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城道中(장성도중)
백광훈(白光勳:1537~1582)
본관은 해미(海美). 자는 창경(彰卿), 호는 옥봉(玉峯).
1564년 28세에 진사시에 급제했으나,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자연을 벗하면서
한평생 시에 매진하였다.
최경창 · 이달과 함께 삼당시인(三唐詩人)으로 불리었다.
백광훈의 시는 당풍(唐風)을 쓰려고 노력하였다.
풍류성색을 중시하였으며, 낭만적이고 염일(艶逸)한 시풍을 지녔다.
저서로는 『옥봉집』이 있다.
길 위에서 단오를 맞이하여
路上逢重五 노상봉중오
낯선 고장이지만 풍물도 같다네
殊方節物同 수방절물동
먼 곳에 있는 어린 딸이 가엾네
遙憐小兒女 요련소아녀
온종일 후원에만 있으니
竟日後園中 경일후원중
.
4대 명절 중에
가장 좋은 달에 있는 것이 단오이다.
동네마다
마을 초입에 있는
느티나무나 소나무에 그네를 매고
그네를 만들기 위해 며칠씩
밤을 새워가면서 새끼를 꼬았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풍습이지만
그때가 그리운 것은
함께했던 사람들이다.
화자는 낯선 고장에서 길을 걷다가
단오를 맞이하였다.
그 마을에서 그네를 뛰는 여자들을 보면서
하루종일 바깥에도 나오지도 못하고
뒤란만 맴돌고 있을
어린 딸을 생각하면서
하염없이 쓸쓸한 그리움에 젖어있다.
조선시대 여자의 일생은
참으로 힘들고 힘든 삶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