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음은 어디서 오는 걸가
요사이 길을 걷다보면 어디서나 꽃들을 볼 수 있다.
예쁘다.
무엇이 이 아름다운 꽃을 피게 했을까?
따뜻함의 두께가 꽃을 피게 했을까?
재롱이 들이 노란 원복을 입고 나들이 길
개나리꽃이 열을 맞추어 지나가는 줄 알았다.
노란 개나리꽃은 병아리 같은 아이들을 닮고,
그들에게서 품어 나오는 노란 내 음이 있어서 좋았다.
나는 오늘 노란에서 아이들의 순백을 느꼈다.
속살을 드러낸 벚꽃들이 하늘에서 흩날릴 때 눈꽃 같고,
진달래는 수집은 여인의 배시시 웃는 입술의 연분홍을 닮아
사랑스럽다.
하연 목련은 고고하게 빛나는 섬광 같은
차갑고 섬뜩함이 있어 좋았다.
일전에 국립 대전현충원장의
대전현충원의 얼굴 없는 천사라는 수필을 읽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
철드는 가정주부란 이름만 남긴 어느 가정주부가
지난 2015년부터 대전현충원 순국선열 묘소 앞에
꽃이 꽂힌 돌화병을 하나둘씩 몰래 놓기 시작했다.
돌화병에는 추모 문구를 남기고 날짜만 적어 놓았다.
어떤 곳에는 울타리가 되어줘서 고마워요,
가족분들 슬프지만 힘내세요.
2002년 6월 29일 제 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황도현 중사 묘소의 화병에 새겨진 문구다.
또 다른 곳에는 대한민국과 국민을 향한 헌신 기억합니다.
2017년 3월 8일에 쓴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인
해병대원 문광욱 일병 묘소에 새겨진 글이다.
그런가 하면 2017년 9월 5일에 쓴
천안함 46용사 구조 과정에서 순직한
고한주호 준위 묘소에는
기억 합니다. 지식은 경험자 앞에서 구식입니다. 라고
적혀 있었다.
이 얼굴 없는 천사는 2015년 대전현충원에 조성된
제2연평해전(6명)및 연평도 포격(2명)
그리고 합동묘역의 묘소에 돌화병을 많이 가져다 놓았다.
그 뿐만 아니라 12만 5000위가 안장되어 있는
대전현충원 곳곳에 이런 돌화병을 가져가 놓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얼굴 없는 천사는
3년 동안 드러내지 않고
여러 순직자녀들의 자녀들의 중고등학교 입학 시
교복 사는데 쓰라고 돈을 보내왔다.
2006년 공군 블랙이글스 소속 수원비행장에서 순직한
고 김도현소령의 큰 아들에게도,
당직근무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응급환자가 발생했다는 열락을 받고 출동해
환자를 이송하던 중 헬기가 추락하여 순직한
간호장교 선효선 소령의 딸에게도,
입학 할 때 교복비로 써달라고 돈을 보내 왔다.
그 분은 우편환 증서에 동봉한 손 편지에
무슨 용도로 써달라는 당부와 함께
말미에 철드는 가정주부라고만 했는데
이는 묘소에 놓인 50여 개 돌화병에 새겨진 글과 같다.
어찌 꽃이라 한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으리오.
그래, 마음을 넓게 펴 바라보면
이 세상에 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참으로 많다.
태평양 연안에 천축(天軸)잉어 라는 바다고기가 있습니다.
암놈이 알을 낳으면 수놈이 그 알을 입에 담아
부화시킵니다.
입에 알을 담고 있는 동안
수컷은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어서 점점 쇠약해지고
급기야 알들이 부화하는 시점에는 기력을 다 잃어
죽고 맙니다.
수놈은 죽음이 두려우면
입 안에 있는 알들을 그냥 뱉으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수놈은 죽음을 뛰어 넘는 사랑을 선택합니다.
이런 부성애는 어디서 오는 걸까?
이와는 다르게 모성을 보여 준
어미 거미의 사랑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미 거미는 새끼를 낳으면 자신의 피를 먹여 키웁니다.
피가 다 떨어지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식이 자라는 것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마지막 남은 한 방울의 피까지 다 주고
결국 어미는 죽고 맙니다.
이런 지극한 모성애는 어디서 오는 걸까?
그래, 마음을 넓게 펴 보면
이 세상에는 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참으로 많습니다.
어찌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동물만 못하리오.
보라. 갈라진 농부의 아낙의 손을
겉과는 달리 삶이 묻어나 온 손이 아름답지 아니하냐.
어찌 귀부인의 매끈한 손에 비교하리오.
노력하는 자는 아름답다.
바레리나의 뭉그러진 발은 보라.
겉보기는 흉하지만 노력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영광의 발이 아니더냐.
어찌 아름답다 안 할 수 있으리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병든 부모님을 돌보는
소년소녀 가장을 보면 눈물겹도록 측은하지만
한 편으로는 대견하고 아름답다.
누가 이 모두를 아름답게 보이도록 했을까?
사랑의 두께가 아름다움을 만들어 냈을까?
아니면 원초적 사랑이 겉으로 나타 나
아름답게 보인 것일까?
사람의 진솔함이 묻어 있는 속마음은
보면 볼수록 아름답다.
그러나 속마음뿐만 아니다.
여인의 옷자락에서도, 대지의 넓은 뜰에서도,
봄은 무르익어 가고 아름다움은 더 해 간다.
마음의 폭을 넓히면 넓힐수록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아름다워 지듯이
진실로 바라온데 마음을 넓혀서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도
사랑이 절절히 피어나는 세상이 오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 봅니다.
2018년 4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