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編 20篇 山木篇 第5章(장자 외편 20편 산목편 제5장)
공자가 자상호子桑雽에게 이렇게 물었다. “나는 노魯나라에서 두 번이나 쫓겨났으며 송宋나라에서는 환추桓魋가 나무를 베어 죽이려 한 위험을 당했고 위衛나라에서는 발자취까지 삭제되었고 상商나라의 옛터나 주周나라의 서울에서 궁지에 빠졌으며 진陳나라 채蔡나라 사이에서는 포위되었습니다. 내가 이처럼 여러 차례의 환난을 당해 친교가 더욱 소원疏遠해지고 문도와 학우들이 더욱 흩어지게 되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을 당한 것인지요.”
자상호子桑雽가 말했다. “당신도 가假나라 사람이 도망친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겠지요. 임회林回라는 사람이 천금의 구슬을 버리고 갓난아기를 업고 도망쳤는데 어떤 사람이 묻기를 ‘돈이 나가는 물건이라 여겨서 그리한 것이라면 갓난아기는 돈이 얼마 되지 않으며, 거추장스러워서 그리한 것이라면 오히려 갓난아기의 거추장스러움이 더 심한데 천금의 구슬을 버리고 갓난아기를 업고 도망친 까닭은 어째서인가.’ 하고 묻자, 임회가 대답하기를 ‘저 구슬은 이익으로 맺어진 관계이고 이 아기는 하늘이 붙여준 관계이다.’고 했습니다.
무릇 이익으로 맺어진 관계는 급박하고 곤궁하며 재앙이 닥치면 서로 버리게 되는데 하늘이 맺어준 관계는 급박하고 곤궁하며 재앙이 닥치면 서로 거두어주니 서로 거두어줌과 서로 버리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뿐만 아니라 군자의 사귐은 맑기가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기가 단술과 같습니다. 군자는 맑음으로 친밀함을 이어가고 소인은 단 것으로 관계를 끊게 되니 저 소인들처럼 까닭 없이 모인 자들은 까닭 없이 흩어지게 됩니다.”
공자가 말했다. “삼가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하고는 천천히 걸어 자유로이 방황하면서 집으로 돌아가 〈그 뒤로는〉 학문을 끊고 책을 버렸다. 제자들도 공자 앞에서 읍挹하는 일이 없어졌으나 공자에 대한 마음속의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다른 날 자상호子桑雽가 또 이렇게 말했다. “순舜임금이 죽을 때 우禹에게 신중히 명령하여 이르기를 ‘너는 경계하도록 하라. 형체는 자연을 따르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없고 감정은 천진에 맡기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없으니 자연을 따르게 되면 괴리乖離되지 않고 천진에 맡기면 수고롭지 않게 된다. 괴리되지도 않고 수고롭지도 않으면 문식으로 몸뚱이를 꾸미려 하지 않을 것이니 문식으로 몸뚱이를 꾸미려 하지 않으면 당연히 외물에 의존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하였다.”
孔子 問子桑雽曰 吾再逐於魯 伐樹於宋 削迹於衛 窮於商周
圍於陳蔡之間 吾犯此數患 親交益疏 徒友益散 何與
(공자 문자상호왈 오는 재축어노하며 벌수어송하며 삭적어위하며 궁어상주하며 위어진채지간하야 오 범차수환하니 친교익소하며 도우익산하나니 하여오)
공자가 자상호子桑雽에게 이렇게 물었다. “나는 노魯나라에서 두 번이나 쫓겨났으며 송宋나라에서는 환추桓魋가 나무를 베어 죽이려 한 위험을 당했고 위衛나라에서는 발자취까지 삭제되었고 상商나라의 옛터나 주周나라의 서울에서 궁지에 빠졌으며
진陳나라 채蔡나라 사이에서는 포위되었습니다. 내가 이처럼 여러 차례의 환난을 당해 친교가 더욱 소원疏遠해지고 문도와 학우들이 더욱 흩어지게 되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을 당한 것인지요.”
☞ 자상호子桑雽 : 인명. 상桑은 성姓이고 호雽[우雩]는 그 이름이다. 은자이다.
☞ 벌수어송伐樹於宋 삭적어위削迹於衛 궁어상주窮於商周 : 송나라에서는 환퇴가 나무를 베어 죽이려 한 위험을 당했고 위나라에서는 발자취까지 삭제되었고 상나라의 옛터나 주나라의 서울에서 궁지에 빠졌음. 〈천운天運〉편에 이미 나온 내용이다.
☞ 범차수환犯此數患 : 이처럼 여러 차례의 환난을 당함. 범犯은 봉逢(만날 봉)의 假借字.
子桑雽曰 子獨不聞假人之亡與
林回 棄千金之璧 負赤子而趨 或曰 爲其布與 赤子之布 寡矣
爲其累與 赤子之累 多矣 棄千金之璧 負赤子而趨 何也
(자상호왈 자독불문가인지망흥오
임회 기천금지벽하고 부적자이추어늘 혹왈 위기포여인댄 적자지포 과의오
위기루여인댄 적자지루 다의어늘 기천금지벽하고 부적자이추는 하야오)
자상호子桑雽가 말했다. “당신도 가假나라 사람이 도망친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겠지요.
임회林回라는 사람이 천금의 구슬을 버리고 갓난아기를 업고 도망쳤는데 어떤 사람이 묻기를 ‘돈이 나가는 물건이라 여겨서 그리한 것이라면 갓난아기는 돈이 얼마 되지 않으며,
거추장스러워서 그리한 것이라면 오히려 갓난아기의 거추장스러움이 더 심한데 천금의 구슬을 버리고 갓난아기를 업고 도망친 까닭은 어째서인가.’ 하고 묻자,
☞ 가인假人 : 가假나라 사람. 가假는 나라 이름.
☞ 위기포여爲其布與 : 돈이 나가는 물건이라 여겨서 그리한 것인가? 布는 금전적 가치를 뜻한다. 與는 의문사.
☞ 적자지포 赤子之布 과의寡矣 : 갓난아기는 돈이 얼마 안 됨. 갓난아기의 금전적 가치가 적다는 뜻이다.
林回曰 彼以利合 此以天屬也 夫以利合者 迫窮禍患害 相棄也
以天屬者 迫窮禍患害 相收也 夫相收之與相棄 亦遠矣
(임회왈 피는 이리로 합이오 차는 이천으로 속야니 부이리로 합자는 박궁화환해하야 상기야커든 이천으로 속자는 박궁화환해하야는 상수야하나니 부상목지흥상기 역원의라)
임회가 대답하기를 ‘저 구슬은 이익으로 맺어진 관계이고 이 아기는 하늘이 붙여준 관계이다.’고 했습니다. 무릇 이익으로 맺어진 관계는 급박하고 곤궁하며 재앙이 닥치면 서로 버리게 되는데
하늘이 맺어준 관계는 급박하고 곤궁하며 재앙이 닥치면 서로 거두어주니 서로 거두어줌과 서로 버리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 박궁화환해迫窮禍患害 상기야相棄也 : 급박하고 곤궁하며 재앙이 닥치면 서로 버리게 됨. 박迫은 급박, 핍박의 뜻이다.
☞ 이천속자以天屬者 : 하늘이 맺어준 관계. 앞의 以利合者와 상반되는 관계.
且君子之交 淡若水 小人之交 甘若醴
君子淡以親 小人甘以絶 彼 無故以合者 則無故以離
(차군자지교는 담약수하고 소인지교는 감약예라
군자는 담이친하고 소인은 감이절하나니 피 무고이합자는 즉무고이리하나니라)
뿐만 아니라 군자의 사귐은 맑기가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기가 단술과 같습니다.
군자는 맑음으로 친밀함을 이어가고 소인은 단 것으로 관계를 끊게 되니 저 소인들처럼 까닭 없이 모인 자들은 까닭 없이 흩어지게 됩니다.”
孔子曰 敬聞命矣 徐行翔佯而歸 絶學捐書
弟子無挹於前 其愛 益加進
(공자왈 경문명의로리라하고 서행상양이귀하야 절학연서한대
제자 무읍어전이나 기애 익가진이러라)
공자가 말했다. “삼가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하고는 천천히 걸어 자유로이 방황하면서 집으로 돌아가 〈그 뒤로는〉 학문을 끊고 책을 버렸다.
제자들도 공자 앞에서 읍挹하는 일이 없어졌으나 공자에 대한 마음속의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 무읍어전無挹於前 기애익가진其愛益加進 : 제자들도 공자 앞에서 挹하는 일이 없어졌으나 공자에 대한 마음속의 사랑은 더욱 깊어짐. 挹은 揖과 통한다.
異日에 桑雽又曰 舜之將死에 眞泠[乃令․愼令]禹曰 汝 戒之哉
形莫若緣 情莫若率 緣則不離 率則不勞
不離不勞 則不求文以待形 不求文以待形 固不待物
(이일에 상호우왈 순지장사에 진령[내령, 신령]우왈 여계지재어다
형막약연코 정막약솔이니 연즉불리하고 솔즉불로하니라
불이불로하면 즉불구문이대형하리니 불구문이대형이면 고불대물이니라)
다른 날 자상호子桑雽가 또 이렇게 말했다. “순舜임금이 죽을 때 우禹에게 신중히 명령하여 이르기를 ‘너는 경계하도록 하라.
형체는 자연을 따르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없고 감정은 천진에 맡기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없으니 자연을 따르게 되면 괴리乖離되지 않고 천진에 맡기면 수고롭지 않게 된다. 괴리되지도 않고 수고롭지도 않으면 문식으로 몸뚱이를 꾸미려 하지 않을 것이니 문식으로 몸뚱이를 꾸미려 하지 않으면 당연히 외물에 의존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하였다.”
☞ 진령眞泠[내령乃令‧진령愼令]우禹 : 우에게 신중히 명령함.
☞ 형막약연形莫若緣 정막약솔情莫若率 : 형체는 자연을 따르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없고 감정은 천진에 맡기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없음. 연緣은 따름이니 자연을 따름이다. 솔率은 맡김이니 천진天眞(世波세파에 젖지 않은 자연自然 그대로의 참됨)에 맡김이다.
☞ 고불대물固不待物 : 당연히 외물에 의존하지 않게 됨. 참다운 독립, 절대의 자유의 세계에 노닐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