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집에 관한 고찰 - 김요아킴
신시가지 귀퉁이, 서로 이마를 맞대고 실핏줄처럼 호흡을 이어가는 골목으 로 접어들면 유독 수선집이 즐비하다 수선집이 많다는 것은 가진 것이 적다는 것, 하지만 새것에 대해 내 것을 지니려는 작은 반동反動의 시작일 수 있다 빳 빳한 지폐가 우리의 짠한 추억까지 매입하며 기억의 상실로 유혹하지만, 그래 도 지난겨울 걸쳤던 외투의 헤진 기억을 다시 박음질한다 늙은 재봉틀이 그 사 연들을 찬찬히 돌려가며 모르스 부호처럼 수신한다 또 한 번 줄어드는, 욕망만 큼의 소맷단이 수선집 바닥에 흥건하다
이 단골집을 드나들 때마다 나의 영혼은 새롭게 태어난다
ㅡ시집 『부산을 기억하는 법』(전망, 2024) ******************************************************************************************************** 지금은 눈에 잘 띄지 않는 풍경이지만, 참으로 알뜰살뜰한 삶의 정경이 존재했습니다 가진 것이 적었으니 무엇이든 고쳐서 새로 사용해야만 했고 그게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리모델링 혹은 리싸이클링이란 이름으로 다시 등장했으니 우리들의 영혼까지도 새롭게 태어나는 모양입니다 머리 속을 맴도는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고 하는 말도 이제는 버려야 합니다 오십년 전 처갓집은 1남 5녀의 복작거림으로 다복한 대가족이었는데... 여전히 장모님은 세세한 다정함으로 거울 속 스스로를 다듬어가시니 이 또한 축복입니다 멀리가 아닌 1년 후 생신을 기약하며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니 모두가 아쉽기만 했습니다 외손주들의 작은 선물보따리에도 눈물 글썽이며 환한 웃음이 흥건한 하룻길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