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안정펀드 투입에도 우려
"사업 시작도 못하고 접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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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 중인 각종 개발사업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길어지는 경기침체 상황에서 터진 강원도 레고랜드발 돈가뭄 탓이다. 지방채·지방공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민간개발은 물론 공공개발까지 속수무책으로 무산될 상황이다.
26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자체들이 추진 중인 대형개발사업이 곳곳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대전시가 추진 중인 대전역세권 개발사업, 충남도가 공을 들이고 있는 안면도 개발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모두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이고, 해당 자치단체장들이 민선 8기 핵심 공약으로 들고 나선 정책이다.
광주시가 추진 중인 민간공원특례사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공원개발사업에 참여한 한 업체는 3000억원 지급보증을 섰다가 최근 이를 연장하기 위해 기존보다 3배 가까운 이자를 떠안아야 했다. 이 업체의 신용등급은 AAA다. 결국 사업 자체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채권시장 경색으로 민간개발뿐 아니라 공공·공영개발도 추진하기 힘들어졌다. 인천도시공사가 24일 채권입찰을 진행했는데 목표액 300억원인 3년물이 응찰자가 부족해 유찰됐다. 한달여 전 5년물 500억원이 유찰된 사례가 있었지만, 당시는 응찰자 부족이 아니라 높은 응찰 이자율이 문제가 됐다. 이번처럼 응찰자가 모자라 유찰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인천도시공사는 신용등급이 AA+로 낮지 않다.
경기지역 공공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신용등급 AA인 과천도시공사의 경우 최근 6.2%의 높은 금리로 6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려 했으나 투자자를 찾지 못해 전액 유찰됐다.
지자체들은 경기회복이 되기만 손 놓고 기다려야 하는 신세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금 같은 자금경색이 지속되면 개발사업은 시작도 할 수 없다"며 "대부분 지자체가 민선 8기 주요 정책을 수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이미 진행 중인 사업도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전국 지자체의 보증채무 이행 의사를 확인하는 등 투자자 안심시키기에 나섰지만 한 번 얼어붙은 자금시장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채권전문가들은 정부가 채권시장 안정펀드 가동을 발표하고 유동성 위험이 커진 증권사 기업어음(CP)까지 매입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부동산 경기 둔화와 시중 유동성 등을 고려할 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시장에서 유동성 위기는 여전하고 금리는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의 후폭풍이 우량기업 자금조달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단기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커졌다"며 "올해 연말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 등을 고려할 때 단기자금시장이 쉽게 안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