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대상 판결에 대한 평석
1. 세금계산서는 정부가 ‘사인간의 거래’를 파악하기 위하여 도입한 것인가?
대상 판결에 대한 평석 이전에 세금계산서의 필요성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흔히 세금계산서 제도가 ‘사인간의 거래’를 파악하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라고 오인하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전문가 집단 내에서도 이와 같이 생각하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타당하지 않다.
물론 부가가치세법상 과세대상은 ‘거래’로 규정되어 있기에(부가가치세법 제4조 본문), 부가가치세를 과세하기 위해서는 ‘거래’를 파악하여야 한다. 또한, 이를 정부가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우리 부가가치세법에 ‘세금계산서’ 제도를 도입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세금계산서 제도가 ‘거래’를 파악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부가가치세’를 과세하기 위한 것인가? 아래와 같은 점을 고려해볼 때 부가가치세법에서 세금계산서 제도를 도입한 것은 ‘부가가치세’를 과세하기 위한 것일 뿐, 사인 간의 ‘거래’를 파악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고 볼 수는 없다.
만일 세금계산서 제도가 사인 간의 거래를 파악하기 위해서 입법된 것이라면 이는 부가가치세법이 아니라 ‘상법’이나 거래에 관한 내용을 포괄할 수 있는 법령 내에 입법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부가가치세법이 입법되면서 세금계산서가 도입된 것일 뿐, 부가가치세법이 입법되지 않았다면 세금계산서 제도가 도입될 계기도 없었다는 점
2), 당시 부가가치세를 도입한 유럽의 각국에 비해 경제적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하였기에 보다 엄격하게 검증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였던 것일 뿐인 점
3), 만일 국가가 사인간 ‘거래’를 파악하는 것에 부가가치세 징수를 제외한 다른 특별한 필요성이 있었다면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이를 도입하였을 것이나 실제 우리나라와 같은 세금계산서 제도를 도입한 국가는 우리나라와 대만 그리고 중국 정도에 불과하며
4) 이들 국가 역시 부가가치세 제도
5)를 도입함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도입하였다는 점, 헌법상 보장된 개인의 사생활의 자유 등을 고려해본다면 특별한 목적도 없이 개개인이 모든 거래를 정부에 보고해야 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위헌적인 측면도 있는 점 등을 생각해보면, 세금계산서 제도는 부가가치세를 과세하기 위하여(더 나아가 보더라도 부수적으로 그와 관련한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법인세나 사업소득세 등까지 과세하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라고 볼 수 있을 뿐이지, 사인간 ‘거래’를 직접 파악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고 볼 수는 없다.
*2) 조세범처벌법상 세금계산서 관련 처벌규정 역시 부가가치세법이 입법됨에 따라 1976. 12. 22. 일부 개정된 조세범처벌법(1977. 1. 1. 시행, 법률 제2936호)에서 최초로 세금계산서와 관련한 처벌규정이 신설된 것이다. 세금계산서에 관한 처벌규정의 입법연혁과 개정에 대한 상세로는, 권형기ㆍ박훈, 세금계산서 및 합계표 관련 조세범처벌에 관한 소고, 조세연구(16-2), 한국조세연구포럼, 2016. 6., 190면 내지 196면 참조
*3) 권형기, ‘세금계산서 관련 제재규정의 위헌성에 관하여’, 법률신문 2019. 12. 5.자 기사 참조
*4) 권형기,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대한 행정질서벌과 입법개선안에 관한 소고, 조세논총, 한국조세법학회(4-2), 2019. 6., 69면 내지 70면 참조
*5) 중국에서는 우리 부가가치세제와 유사한 세목을 ‘증치세’라고 한다.
2. 동일 사업자 간에 수수한 동일 액수의 가공 세금계산서와 부가가치세 과세소득의 관계
부가가치세제는 전단계 매입세액 공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일정한 매입과 매출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라면, 부가가치세법상 과세표준에는 변동이 없게 된다. 따라서 동일 사업자 간에 같은 금액의 세금계산서를 수수하는 경우라면 그러한 세금계산서의 수수가 실물 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경우에도 부가가치세액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부가가치세 이외의 소득과세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소득’이 동일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세액 변동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조세와 무관하다고 볼 수 있는 이러한 행위를 하는 사유는 무엇일까? 실무상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는 다양하다. 입찰 등에 있어서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추기 위한 경우라든가 은행에서의 대출을 위한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한 경우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약간의 조세감소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매출액의 증가에 따른 세법상 접대비 한도액의 증가 등 세법의 규정에 따라 간접적으로 조세감소가 발생하는 경우이며 부가가치세법상 과세표준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3. 동일 사업자의 사업장 간 상호 가공 세금계산서 수수에 대해 반드시 합산하여 처벌해야 하는가?
대법원 판결은 결국 법조문에 따라 공급가액 등의 합계액을 계산하여 이를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이며, 법문구 등에 따르면 이러한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원심 판결이 그러한 법조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여 일방의 세금계산서를 합산에서 배제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금계산서와 관련한 처벌규정은 궁극적으로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더 나아가 넓게 보더라도 세금의 납세의무)를 확보하기 위한 규정이나, 동일한 사업자가 자신의 사업장 간에 상호 수수하는 동일 액수의 세금계산서는 이러한 조세의 납세의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 따라서 동일 사업자 간에 세금계산서를 수수하는 행위는 당해 규정이 보호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기 어려우며, 이를 반드시 중하게 처벌하여야 하는 뚜렷한 당위성을 찾기 어렵다.
만일 동일 사업자가 조세와 무관하게 상호간 세금계산서를 과다 발급 및 수취하였고, 이를 이용하여 국가 또는 제3자를 기망하였다면 국가계약법상 관련한 제재를 한다거나 사기에 대한 죄책을 물으면 충분히 그 제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나아가 일정한 조세감면이 수반된 경우에는 그에 대해 조세포탈의 죄책을 지게 하면 그만이지
6) 반드시 세금계산서 처벌규정으로 제재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나아가 이러한 경우에 처벌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더라도, 각 사업자 간의 세금계산서 수수를 반드시 모두 합산하여 처벌하여야 하는 사유는 이해하기 어렵다. 판례는 세금계산서에 기한 ‘근거과세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상호간 세금계산서 수수로 인해 조세감소의 결과가 상쇄된다면 ‘근거과세원칙’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적정한 조세의 부과와 징수’에 미치는 영향은, 일방만 가공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경우에 비해 오히려 현격하게 감소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까지 공급가액을 모두 합산하여 가중처벌되어야 하는 것인가. 적어도 공급가액을 합산하여 처벌하는 것이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서라면, 그러한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의 위법성이 더 크다거나 더 큰 보호법익의 침해가 발생하여야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본다
7). 그러나 동일한 사업자가 수수한 경우에는 그러한 결과의 위법성이 더 커지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일방만 가공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경우와 비교하여 보호법익(국가의 조세 부과ㆍ징수권)의 침해는 감소하게 된다. 그렇다면 법조문의 문구를 매우 경직된 방식으로 해석하여, 결과적으로 불법의 수준이 더 낮아지는 경우에 더욱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6) 물론 조세감면을 위해서라면 동일한 세금계산서를 수수하는 행위를 할 필요는 거의 없으며, 다른 목적에 부수하여 발생한 것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조세포탈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4. 보론 - 동일 법인격 내에서의 세금계산서 수수에 대하여
대상 판결의 사안은 별도의 법인격을 가진 자들 간의 거래에 해당하므로 그나마 세금계산서의 수수에 의미가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런데 이는 특정범죄가중법 제8조의 2의 규정과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 또는 ‘사업장’의 개념과도 관련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부가가치세법은 사업장을 기준으로 하여 사업자등록을 하고(부가가치세법 제8조 제1항), 각 사업장을 기준으로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부가가치세법 제6조 제1항). 반면, 유럽이나 일본 등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사업자’를 단위로 납세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8), 우리 부가가치세법은 세금계산서 제도를 도입하면서 국가의 징수 편의를 위하여 사업장별 시스템을 갖춰 놓은 것에 해당한다. 그런데 세금계산서의 발급은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 있는 경우에 하는 것인데(부가가치세법 제32조 제1항), 동일 사업자가 동일한 법인격 내에서 다른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이들간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재화의 공급은 소유권의 이전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기에
9) 같은 법인격 내에 소유권이 이전되는 것을 상정할 수도 없는데, 재화 공급의 특례 규정(부가가치세법 제10조 제3항)을 통해서 재화의 공급으로 본 다음 세금계산서의 교부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10). 그렇다면 이는 실제 ‘거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부가가치세법상 특례 규정에 따라 세금계산서의 발급 의무가 발생하는데,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조세범처벌법 및 특정범죄가중법상의 처벌 규정까지 적용된다는 것이다.
국가의 편의를 위해 선진국들은 채택하지 않은 복잡한 의무를 국민에게 지운 다음, 그로 인해 침해되는 보호법익마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근원적으로 우리 조세범처벌법 및 특정범죄가중법상 세금계산서에 대한 처벌규정이 주요 선진국에서는 규정이 없는 처벌규정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국가의 조세 부과ㆍ징수권)의 침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이를 처벌한다거나 오히려 궁극적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조세형벌 규정보다 과중하게 처벌할 수도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발생하는 문제들이 많다. 이는 일방적으로 처벌규정을 앞세워 사업자들에게 위하적인 조세시스템을 구축할 것이 아니라, 사업자들 개개인들이 관련한 시스템을 준수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조세 시스템을 설계하여 스스로 이를 적극적으로 준수하도록 제도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처벌규정은 본래 의미의 자료상이나 폭탄업체에게 강하게 적용하면 될 뿐이며,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탈세와 무관한 의도를 가지고 행위한 자들까지 모두 조세범처벌법상 강력한 처벌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8) 전병목 외, 부가가치세 사업자단위 과세제도 연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2007. 11., 15면
*9) 권형기ㆍ박훈, 부가가치세법상 사실행위로서의 현실적 인도와 도관거래의 해석, 조세법연구(25-3), 한국세법학회, 2019.11., 317면 내지 369면 참조
*10)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71조 제1항 제3호에서는 이에 대한 배제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에, 결과적으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