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돌이의 클래식 여행-오르간니스트로 활동한 바흐 2
바다와 같았던 음악의 아버지 바흐-G선상의 아리아
아내를 위한 <안나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음악수첩>
바흐는 그 당시의 가장 유명했던 네덜란드출신으로 바로크 북부독일을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오르간니스트인 요한 라인켄Johann Adam Reincken, 1623∼1722을 가장 존경했다. 바흐는 여행을 즐겨했기에, 라인켄Reincken의 연주를 듣기위해 함부르크에 있는 장트 카타리넨교회Katharineenkirche; St. Katharine’s Church까지 먼 길을 휴가를 내어 갔다. 그의 연주회나 발표회에는 언제라도 빠짐없이 갔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카타리넨교회에서 연주를 마친 바흐에게 다가오는 한 노인이 “오르간의 예술은 내가 마지막인줄로 알고 있었지만 당신 속에서 살아있었구나” 하면서 찬사를 보냈는데, 그 노인이 다름 아닌 자신이 참으로 존경했던 라인켄이었다. 바흐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젊은 오르간 연주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그의 찬사는 마음속에서 평생 지워지지 않는 감동이었다고 한다.(사진/스테인드 글라스에 바흐의 얼굴이 새겨진 라이프치히의 성토마스교회)
라이프치히Leipzig 성토마스 교회의 칸토르Cantor; 합창장로 일했던 시대에서는, 교회의 행사음악을 만들고 합창단을 편성하고 교육하는 일을 했다. 이 시대에 <마태수난곡Matthäus-Passion, BWV 244>, <요한 수난곡Johannes Passion, BWV 245>, 마지막 작품인 BWV 1080번인 <푸가의 기법Die Kunst der Fuge, BWV 1080>과 수많은 종교음악과 칸타타Cantata 걸작들을 작곡하였다. 많은 일을 하는 가운데서도 어떤 때는 매주 칸타타Cantata 1곡을 작곡하기도 하였다. 그는 라이프치히에 1723년에 와서 죽을 때까지 27년 동안 일했다.
1720년 바흐의 아내 마리아 바르바라Maria Barbara Bach, 1684.10.20~1720.7.7는 다섯 명의 아들과 두 명의 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고, 1721년 36살인 바흐는 15살 아래인 안나 막달레나 빌켄Anna Magdalena Wilcken, 1701.9.22∼1760.2.22과 재혼하여 여섯 명의 아들과 일곱 명의 딸을 더 낳아 모두 20명의 자녀를 두었다. 바흐는 1723년 토마스교회의 부설학교에서 라틴어를 가르치기 위해 라이프치히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아내 Anna는 소프라노 가수로 활동할 정도로 노래를 잘 했고, 악보 카피에도 능숙해 남편을 많이 도와주었을 뿐만 아니라 남편의 음악을 잘 이해하고 남편을 존경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흐는 이런 아내를 무척 고마워했기에 틈나는 데로 아내를 위해 모아놓은 수첩이 바로「안나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음악수첩Notenbüchlein für Anna Magdalena Bach」이다. 그는 이런 모음집을 2권(1723년, 1725년)을 남겼는데, 1725년 모음집에 수록되어있는 미뉴에트 G장조에 가사를 붙여서 사라 본Sarah Vaughan이 A Lover’s Concerto라는 이름으로 불러 세계적으로 큰 히트를 쳤다. 한국에서도 1997년 영화 “접속”의 사운드 트랙으로 잘 알려진 곡이다.
1997년 한석규 전도연이 주연한 이 영화는 음악상을 비롯하여 제1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영화제 “네티즌 초이스 상” 등을 수상하여 개봉당시 A Lover’s Concerto 등 OST에 수록된 곡들이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엄청난 곡을 작곡하면서도 모두 새로운 걸작을 만들어내었던 바흐는, 1723년부터 1750. 7. 28일 65세의 일기로 영면에 들어가기 까지 27년간 줄곧「성토마스교회Thomaskirche」 오르간니스트로 일했다.
「성토마스교회Thomaskirche」는 원래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규범에 기초한 수도원으로서 1212년에 지어졌으나 일부가 파손되자 15세기 후반부터 현재의 고딕식교회로 바뀌었다. 바흐의 음악이 울려퍼지는 내부에 들어서면 바흐, 멘델스존, 마르틴 루터등 제1차 세계대전 희생자들이 그려진 스테인드글라스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제단아래에 바흐가 묻혀있는데 동판에 바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교회에서 바흐 외에도 모차르트· 멘델스존·바그너 등이 연주한 적이 있으며, 바그너는 유아세례를 받기도한 유서 깊은 교회이다.
이 곳 바흐의 도시에서는 매년 6월 10일간「라이프치히 바흐페스티발Leipzig Bach Festival」을 개최하는데, 토마스키르히호프 광장Thomaskirchhof, 성토마스교회Thomaskirche, 니콜라이 교회Nikolaikirche, 게반트하우스Gewandhaus, 라이프치히 오페라하우스Oper Leipzig 등에서 이루어진다. 축제 시작일은 성령강림절(부활절이 끝난 7번째 일요일) 3주전으로, 보통 6월이지만 4월말∼5월에도 열리는 등 시작일은 조금씩 바뀐다.
바흐의 음악을 중심으로 매년 다른 주제로 클래식 작곡가들의 작품을 선정하여 이루어지는 이 페스티발을 통해서 이곳이 바흐음악의 세계적인 메카임을 보여준다.
<커피 칸타타Kaffeekantate, BWV 211>는 바흐의 중요작품이라 쓰는 것이 아니라, 바흐시절의 커피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여러분은 캔 커피인 칸타타 커피를 마신 적이 있으신가요? 바흐는 200여 칸타타Cantata를 작곡했는데 이중 Coffee cantataKaffeekantate가 있는데 세속칸타타이다. 칸타타란 이탈리아어 노래하다의 의미인 Cantare가 어원이며, 기악곡을 뜻하는 Sonata의 대칭어로 일련의 이야기풍 가사를 바탕으로 한 바로크 시대의 다 악장 성악곡을 가리킨다.
세속칸타타는 17C초∼18C전반에 걸쳐 이탈리아에서 발전하였으며 교회칸타타는 17∼18C 독일 프로테스탄트의 교회음악으로서 확립된 것이다.
교회칸타타로는「BWV 147, 예수는 만인의 기쁨Jesus bleibet meine Freude」, BWV 54, 죄악에 굳게 맞서라Widerstehe doch der sünde」등이 있는데, 다성적인 합창으로 시작해서 레치타티보Recitativo, 아리아Aria를 삽입하고 코랄chorale로 끝나는 형식이 많다. 이후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그리고 슈베르트, 슈만, 생상스, 프로코피에프 등도 칸타타를 작곡하였다.
바흐시절 독일에는 커피하우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교무대가 되고, 소규모공연도 커피하우스에서 이루어졌다. 바흐는 이런 커피하우스공연을 위해 커피칸타타Kaffeekantate를 작곡하였다.
어느 회사에서 커피 캔 칸타타를 판매하고 있는데, 바흐의 Kaffeekantate커피칸타타를 두고 만들었다. 커피만 마시지 말고 작품번호 BWV 211, Kaffeekantate도 한번 감상해보시기 바란다. 내용은 커피를 끊으라고 강요하는 아버지와 딸의 실랑이다. 아버지가 커피를 끊으라고 하자 딸 리스헨은 다른 건 다 없어도 커피만은 안 된다며 향긋한 커피를 “아! 맛있는 커피, 천 번의 키스보다도 황홀하고, 무스카텔Muscatel와인보다 더 달콤한 커피~ 커피여!” 하고 찬양하며 즐겁고 재미있게 노래한다. 바흐도 커피회사 협찬을 받았을까? 은근히 광고효과가 있는, 아니 광고효과가 매우 높은 커피광고음악이다.
독일에서 이렇게 노래했던 커피가 우리에게로 들어오고 오늘날 대한민국은 Coffee없이는 살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바흐는 커피를 즐겨 마셨고, 술을 즐겼지만 방탕한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던 모범생이었다.
<푸가의 기법Die Kunst der Fuge, BWV 1080>은 바흐가 눈병 수술의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1848∼1849년 사이에 작곡한 것으로 보이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4곡의 카논과 15곡의 푸가로 구성되었는데, 제14곡 푸가가 완성되고 제15곡 푸가 중도에서 바흐가 쓰러졌기 때문에 미완성의 대작으로 남았다.
바흐의 곡 중에서 먼저 떠오르는 건 푸가형식의 음악이다. 이 곡은 대위법 기술을 집대성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그 밑바닥에는 깊은 예술성을 내포하고 있어 최고 걸작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그가 죽은 다음해인 1751년에 미완성인 채로 출판되었는데, 건반 연주곡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바흐는 2곡에만 악기를 지정하였고 나머지는 특정 악기를 지정하지는 않았다.
푸가fuga(이), fugue(영·프), fuge(독)는 하나의 주제가 각 성부 혹은 악기에 장기적이며 규율적인 모방반복을 행하면서 특정된 조적調的법칙을 지켜서 이루어지는 악곡이다. 주제가 2개면 2중 푸가, 주제가 3개면 3중 푸가라고 한다.
푸가는 작곡에 필요한 기술과 같은 것이다. 테마의 각 음부의 길이를 배로 길게 하면서 새로 변화된 선율을 만들기도 하고, 혹 그와 반대로 대위법으로 테마와 주된 선율의 길이와 시간을 단축시켜 모방하는 방법, 높은음을 낮게 또는 낮은음을 높게 하거나, 첫 머리와 끝을 동시에 역으로 노래해도 화음이 될 수 있는 카논의 작법 등이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난해하게 들리는 이야기지만 작곡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할 작곡기술이기도 하다.
한편 바흐의 음악을 연구했던 크리스토프 볼프Christophe Wolf는 “이 곡의 목표는 푸가작곡의 다양한 가능성을 건반연주곡에서 펼쳐 보는 거대한 연습곡을 만드는 것이다. 바흐는 전통과 현대성을 결합하는 과정에 내재되어 있는 변증법적 원칙을 깨달았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알았다. 만년에 바흐는 그 어느 때보다 선구적인 곡을 썼다.”라고 말했다. 어찌하였던 매우 추상적이며 난해한 음악이다.
대위법Kontrapunkt; counterpoint이란 '음표 대 음표'를 뜻하는 라틴어 Punctus contra punctum에서 유래하는 말로, 음악은 단선율이 아니라면, 음의 수직적 결합(화음·화성)과 수평적 결합(melody)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는데, 어느 것이 우위에 있는가에 따라서 동성음악homophony과 다성음악polyphony으로 대별된다. 그리고 전자의 기법이 화성법이고 후자의 기법이 대위법이므로 다성음악을 대위법적 음악이라고 부를 때도 많다.
자필악보와 1751년 초판악보의 곡수나 배열순서가 차이가 있고, 악기편성이 지정되어 있지 않는 등 전체적 구성에 관한 의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여러 가지로 해석·편곡되어 연주되어왔다. 이 곡에 대해 오랫동안 푸가·카논canon의 범례집에 불과하다고 여겼으나, 작곡 후 180년이 경과한 1927년에 라이프치히에서 처음으로 전곡이 초연된 뒤 재평가되어 푸가기법의 모든 유형이 집대성된 서양음악의 위대한 정신적 유산으로 평가되고 있는 곡이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양형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