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서 반가운 모임을 하다
메나리
저희는 지난 5월 19-21일(2박3일)간, 한병덕 선생님의 권유로 이귀성, 최명자 님을 만나러 강원도로 주말여행을 하였습니다. 종로집회 회원이신 이,최 부부가 늘 말씀으로 풍성한 은혜를 주었던 한병덕 선생님 부부를 초대하신 건데, 꼽사리 낀 거라고 봐야지요. 어떤 연유로 만나게 되었든지 서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 자체가 참 좋았습니다. 더구나 신록이 아름다운 설악산과 짙푸른 동해바다가 그 배경이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주로 이귀성 선생님의 신앙과 인생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 87세이신데 허리 수술 후유증으로 양쪽 지팡이를 사용하여 보행하십니다. 하지만 운전은 자유로워서 마음껏 다닐 수 있어 매우 다행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속초의 상업은행에서 5년간 근무한 적도 있고, 은퇴한 후 속초에 세컨하우스로 작은 아파트를 구입하여 자주 오셨기 때문에, 강원도 구석구석을 샅샅이 궤뚫고 있는 강원도 전문가였습니다.
저희는 19일 밤에 일성콘도에 도착했습니다. 이 숙소는 이귀성 선생이 우리를 위해 비용을 들여 제공해주셨습니다. '회원권이 있다고는 하나, 2박이라 적지 않은 돈이 들었을 텐데 이렇게 신세를 져도 되나?' 걱정을 했지만, 이 선생님을 직접 대한 후 그 진심에서 나온 후의를 감사하며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때로는 사랑을 그저 즐겁게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하니까요.
20일 저희 넷은 아침 일찍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올랐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가보았던 곳인데, 산은 그대로 변함이 없었습니다.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에서 사진 좀 찍어달라고 어떤 남자분께 부탁하고 있는데, 갑자기 여자분이 튀어나오더니, "제가 찍어드릴게요." 하면서 폰을 잽싸게 가로채가더라고요. 그런데 이분, 정말 사진에 진심이더군요.(한국인의 사진부심, 유명하지요.) 여기 앉아라, 저 쪽을 봐라, 미소를 지어라 등등 주문을 하시더니 핫한 자리에서, 인생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아래 오른쪽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 우리만 있는 것처럼 찍어주셨거든요.)
내려와서 신흥사를 구경했습니다. 곧 석가탄신일도 있는데 의외로 조용하고 경건한 절 분위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온갖 돈 버는 아이템들로 가득했던 통도사와는 사뭇 다른 절이었습니다. 그동안 문화재관람료라 해서 설악산 입장료를 받아온 신흥사이기에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무슨 거대한 불상을 (신흥사 소유 토지라고는 하지만) 국립공원 안에 설치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예상을 깨는 모습이었습니다.
이귀성,최명자 님 부부가 설악산 관리사무소에서 기다린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내려갔습니다. 중병으로 사경을 헤매었던 최명자 님은 몸이 반쪽이 되어 날씬한 언니(?)로 바뀌었습니다. 아직 힘이 없고 식욕이 돌아오지 않아 조심하는 중이라 하였습니다.
이귀성 님은 씩씩한 80대 싸나이(^^)였습니다.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셔서 어색함을 느낄 새가 없었습니다. 오색약수터 근처에 기가 막힌 단골 산채밥집이 있다며 앞장섰습니다. 예쁜 마을, 예쁜 산길만을 골라 가시므로 구경 한번 잘 했습니다. 그리고 과연 산채밥집은 대단했습니다. 온갖 나물과 통통한 황태구이, 윤기 좔좔 솥밥......하아! 다시 가고 싶네요.
그리고 또 다시 예쁜 길을 지나서 하조대 광활한 바다를 보았습니다. 동해바다의 풍경이야 말해 뭐하겠습니까?
21일 일요일 아침, 이 선생님 댁으로 가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한병덕 선생님이 주기도문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용의주도하신 한 쌤은 미리 원고와 찬송가 악보까지 준비해오셨습니다. 주기도문 여섯 개의 기원 중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와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 같이'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거실에서의 예배라니... 하나님께 무한 감사하였습니다.
두 분은 노평구 선생의 제자입니다. 1963년에 결혼했으니 올해로 60년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두 분의 결혼식을 주례했던 노평구 선생님이 아드님의 결혼식까지 주례했다는 사실입니다. 2대에 걸쳐 주례로 모신 것이지요. 노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하실 때 두 분의 얼굴이 그리움, 뿌듯함으로 가득했습니다. 좋은 스승을 만난 제자의 행복감이라 하겠지요.
노 선생님은 이귀성 선생님 한테만은 이상하게도 성서공부가 아니라 '돈을 많이 벌라'는 주문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천고등학교에서 역사교사로 근무하다가 은행가로 변신하여 상업은행에서 평생 법률상담 업무를 하였다고 합니다. 스승님 말대로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열심히 살았노라 환한 얼굴로 말씀하셨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생각하니, 2박3일간 신앙선배의 크나큰 사랑에 푹 안긴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우리를 불러준 한 쌤과 김명자 님, 그리고 열렬히 환대해주신 선배님 부부께 감사드립니다. 주 안에서의 만남은 정말 한없이 즐거운 것 같습니다.
첫댓글 그동안 코로나 여파로 자유롭게 여행을 못했는데 모처럼 장거리 운전을 하며 둘만의 시간을 가져 보기도 하고 또 귀한 분들을 만나 사랑의 교제를 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하지 못함이 참 아쉽기는 했지만 두 분의 사랑과 살아온 여정을 들을 수 있어 기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병덕 선생의 귀한 강의를 들을 수 있어 더욱더 빛을 발한 것 같습니다. 노년에 힘든것도 마다하지 않고 불러주신 그 사랑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