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거려서 뒤죽박죽이 된 울릉도 ***
월요일 아침 열시 배를 타기 위해서
우리 일행(고 익종 목사님-고목, 백 수영 사모님,
김 경수 목사님-늑대와 사기꾼,
최 영관 목사님-염소와 노란 싹,
전 용남 사모님-저 요나,
이용 길 목사님-많이 이용해 주세요,
그리고 새벽 이슬 같은 나 이 애성 사모)은
묵호 항으로 새벽을 가르며 달려갔다.
어느 날 갑자기 검은 머리로 거듭나신 고촌 이진섭 목사님과
아직도 병실에서 사모님 수발을 하고 계실 백형구목사님,
그리고 노상 목회 최 일선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계시는
신태의 목사님과 권대근 목사님 내외...
모두 모두 보고 싶은 얼굴들이었는데
함께 하지 못해서 안타까웠다,
아마도 그분들이 오셨더라면 이번 울릉도 여행의 판도는
크게 달라졌으련만...
아무튼 그분들 없이도 울릉도의 고스톱판은
서서히 시작이 되었다..
우리는 죽으나 사나 고(Go) 목사님의 지휘 하에
원치않는 go go를 계속해야 했다.
배 안에서 우린 너 나 없이 멀미를 해댔고
이제 그만 ‘stop, stop’ 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죽어도 go를 해야만 했던 우리의 처지는
정말 한심(?)스러웠다.
Go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ㅋㅋㅋ
몇 차례의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기며
사투 아닌 사투를 벌이면서
우리는 그저 배가 멈춰주기만을 간절히 기도했건만,
우리를 집어 삼킨 그 놈의 배는
울렁울렁 울렁대는 울릉도에 도착을 할때까지
거대한 엔진을 두드리며 연신 물을 뿜어 냈다.
제 풀에 꺾여서 성난 항해를 포기한 그 놈은
늘상 있는 일이라서 그런지 끄덕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 놈의 사명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자칭 요나 사모님과 새벽 이슬같은 나 이애성 사모는
그 놈의 뱃 속에서 거의 초죽음이 되어 나왔고,
배에 오르면서부터 시작된 설왕설래 고스돕판은
배를 내릴때까지 계속이 되었다.
그 옛날, 고스돕을 몹시도 즐겼던
전도사 부부가 생각이 났다.
우리 목사님도 전도사였던 그 시절,
그 부부와의 만남을 통해
고스돕을 처음 배워서 함께 놀았던
그때가 왠지 그리워졌다.
난 “기”가 세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간덩이가 부어서 그런 건지,
하여튼 고스돕의 룰(rule)도 제대로 모르면서도
죽어도 go를 외쳐댔고,
그때마다 크게 대박을 터트려서 돈을 쓸어모았던 그 짜릿함...
우리 두 가정을 유무상통하며 친하게 지낼 수 있게 했던
그 고스돕이 지금에 와서 많이 많이 생각이 나는 것은
Go목사님 때문일까?
이런 저런 잡념에 머리가 어지러울 즈음에
우리 일행은 울릉도에 도착해서
그곳 울릉 동광 교회에 짐을 풀어놓고
먹기 싫은 점심식사를 했다.
요나 사모님과 나는 음식 앞에서 멀뚱멀뚱 서로를 쳐다보다가
후루룩거리며 된장국 몇 숟가락으로 속을 달래 보았다.
생각해 보면 내가 지금 울릉도에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울릉도에 간답시고 심야버스를 타고
서울에 새벽 두시에 도착해서
남편은 졸업시험을 봐야한다며 학교로 가고
나는 사기꾼 아닌 친절한 회장님과
노란 싹 아닌 염소 아저씨를 남부 버스 터미널에서 만나서
바로 동해로 왔으니 아무리 강철같은 몸이라도
어찌 견딜 수 있을까?
게다가 작은 배가 사정없이 흔들어대는 통에
울렁 울렁 처녀 가슴이 되고 말았지 않은가?.
잠시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가슴을 진정시키고서
우리 일행은 울릉도 일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엔 성인봉에 올랐다.
거의 산책로에 가까운 쉬운 산이었지만,
서울 악우들은 지나치게 신중하리 만치
아주 천천히 천천히 산을 달래며 올라가야만 했다.
심장이 약해지셔서 다음 달에 수술을 앞두고 계시는
백 수영 사모님 때문에 우리 일행들은 적잖은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도 백 사모님께서도 정상을 오르셔서
얼마나 만족해 하시던지 수술을 안해도 될 것 같다고 하시며
좋아하시는 모습에 가슴이 찡해졌다.
우리는 산 정상에서 이곳에 오신 지 한달밖에 안 되셨다는
목사님 부부를 만났다.
전용남 사모님과 사전에 연락이 된 계획된 만남이었다.
“이용”길 목사님이 걸머지고 오신 수박을 함께 “이용”해서
친교를 나누며 산책로와 같은 산을 서서히 내려왔다.
전용남 사모님은 내려오시면서
여기 저기 난 풀을 가리키며
이것은 이래서 몸에 좋고
저것은 저래서 몸에 좋다며
대체 의학에서 배운 바를 자랑하셨다.
남편되시는 조창영 목사님의 건강을 돌보시다 보니
약초에 박사 아닌 박사가 되어 버리신 것이다.
그저 사모들이란 남편 목사님 시중 들다가
그렇게 한 평생이 가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약초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별로 재미가 없었다.
화제도 돌릴 겸, 투덜거리는 투로 나는 말했다.
“ 내 눈엔 남자만 보이는디 사모님 눈에는 약초만 보이남유?
우리 집에 있는 세 남자가 얼마나 날 정신 없게 하는지....
난 지금도 그 남자들만 보여유.”
아닌게 아니라 집을 떠나 온 지 하루 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부터 세 남자의 얼굴이 자꾸 눈에 아른거린다.
내가 사랑하는 세 남자....
나를 사랑하는 세 남자.....
굳이 울릉도에 안 가겠다는 나에게
돈을 싸주며 보내주는 우리 남편,
난 그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안 가겠다면 ‘얼씨구’나 하며 좋아할텐데
그의 속셈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날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시골 촌구석에 살면서 답답해서 숨막혀 죽을까봐
큰 교회 목사님, 사모님들과 어울릴 기회를 주고 싶다는
우리 남편...
돈이 없어서 못 가겠다는 나에게
회비를 오 만원이나 깎아 주겠다면서
연신 전화를 해대며 나를 회유하신 우리 회장님의 속셈은
또한 무엇이었을까?
20만원에서 5만원을 깎아준다고?
치, 3박4일에서 2박 3일로 일정을 축소시켜 놓고서
모두다 15만원씩 받았으면서
금방 탄로날 거짓말로 또 나를 속인다....
ㅠ _ ㅠ
난 남자들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남자들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남자들이란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얼마나 은혜가 되는지?
비록 고목(Go 牧)이 되어 있어도 말이다. 호호호호.....
노란 싹 아저씨까지도 차츰 차츰 좋아지게 되었다.
분명 하나님의 은혜로 머지않아서
될성부른 나무가 될 터이니 말이다.
십여 년 전 대학시절에,
남편을 과 축제 파트너로 찍었던 나는
강릉 관광 나이트에서 그 날밤,
그 날밤에 우리 둘만의 역사를 이루었고
드디어 지금의 행복한 목사로 남편을 만들었다.
노란 싹 아저씨,
난 아무나 안 찍어유.
될성부른 나무만 찍지... 메롱~~ ^^*
난 또 우리 집 작은 두 남자를 일찍부터 찍어 두었다.
그래서 하버드를 보내려고 기도 중에 있다.
어떻게 보내냐구요?
나도 몰라요.
하나님이 하실텐데 내가 굳이 다 알아야 하나요.
마음에 소원을 두신 이가 그 이시니
그가 이루시어 영광을 받으시리라.
마지막 날 아침엔 새벽기도를 마치고
홀로 산책을 나왔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우비를 입고 걷노라니
물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계속 내린 비로 교회 앞 냇가에 물이 많이 불어서
그 무게를 싣고 내려가는 물소리가
천지를 뒤흔드는 것 같았다.
천지를 말씀으로 만드신 하나님의 음성이
물소리에 묻어 나와 나를 부르시는 것 같았다.
물의 흐름을 좇아 하나님의 음성을 따라 내려가노라니
눈앞에 넓은 바다가 보였다.
그리고 나를 따라온 물방울들은
어느새 모두 바다로 다 흘러 들어가 버렸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계속 바다로 들어오는 물 때문에
바닷물은 짠맛을 잃고 싱거워져야 할 것이 아닌가?
더구나 바다 위로 수십 억년 동안이나 비가 내렸건만
바다는 좀처럼 싱거워지지를 않았다.
웬만하면 싱거워질 때도 되었으리라마는...
그러나 여전히 같은 염도를 유지하고 있는 바다.
나는 바닷물을 찍어 맛을 보았다.
그리고 그 앞에서 나는 너무나 작은 존재가 되고 말았다.
묵호 항으로 돌아 가야하는 우리는
사정상 꿈의 칸타마리 호를 타고 포항으로 왔다.
드디어 울렁 울렁했던 삼일간의 흥분된 일정을 마치고
육지에 발을 디딘 것이다.
80%가 복음화되었다는 신비의 섬 울릉도....
아직도 우상과 불신의 세력이 판을 치고 있는 지리산 지역,
복음화율 5%에도 못 미치는 지리산 지역,
그 중에서도 우리 교회가 있는 곳은
아마 1%의 복음화도 안 되었을 곳이기에
80%의 복음화를 자랑하는 울릉도를 뒤로하면서
남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감추었다.
지리산을 향한 고 목사님의 우렁찬 "GO"의 함성과 함께
시온의 용사들의 지속적인 "GO"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실 수 있다고 하신 주여!
지리산에도 주의 긍휼을 베풀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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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멘...저도 울릉도 함 가 보고 싶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