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에서 살던 70년대 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부의 상징은 시계였다. 모두가 버스를 타고 다니던 시절이었으니 버스의 손잡이를 잡느라고 들어올린 손목에서 좋은 시계가 번쩍거리면 그사람을 다시 쳐다보고 부자로, 무시못할 사람으로 생각했다. 마치 시계가 사람의 가치를 정해주는듯 했다.시계는 전당포에서도 전당 잡을 가치가 있는 귀중품으로 인정해줬고 소매치기들의 중요한 수입의 근원이 되기도 했다.
내가 살던 동네는 연세대와 이화여대의 중간에 있는 동네로 교수들이 많이 살았다. 연세대 김형석 선생은 당시 신문에 칼럼을 쓰고있어 사회의 존경을 받는 분이었다. 한번은 버스에서 그분을 봤는데 형편없이 낡은 시계를 차고 있었다. 그분은 자기의 인격적 가치를 시계로 과시하지 않아도 됐다. 소매치기도 그냥 지나갈 가치없는 낡은 시계를 찼다고 그분을 가치없는 사람으로 볼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지금은 부의 상징이 자동차가 된듯하다. 고급차를 몰고 다녀야 인정을 받는다고 한다. 작은 국산차를 몰고 주차장으로 들어가면 수위가 본척도 않는데 비싼 고급차를 몰고가면 절을 하고 좋은 자리에 세우라고 한다나. 그래그런지 주차원들이 주차를 해주는 식당 앞 좋은 자리에는 고급차들이 세워져있다.
자신이나 남의 차에 신경을 쓰지않는 미국인들과는 달리 미국에 와서도 한국사람들은 유난히 차에 민감하다. 일요일 아침 한인교회 주차장에는 렉서스, 벤츠, BMW등 외제차들이 많이 서있다. 집없이 가족을 여기저기 아파트로 끌고 다니는 이들도 차는 좋은 것을 타고 다닌다.
내차 중 91년 도요다 프레비아 밴은 17년된 차 지만 외모도 그리 험잡을 데가 없다. 미국인들은 몇마일이나 뛰었냐고 물어보고 30만 마일 가까이 했다고하면 혀를 차며 참 좋은 차라고 참 잘 탔다고 치하하며 비결을 묻는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다르다. 한번은 저녁 약속이 있어 식당에서 만났는데 초청한 부인이 집사람에게 왜 그차를 타고왔냐고 묻더란다. 자기 차와는 반마일이나 떨어져 세웠는데도 자기를 만나는 사람이 그런 고물차에서 내리는 것이 창피해서였을까. 나쁜 경기에 장사가 잘되지 않아 집값 물기도 벅차다는 이였다.
나의 인격적 가치를 내가 모는 차로 결정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의 생활 스타일을 바꿀 필요는 없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몰고 갈 차를 신경써야 한다면 이제 얼마 남지도 않은 세월에 그런 사람을 만나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겠다. 어쨋든 내 생활 가치는 한인교회 주차장에 고급차를 주차한 사람들의 평균 가치보다 높을 테니까. 김형석 선생의 낡은 시계가 나에게는 충성된 프레비아이다.
그 잘굴러주던 차가 얼마전 뒤에서 식식하는 소리가 크게나서 회사 근처 정비소에 갔더니 축의 베아링이 나쁘다고 딜러로 가져 가란다. 결국은 나이 값을 하는군 생각하며 우선 한국 타운의 정비소로 가져갔다. 한국인 주인이 나에게 하는 첫마디가 "아직 차 바꾸지 않으셨어요?"이다. 그사람 공장에 가져오는 차들이 모두 상당히 낡은 차들이라는 점을 생각할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사람의 진단은 대우 (differential) 가 나갔다고 고치는데 $750들텐데 그럴 가치가 있겠냐는 것이었다. 천불이라도 들여 고치겠지만 오진을 경우를 생각해 일단 집에서 differential oil부터 갈아보려고 끌고왔다. 어쩐지 멀리서 조종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
출처: 이런저런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김영원
첫댓글 우리 아들이 미국에 가서 일간지 광고를 샅샅이 뒤져서 1200불에 Honda(12년된것)를 사서 요긴하게 쓰다가 5년 쓰고 멕시칸에게 200불에 팔았답니다 저도 그차 운전하다 브레이크고장으로 10번프리웨이에서 엄청 큰 사고 당할 뻔 했었죠. forever님 , 그 사고방식 존경합니ㅏ
저도 Honda Accord를 23만마일 쓰고 남에게 준적이 있습니다. 그분이 5만 마일은 더 쓴것으로 압니다. 아드님도 남이 12년 쓴차를 5년이나 더 탔으니 새차를 사면 30마일 뽑을 소질이 보이네요.
Mechanic도 아니신데 30만 마일이나 Van을 타셨다니 놀랍습니다. 평소에 차량 관리를 정말로 잘 하시나 봅니다. 닦고, 조이고, 기름 칠하고...이제 더 이상 수명을 연장시키려면 그 비용이 엄청나실 것 같으니, 모종의 중대 결심을 하셔야 겠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핸드폰 (셀루라) 가지고 다니느라 시계 안 차는 사람이 많이 늘었습니다.
오일만 3천 마일마다 갈았을 뿐입니다. 그러고보니 100번을 갈았군요. Tuneup (플러그 가는것)은 서너번 정도 공장에가서 했고요.
물질세계의 가치관을 어느 정도 얼마만큼 벗어나느냐 에 따라 영적 가치관과 수준을 가늠할수 있다고 봅니다.. 십만마일 넘게 달렸다면 Maintenance 에 뛰어난 재주를 보여 주신 겁니다..mechanic 에게 듣기로는 milage 와 상관 없이 maintenance 를 어떻게 해왔느냐에 따라 얼마던지 더 쓸수 있다고...하여간 300,000 마일이면 엄청난 기록 입니다..Toyota 에 연락하시면 무슨 표창 줄지 모릅니다..광고 모델로 쓰거나...(저는 지금 Phoenix 아들 집에 와 Thanksgiving 을 보내고 있습니다..)
와우 - 너무 심한거 아녀? 내도 마즈다 미니밴 20만마일타니까 도저히 삐걱대는통에 더이상 못타겠던디. 30만이면 대기록일세... differential이면 transmission인 모양인데 $750은 상당히 싼 견적인듯하지만 그것을 고친다해도 다른데서 또 삐걱댈텐데 이제 곱게 도요다박물관으로 보내는기 좋을듯싶기도하이... 아무튼 우리 영원한 꺽다리신사님의 정성은 본받을만하네...
우리 민족성의 최악의 약점 중의 하나가 허세. 6.25발발 직전 육참총장은 경찰대 수준의 군대를 “세계7위의 강군”이라 강변하며 북진 명령만 내리면 다음날 아침식사는 신의주에서 하겠다고. 나의 월남 참전 당시 주월 한국군은 부패하고 문란한 군기, 부실한 전투력, 대민 약탈 등의, 믿거나 말거나, “마적단” 수준이었는데 한국 신문에서는 “세계 최강군”이라 툭 하면 대서특필. 신정아 사건도 허세의 한 표본. 정직하고 겸손해졌으면!
나도 벤츠엔진이라는 체어맨 12만마일 탓는데 주행중 일단정지하면 시동이 꺼져 50만원쯤 수리비를 들였다. 지금 계획으로는 한 30만마일까지 탈 예정이지만 과연 가능할런지,
ㅎ ㅎ 제차는 13만 주행... . 출고후 1년 후 코팅 한번, 3년후 코팅 한번, 5,000마다 엔진오일 바꾸고, 무슨 전기선, 바테리 몇번 바꾸고... 자~알 굴러 갑니다.. 언제 바꿀까, 20만 채울까, 언제 폐차할까... 생각 중입니다.
남자들 타는차야 좀 운전하다 서도 괜찮은데..여성용차가 서면 되나요...영원공 처럼 maintenance 에 자신 있으면 몰라도..부군께서 잘 보살펴 주신다면 다르지만..
그대는 mileage와 kilometrage를 구별하지 아니 한듯. 1 mile은 대충 1.6 kilometer이니 그대의 주행거리는 손가락셈으로 8만 정도. 짠돌이과는 아예 게임이 안 되는 수준. 소비가 생산을 부추겨 경제를 살린다는 초보의 초보의 경제원리도 모르시는감? 3년쯤이면 거의 어김없이 차를 바꾸는 한국의 소비자들이야말로 경제의 구원투수들! 짠돌이들이여! 지갑들 좀 여실지어다! '공수래 공수거'를 누가 이렇게 번역했습디다. 'You can't take it with you!"
신사님과 결투직전까지 갔다가 직접 만나니 연방 싱글벙글 맘좋은 아저씨라 결투는 웃음으로 대신한다 했건만 짠돌이라 부르니 상처에 소금을 비비듯 마음이 아파서 크게 자극받고 오늘 캄리 한대 샀습니다. 이로서 김영원이가 무슨 부자라고 소유차량은 (프레비아 포함) 도요다 4대, 니산 한대.
소비자가 64선배님들 같으면 도요다건 GM이건 현다이 이건 살아남기 어려울 듯 합니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하고 싶은 말 대신합니다.] 어린 시절 석산양말이라는 비니루 소재 양말은 도대체 터지거나 헤지는 일이 없어 한 번 사서 신으면 또 살 필요를 못 느낄 정도였는데, 그 회사 결국 망해버렸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좋은 차 타는 사람들 변명중의 하나는 길이 하도 막혀 하루에 너 댓 시간을 길에서 보내는데(예를 들면 인천 남동공단에 공장, 사무실이 있는 분), 집 다음으로 차가 편해야 한다는 군요. 듣고보니 그것도 그럴듯 하긴 하구요.
그러고 보니 나도 13 만인데...과연 언제까지 탈수 있을지..부모들은 이렇게 오래된 차 타고 다니는데 자식들은 새차만 타고..한눔은 2년 된 새차 싫다고 다른차로 trade....한마디 햇더니 기분나뻐해...얼마동안 부모한테 전화도 안하고...원 세상에..
자동차와 양말과는 다른 모양입니다. 징그럽도록 오래구르는 도요다 혼다는 갈수록 매상이 늘어 새공장을 어디에 짓는다는 소식만 들리고 10만 마일을 간신히 할까말까하는 미국차는 갈수록 매상이 줄어 허구헌날 공장 닫는다는 소식만 들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