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는 가시가 많아 / 조용미
너의 뼈는 지독히도 형이상학적,
나의 조급한 식욕을 조롱한다
하지만 한쪽을 다 먹고
뒤집을 때 이미 나는 그대 뼈가
군데군데 쳐놓은 수많은 함정을
기교적으로 빠져나와 하얀
속살을 멋들어지게 젓가락으로
쏙 빼내어 먹는다
쉰 머리카락처럼 얇고 힘이 없는
이리도 많은 잔뼈 사이로
살점은 슬프게도 온통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구나
얼마나 많은 그리움으로
짧은 생애 마쳤기에 이다지도
자디잘게 무수히 솟아 있는지
신비롭게 몇 번 들여다보았지
어깨 너머로 햇살 아래
빛나던 너의 푸른 비늘,
그대의 옷은 아름다웠다
밤바다에 가는 줄을 그으며
엷게 떠 있는 은빛 물결과
검푸르게 일렁이는 파도의
지난날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던
프라이팬에서 그대 그리움이
수없이 익어간다
사람들이 식탁에서 당신을
결코 쉽사리 해치울 수 없다는
사실도 그대에겐 이미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하니까
접시 위에 가시가 다 발린 채
누워 있는 너의 모습은
성자(聖者)처럼 거룩하다
정일이는 정어리가 되고
누구는 은어가 되고 싶다지만
누가 청어가 된다 하여
너의 푸른 이름 빛내어줄지
- 조용미,『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문학동네, 2021)
카페 게시글
진달래詩선
청어는 가시가 많아 / 조용미
씨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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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4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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