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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축구 그리고 군대.
세 개의 키워드 중 2개를 골라 조합하면 어색할 것도 없는데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조합한다는 건 어째 잘 상상이 안 된다. 하지만 '여자축구 활성화를 위해 팀을 늘려야 한다'고 뜻을 모은 대한축구협회, 문화관광부, 국방부가 이번에 대단한 창의력(?)을 발휘했다. 지난 3월 국내 다섯번째 여자축구 실업팀으로 부산 상무 여자축구단을 창단한 것이다.
'상무에서 군인 신분으로 축구를 할 여자 선수를 찾습니다' 라는 모집공고가 나고. 지난 2월 입단 테스트를 거쳐 선발된 17명의 선수들은 어느새 14주 군사훈련까지 마치고 여군 하사관이자 실업축구선수로 발을 내디뎠다.
창단 6개월째이지만 꼬박 3개월 반동안 군사훈련을 받았기에 축구장에서 손발을 맞추는 것은 이제 고작 한달째. 오는 10일부터 강원도 화천에서 열리는 제6회 추계여자축구연맹전에서 데뷔무대를 갖기 위해 훈련중인 상무 여자축구들을 만나러 경기도 성남의 국군체육부대를 찾았다.
◇17명의 여자축구선수, 상무에 뛰어들다.
지난 6월말 14주 군사훈련을 마치고 하사로 임관한 선수들은 7월2일 자로 상무(국군체육부대)에 전입했다. 상무는 축구 뿐 아니라 야구, 농구, 배구, 하키, 핸드볼 등 각종 구기는 물론 태권도, 사격 등 각종 개인 종목의 엘리트들이 운동을 하면서 군복무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곳이다. 대부분이 남자,사병이다. 그렇다고 '금남의 집'은 아니었다. 이미 기존에 사격(10명), 태권도(2명)에 여자선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17명의 여자축구선수들이 한꺼번에 전입했다.
남자 축구 준프로팀인 광주 상무와 천연잔디구장을 나눠쓰게 된 여자축구선수들은 상무 안에 있는 아담한 2층 숙소 '화랑의 집'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새벽 6시에 일어나면 일조점호가 있고, 대화의 모든 어미는 다·나·까로 마무리지으면서 '여자들이 군대에서 축구하는'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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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하기 위해 여군이 되다
대학교 다닐때까지 축구밖에 모르던 선수들이 혹독한 군사훈련까지 견디며 여군이 된 이유는 다른게 아니다. 축구를 하기 위해서다. 지난 2월 입단테스트를 거쳐 상무에 입단한 선수들은 대학졸업하고 실업팀의 '간택'을 받지 못한 선수들이 대부분이고, 실업팀에서 뛰다 자리가 없어 진로고민을 하던 선수들이었다. 지난해까지 서울시청 소속이었던 주장 신귀영(23)은 "3년 계약이라는 것이 일단 좋았다. 원래 어릴 때부터 군인이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꿈도 이뤘다"고 말했다. 실업팀은 입단해 단 1~2년만에 방출될 수도 있지만 상무는 3년 계약이 보장되고, 1년 추가 계약이 가능하다.
좋아하는 축구를 하기 위해서라지만 엄격한 군대 규율에 따르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까. 올해 2월 여주대를 졸업한 골키퍼 이청정 하사(20)는 "여러가지 지킬 것이 많아졌지만이제 (군대식 어미)인 다·나·까도 많이 편해졌다"며 웃는다. 생각만큼 딱딱한 분위기는 아니라고 했다. 그라운드에서는 보통 '○○야', '○○언니'라는 호칭이 그냥 통용된다. 공식적이거나, 윗분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다·나·까'의 어미를 살리고, 깍뜻하게 존칭을 붙여 '○○○ 하사!'라고 부른다.
하사 첫 해 연봉은 1500만원. 그 외에 매달 훈련 보조수당이 약간 나온다. 조금만 하면 쉽게 연봉 2000만원이 넘는 실업팀 급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축구를 그만둬야할 처지에 있던 이들에게는 전혀 아쉬움이 없다. 게다가 공무원 혜택, 신분보장, 부사관 혜택, 학비 지원(50%) 등을 생각하면 메리트도 있다. 무엇보다 여기 오지 않았으면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군사훈련과 교관 교육 등이 선수들에게 삶에 대한 의욕이 된다. 열심히 노력하면 공무원처럼 안정적인 군무원으로 남는 것에 도전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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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주 훈련, 공부가 제일 어려웠다.
14주 군사훈련이 힘들지 않았을까. "군장하고 구보하느라 눈물 쏙 빼고 왔다"는 답변을 예상했는데 의외였다. 올해 한양여대를 졸업한 정옥희 하사(20)는 "사실 뛰는 것, 체력적인 것은 하나도 안 힘들더라"라는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운동하면서도 체력적인 극한경험은 어느 정도 익숙해있기 때문이다. 대신 "공부하고 시험보는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축구하는)우리들이 공부는 해 본 적이 없쟎아요. 그런데 시험때문에 새벽까지 공부도 해보고,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사병교육은 5주 군사훈련이지만, 상무 여자선수들은 부사관 교육을 받기에 14주 교육을 받았다. 사병을 가르칠 수 있는 교관능력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공부할 것이 많았다.
◇씩씩한 그녀들의 숙소 풍경
남자들이 대부분인 상무에서 이들의 숙소가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선수들을 따라 하키장이 내려다보이는 '화랑의 집' 2층으로 올라갔다. '금남(禁男)의 집'은 아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아담한 2층 기숙사로 1층은 남자 사격선수들이 사용하고 2층은 여자사격선수들과 여자축구 선수들이 사용한다. 저녁이면 1층에서 2층으로 통하는 문은 보안잠금잠치가 걸린다.
2층 복도는 마치 기숙사인양 빨랫대가 즐비했다. 생각보다 크고 널찍한 방에 들어서니 양 쪽으로 침대와 책상이 대칭으로 놓여져 있었다. 본래 여군 중사 신분으로 축구가 좋아서 입단 테스트를 통해 축구선수가 된 박윤희 중사(23)와 올해 여주대를 졸업하고 상무에 입단한 최지혜 하사(21)가 같이 쓰는 방이다. 최 하사에게 군복 좀 보여줄 수 있냐고 했더니 수줍게 웃으며 옷장을 열고 국방색 전투복과 옥색 근무복을 보여주었다. 전투복은 비상시나, 전방 견학시에 입기 때문에 사실 자주 입을 옷은 아니라고 했다. 근무복은 부대장에게 출전신고를 하고 대회를 마친 뒤 복귀신고를 할 때, 공식행사때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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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는 오전 6시 기상해 오전 6시20~30분에 국군체육부대 일조점호를 하고 체조, 조깅 등 오전 운동으로 시작된다.
◇추계연맹전에서 경험쌓고, 전국체전에서 1승!
오는 10일 강원도 화천에서 개막하는 추계연맹전이 데뷔전이다. 상무 이수철 감독은 "이제 막 손발을 맞춰보고 있다. 성적을 기대하기 보다는 일단 대회에 나가서 경험을 쌓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라면서 "그 후 가을에 열리는 전국체전에서는 가능하다면 1승을 욕심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군사훈련으로 3~4개월 이상 축구를 하지 못했고, 군사훈련 때문에 근육이 딱딱해져 있어 축구에 필요한 유연성과 순발력을 끌어올리는데 시간이 걸린다. 또 축구 공백기였던 선수들도 있어 몸을 끌어올리는데 시간이 걸린다.
이제 출발이다. 지소연(동산정산),여민지(함성중)같이 요즘 '축구천재소녀'소리를 듣는 선수들이 모인 19세 이하 청소년대표팀과 가진 8월 27일 연습경기에서는 0-3으로 완패했다. 하지만 8월30일 여주대와의 경기에서는 기분좋게 2-0으로 이겼다. 결코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단어 '군대', '여자', '축구' 가 어우러진 상무 여자축구단이 이렇게 작은 한 발을 내디디고 있는 것이다.
정가연기자 what@
첫댓글 축구저변은 이렇게 넓어지고 있네요..^^
남자아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멋진 플레이 부탁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