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사정리에서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는 서지남(58)씨는 요즘 고구마밭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얼마전 멧돼지가 야간에 나타나 한창 영글고 있는 고구마를 먹어치우는 바람에 농사를 망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맘 때도 멧돼지가 한바탕 휩쓸고 가 다 키운 고구마를 수확하지 못했으나,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서씨는 "인근 마을에서 멧돼지 2마리를 포획했으나 언제 다시 피해를 입을 지 모른다"며 "야간에 고구마 밭에 라디오를 틀어놓는 것 외에는 딱히 피해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13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 지역에서 발생한 유해야생동물에 의한 피해는 71억9520만원에 달한다. 주요 피해 발생지는 농작물, 양식장, 항공ㆍ전력시설이었다.
농작물 피해액은 14억4926만원으로 이 중 신안이 5억6000만원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어 완도 2억1938만원, 해남 1억6000만원, 고흥 8700만원의 순이었다. 피해 작물은 채소류(피해액 3억5625만원), 벼(3억345만원), 배(2억2610만원)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같은 농작물 피해의 주범은 멧돼지였다. 총 7억2337만원에 달하는 멧돼지 출현에 의한 피해액 중에 완도가 2억1088만원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고라니(2억6164만원), 까치(1억9521만원), 오리, 꿩, 참새, 청설모 등에 의해 농작물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접수됐다.
양식장 피해액의 경우 농작물을 웃도는 총 18억3770만원이었다. 양식장 피해는 오리에 의한 피해가 90% 이상을 차지했다. 피해는 신안과 완도, 여수가 각각 9억원, 6억1000만원, 79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피해를 입은 양식종은 해태 14억4700만원, 패류 2억1900만원, 어류 9650만원 순이었다.
전력시설은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액은 총 39억824만원으로 이는 농작물 피해액의 3배에 달했다. 피해는 까치의 출현에 의한 것이 대부분으로 완도가 19억6983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같은 야생동물의 피해는 동물보호운동으로 야생동물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반면 개발행위로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수확기를 앞두고 야생동물들이 논밭과 양식장 등에 침입해 재배ㆍ양식 작물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흥군 등 상당수 자치단체들은 매년 7월 말께부터 10월 말까지 '야생동물 피해구제단'을 구성해 포획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허가구역 내에서만 야생동물을 잡을 수 있는데다 심야시간대에는 총기사용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민들은 자구책으로 그물망 시설 등을 설치하고 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비용 부담이 커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곳이 상당수다.
더욱이 피해보상도 야생 동ㆍ식물특별보호구역과 생태ㆍ경관보전지역 등 특정 지역 피해만 보상해 주도록 돼 있어 일반농가들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김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