 있었다
생각지 못한 딸아이에 재취업으로
코로나로 인해 지루한 하루를 보내던 차,
쉽게 오케이라는 대답이 일주일 후에
현실로 와버린
바쁜 일과
안 하던 일과는 대답과는 달리
삐끄덕 거리는 골반뼈와 무릎에서
시작되고 한 달이 되도록 더 심해지는 쪽으로
내 달리기 시작했고
결국은 병원으로 아침 일찍
방문하는 지경에
몇 주를 이어가며
초등학교 일 학년 짜리를 만나기를...
그런 데다
밭에 심어놓은 고추는 3년 농사에 가장 풍년이었다
일주일이 되기 무섭게 붉어져
남편이 혼자 하기엔 무리인 듯해
날이 밝아오면
이슬이 거치지도 않은
고추를 따기 시작해 오전 9시가 다 되어서
집으로 돌아와
아침을 먹고
내 맘과는 달리 모든 걸 대충 치우고 걸어서
40분 남짓한 딸네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내생에
이렇게 바쁜 가을이 시작되었다
하교한 아이와
집으로 와" 할머니 10분 쉬면 안돼요.
10분이 얼마나 놀기엔 짧은 시간인지 알지 못하는
아이는
학교에서 하던 대로 10분만 쉬고
숙제를 하겠다고 한다
그러라고 하고는 30분은 쉬고 나서
목요일이면 받아쓰기
시험문제를 세 번 쓰고
내버려 두었더니
점점 받아쓰기 점수는 바닥을 친다
안 되겠다 싶어
숙제를 하고 나면
실기에 들어가
받아쓰기 예행연습
,
다음 주부터는 100점
확실하게 보여주는 그 재미가 솔솔 해
이젠 숙제며
모든 공부는 할머니와
무조건 칭찬에서 칭찬으로 끌어안고
잘했어로 ,
저녁 나의 집으로 돌아오면
먼저 밭으로 가본다 마음은 하루 종일 밭에
일들이 걱정이 된다
따 놓은 고추를 손질하고
하루를 숙성시켜
이틀 후 건조기가 있는 집안에
형님 집으로 새벽같이 가
지하수 물을 틀어 깨끗이 씻어
바구니에서 물을 빼
건조기 판에 한겯으로 펴 건조기에 넣으면
다 말랐다고 전화를 주시면
가지러 간다 가을 동안 그렇게
말린 고추는
비닐봉지체로
비닐하우스에 모와 놓기만 하다 보니
나는 그렇게 많을 줄 몰랐다
추석이 막 지나고
안 되겠다 싶을 때 집안에 형님은 어느새
팔을 곳을 다 예약해 팔고 있었다
고추는 추석 전에 팔아야 한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어
어찌할 수가 없었다
남편이 하는 말
뭘 팔아 이참에 신세 진 분들께
가루로 10근씩 나누어 주자고는 제의
나도 모르겠다 어쩌든 누구를 주어도
주어야 해야겠기에
6kg식 친구며 누나 동서 등 주고
고추장도 조금밖에 안 남았고 해서
12kg은 고추장을 담기로 계획을 잡았다 삶은
보리쌀을 엿기름 달인 물을 식혀
메주가루와 소금을 짭짤하게 섞어 32시간을
건넌방에 이불을 덮어 삭혔다
처음 시도해보는 거라 열어보는 순간까지 내내 걱정을 했지만
그런대로
물엿과 남겨놓은 메주가루
고추가루 소주 한 병 작은 것으로 엿기름 남은 물과
조금씩 섞어가면서 큰 다라로 4분에 3 정도 되었다
청양고추 가루를 섞지 않은 것은
언니와 둘째 오빠
섞은 것은 우리와 동생 셋째 오빠
통마다 구별을 해
다음날 최종 간을 보고는 담아두었다
나는 허리가
없었지는 줄 알았다
이젠 김장이 남아있는데
잠을 설치게 하는 걱정
다 시간이 해결해 주건만 ,
다음 주는 김장이다
목요일 일찍 밭으로 가
배추를 조금이라도 다듬어 놓으려고
뽑아보니 10일 전에도 괜찮았던 배추는
줄이 가면서 누렇게 말라가고 있었다
벗기고 또 벗기고 완전 쌈배추 정도로...
이게 뭐라고 가슴이 철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나
이쪽저쪽을 쪼개 봐도 다 닮은꼴 ㅠ ㅠ
틀렸구나 싶어
다듬어 놓은 것만 포대자루에 넣어 그늘 쪽에 가져다 놓고는
시간이 바빠 딸네 집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저녁이 되어
남편이 데리러 오겠다는 전화가 왔다
아침 일찍
유 씨 집안 큰 시제에 참석하고는 오후에 와
배추를 다 다듬어 놓았다고 한다
"오빠네 못 주겠다 배추 모양을 보니'
핑계 김에 우리나 먹고 말지 하고 대답을 했더니
그러지 말고
조금 배추를 사자고 한다
그 참 농협마트로 가
마침 배추가 3통씩 담아놓은 것이 11000원씩
비싸다는 소문보다는 괜찮은 값이었다
그렇게 배추 10묶음 30개를 추가해
심은 것과 토요일 절이기 시작했는데 웬걸
이게 적은 게 아니었다 30개 추가는 너무 많았다
시작은 했으니 어쩌겠는가
동생 댁. 우리 딸. 동생네 조카까지 네 명이
오전 10에 시작해서 포장까지
저녁 5시가 넘도록 진을 뺏다
5집을 40Kg 정도 담아서 다음날 갓김치 총각김치
조금씩 배달까지 산타페 우리 15년 차 자가용이
잘 갈까 싶다 인천까지
어쩌든 문 앞까지 다 나누고 주고
언니네 끝으로
거기서 언니가 한정식 저녁을 거 하게 사주어
먹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수없이 기도를 했다
끄덕거리며
올 한 해를 이렇게 마무리 한다 휴,
첫댓글 영숙님. 요즘 안보이신거이 무슨일 있으신가 걱정했는데요
세상에나 넘 바쁘게 살으셨어요
절대로 허리.어깨.다리.무릎.아프면 큰일이니
부디.무리하지 마시고 몸부터 챙기신후 딸네 도와주시길요^^*
많이 바빠지요
여러가지 역할을 하느라고 ,
그래서 허리도 많이아파 병원도 다니고 ㅎㅎ
주는 것도 습관인 듯 합니다
때가되면
나 먹을 생각없이
누구누구 주어야지 하고
계산하지요
지병이예요
고생스럽기는 해도
것도 꽤 괜찮은 행복 같습니다
걱정해주시니 늘 고마워요
좋은 글 로
인연됨이 더 기쁘구요
편안한 저녁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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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그렇지만 참 재미나게 사셨습니다...
고운 일기장에 마음 한 자락 살포시 얹어드립니다...._()_
일상이 별다를게 없는 요즈음이지요
언제나 님의 성의 넘치는 글을 잘 보고 있습니다
곁에 가까이 가면
님의 이름처럼 좋은 향기로
나를 달랠때가 많지요
늘 좋은글 쓰시길 바래봅니다
고마워요 들러주셔서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