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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소원 두 가지 일제고사 폐지하고 복직해서 아이들 곁으로 |
세 아이가 항꾸네 와서 인사를 헌다. 그 중 한 아이가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더니 정선생님한테 한 웅큼 무엇인가를 준다. 사탕이다.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오신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셨어요?”
“아무도 안 왔어요?” “형진이 어머니 저 안(문구점)에 계셔요.”
노랑모자를 쓴 수위아저씨(?)가 오늘이 벌써 입춘이라고 그러신다. 정선생님이 오늘 날이 축축한 게 꼭 봄 같다고 헌다. 한 여성이 교문에 온다. 은평구민이란다. 정선생님이 나를 그 분께 소개헌다.
“안녕하세요? 목포에서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참 멀리서도 오셨네요.”
“고맙습니다, 도와주셔서.” “오히려 저희가 고맙지요.”
학부모 두 분이 길가에서 글판을 들고 서있다. 그리로 가서 사진 좀 찍겄다고 헝게 한 어머니는 얼굴을 개린다.
정상용 선생님을 돌려주세요 -구산초등학교 학부모- |
구산초 정상용 선생님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세요 -교육을 걱정하는 은평구민들- |
녹색어머니회 한 분이 정선생님한테 흰 봉투를 건넨다. 탄원서란다. 시키지도 않았는디 1주일만에 2,290명의 학부모가 서명을 했단다. MBC피디수첩에서 봤던 아이가 정선생님께로 와서 인사를 헌다. 선생님 해고하지 말아달라고, 학교에 그냥 있게 해달라고 울먹이던 아이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디 동무맹이로 편허게 헌다. 구파발로 이사를 가서 학교 다니기가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정선생님 목소리에 아이 걱정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8시 14분. 어머니들이 다섯 분으로 늘어났다. 몸자보를 걸치고 저만치서 나래비로 서있다. 선생님들 세 분이 교문에서 정선생님허고 정담을 나눈다. 안경 쓰신 여선생님 한 분이 자기 고향이 광주라고 헌다. 할머니 한 분이 손녀를 데려다 줌시로 정선생님께 말을 건다.
“복직 안 했어요? 어떻해?”
8시 22분. 정선생님은 교문 오른 쪽에, 시민단체 회원 두 분은 왼 쪽에 학부모님들은 길 저만치서 아이들을, 선생님들을 맞는다. 정선생님은 학교에 오는 아이들마다 상담을 허신다. 교문상담! 갑자기 콧등이 시큰거려온다. 엄마들이 야달 분으로 늘었다. 언제 왔는지 검정바바리를 걸친 말쑥한 차림의 젊은이가 정선생님이 서 있는 오른 쪽 언덕배기에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다. 정보과 형사란다.
8시 31분. 여학생 다섯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오늘은 일찍 왔네?” “안녕하세요, 선생님~! 호호호호....”
“(중학교가)어디야?” “선정 갔어요.”
“근데요, 선생님? 김**선생님이 학주인데요? ‘너, 염색 풀고와!’ 이래요.”
“그래? 선생님이 그 분 잘 아는데 말씀드려 볼께.” “예에. 선생님, 안녕~!”
한 남자애가 절을 하고는 말도 없이 매실병을 건넨다. 정선생님이 그 애 등을 토닥인다. 40대후반이나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신사 한분이 정선생님한테 인사를 헌다. ‘초록의 공명’이란 책을 펴낸 삼인출판사 부사장이란다. 그 분도 시민단체 회원인 모양이다.
8시 50분. 예비종이 울린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인사를 하고 먼저 자리를 떠난다. 정선생님허고 항꾸네 엄매들께로 갔다. 모두 아홉 분인디 정선생님 반 학부모도 있고 다른 반, 다른 학년 학부모들도 있단다. 그저 고맙기만 헌 분들이다. 한 엄니가 나한테 고생했다고 그런다.
“고생은요? 짤린 분도 있는디요.” “말씀이 너무 쎄신데요? 호호호호.... ”
9시 55분. 정선생님허고 항꾸네 농성장에 도착했다. 더벅머리 서기덕 선생님이 아직도 안 가고 농성장을 지키고 계신다.
“잘하고 오셨어요?” “예, 아직도 안 가셨네요. 잉?”
“아침밥은 드셨능가요?” “집에 가서 먹으면 됩니다.”
“겁나게 배고프시겄는디, 잠도 오고.... 언능 들어가세요.” “예, 그럼 저 가겠습니다.”
12시 18분. 희찬이 성님이 가방을 들고 말쑥한 차림으로 오신다. 사회봉사 2시간 교육 받고 오는 중이란다. 내일부터는 하루 9시간썩 해서 모두 80시간을 해야헌단다. 이런 썩을 놈의 세상! 죄진 놈들은 호의호식허고 착허디착헌 사람들은 징역살이에, 사회봉사에, 맞어 죽고, 불타 죽고, 떨어져 죽고....
13시 35분. 여의도 집회장에 갈 양으로 농성장을 떠났다. 교육청허고 강북삼성병원 사이에 있는 골목길로 내려갔다. 등이 굽은 할아버지 한 분이 밀차에 종이상자를 잔뜩 싣고서 팔자검을을 허고 걸어간다. 고개 들기도 힘이 드는지 두어 발짝 띠고 고개 한 번 들고 이내 또 고개를 숙이고 걷는다.
2시 18분. 여의도역 도착했다. 여의도출구로 나선다. 길 건너편에 여의도공원이 있다. 공원을 지나자 멀리서 구케의사당 대가리가 보인다. 이미 집회를 시작했는지 소리통을 통해 뭐라고 허는 소리가 들린다. 발걸음을 서둘렀다.
KB(국민은행?) 건물 앞 인도에 80여명의 사람들(주거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왕십리 뉴타운 세입자 대책위, 고척쇼핑대책위)이 투쟁조끼를 입고 앙거있고, 한 사내가 소리대를 잡고 선동을 헌다.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학살을 하고 있는 것처럼 용산에서 또다른 학살이 있었고 우리도 그 대상입니다. 다함께 투쟁합시다!” “투쟁~~!!”
또 다른 분이 나와서 구청의 사기행각을 폭로한다.
“용산구청장은 우리를 보상금만 바라는 떼거지라고 했습니다. 그는 4선 구청장입니다. 요번이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이 사람이 어느 당입니까?” “한나라당~~!!”
‘아니? 개나라당, 딴나라당이제라!’
“맞습니다! 우리를 떼잡이 몰이꾼으로 몰아가고 있는 원조 생떼거리 한나라당입니다! 그들은 국민의 소통을 무시하고 화합을 원치 않는 집단입니다. (용산참사에 대해) 집권여당 어느 누구도, 단 한 사람도 책임지지 않고 있습니다.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습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오로지 핑계만 대고 빠져나가려고만 합니다. 이것이 원조 생떼거리당이 아니고 무었이겠습니까?”
2시 42분. 집회를 잠시 쉰단다. ‘왕십리 2구역세대위’, ‘왕십리 뉴타운1구역세대위’ 깃발이 바람에 춤을 춘다. 거리의 화단은 공사로 파헤쳐져있고 그 위로 저 멀리 떠있는 구케의사당 몰골이 추악허다. 100명도 못 되는 철거민 시위대를 보호헐라고 국민의 몽둥이 견찰들은 어김없이 주위를 감싸고 있다. 참으로 고마운, 눈물나는 정부가 아닌가? 집회장 왼쪽에 큰 펼침막이 걸려있다.
근 굶어죽기 싫었던 철거민들이 조 그렇게 뜨겁게 죽어갔습니다! -민노당 용산4구역 세입자대책위- |
2시 53분.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름시로 집회를 이어간다.
“세입자대책 외면하는 국회는 각성하라!”
“세입자대책 외면하는 국회는 각성하라! 투쟁~~!!”
“투쟁 없이 쟁취 없다, 투쟁으로 쟁취하자!”
“투쟁 없이 쟁취 없다, 투쟁으로 쟁취하자! 투쟁~~!!”
“끝까지 투쟁해서 반드시 쟁취하자!”
“끝까지 투쟁해서 반드시 쟁취하자! 투쟁~~!!”
“철거민도 사람이다, 철거민 대책 세워라!”
“철거민도 사람이다, 철거민 대책 세워라! 투쟁~~!!”
노래율동을 허고 호르라기를 불고는 사람들이 자리에 앙근다. 사회자가 석기시대를 박살내고 국민의 힘이 살아있다는 것을 저 높은 국회의원들한테 알려야헌다고 그런다. 고척대책위원장을 소개헌다.
“고척대책위원장, 투쟁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투쟁!” “투쟁~~!!”
“작년 연말에 국회에서 뉴타운법, 재개발법을 직권상정해서 지들 맘대로, 지들이 원하는 대로 고쳐버렸습니다. 1월 15일에 내놓은 개선안이라고 하는 것이 알맹이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는 국민을 우습게 아는 대통령은 어서 빨리 내려와야 헌다고 힘주어 말한다. 경제 살린다는 거짓말에 속아 이대로 가다가는 80% 이상이 철거민일 수밖에 없단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국민세금을 공적자금이라고 해서 어떻게 기업에게 퍼줄 수 있느냐고 헌다.
“국민을 더는(더 이상) 우롱하지 마십시오. 또 내년에는 끄덕없다고 합니다. 어제 뉴타운, 재개발 반대대책위가 있었는데 민주당은 생색내기에 급급했습니다. 서울시, 국회의원, 대통령 모두 한 통속입니다. 우리가 다시 망루에 올라가는 한이 있더라도 막아내야 합니다. 모든 개발법을 세입자, 국민을 위한 법으로 바꿀 때까지 싸울 것입니다!”
단결투쟁가, 연대투쟁가 율동을 헌다.
“....그래 너희에겐 외세와 자본이 있고 폭력집단 경찰과 군대 있지만 우리에겐 신념과 의리로 뭉친 죽음도 함께하는 동지가 있다 보아라(투쟁!) 연대의 깃발 들어라(투쟁!) 단결의 함성 너희의 마지막 발악 투쟁으로 화~답하리라~~~~”
여야 각 당에 면담신청을 해서 민노당 강기갑의원을 면담했단다. 국회의장한테도 신청을 했는디 정무담당자를 면담자로 임명했다길래 거절해부렀단다. 내일(2월 5일) 11시에 자유선진당 대표, 모레는 창조한국당을 면담하기로 했는디 여당인 한나라당은 묵묵부답이란다. 제1야당인 민주당도 역시 묵묵부답!
“민주당 정책토론회에 잠시 갔다가 울화통만 터져서 나와버렸습니다. 한나라당이 이렇게 하니까 자기네들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국회의원들 조사요? 자리에 앉아서 보고만 받습니다. (중략) 우리는 얼마나 많이 속았습니까? 믿을 수 있는 것은 우리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우리 주장 안 들어줍니다. 19일 경찰은 하루종일 철거민들이 시민들을 향해서 골프공, 쇠구슬을 투척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선량한 시민들한테 골프공, 벽돌, 화염병 던지지 않았습니다. 재개발지역 용역들이 선량한 시민입니까?” “아니요~!!”
“우리는 우리 대신 희생당한 그 분들의 명예를 되찾아야 합니다!” “투쟁~!!”
민노당 강기갑대표와 면담한 결과를 야그헌다. 소수정당으로 법을 바꾸는 데는 힘들고 벅차기는 하지만 작은 힘이나마 보태겄다고 했단다. 세입자를 위해서 법을 고치는 데 최선을 다허겄단다. 그러고는 민주당 국회 민원책임자를 만났는디 긴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고 다만, 앞으로 세입자들의 고통을 함께 허겄다는 약속만 하더란다.
“70년대 새마을노래가 지금 말하는 뉴타운노랩니다. 중산층이 영세민이 되고, 영세민이 빈민이 되고, 빈민이 노숙자로 내몰리게 하는 것이 뉴타운입니다. 일산에서 배 떵떵거리는 부자, 안양, 수원에 사는 부자들은 불러들여 부자들만 서울 살아라!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든 사람은 서울 밖으로 나가라! 이런 것이 뉴타운이라면 우리는 결코 뉴타운을 지지하거나 찬성할 수 없습니다. 누구도 들어주지 않아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외쳤던 사람들을 테러, 폭력집단이라고 했습니다. 경찰특공대요? 테러범, 인질범, 언제든지 죽여도 되는 흉악범에 투입되는 부대입니다. 그들을 투입해서 세입자들을 죽였습니다. 우리는 (참사를) 뜬눈으로 지켜본 목격자이면서 증언자들인데 검찰은 단 한 마디도 물어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기름(불)에 휩싸여 죽을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합법적으로 세입자들의 권리가 인정받는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합시다. 투쟁!” “투쟁~!!”
“대책없는 개발사업 투쟁으로 박살내자!”
“대책없는 개발사업 투쟁으로 박살내자! 투쟁~!!”
사회자가 임시국회에 국정조사와 특검법 두 가지를 요구한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억울한 다섯 분 열사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함이란다.
“정부여당은 즉각 특검법을 수용하라!”
“정부여당은 즉각 특검법을 수용하라! 투쟁~!!”
“정부여당은 국정조사에 응하라!”
“정부여당은 국정조사에 응하라! 투쟁~!!”
민주노동당 용산위원회(?) 관계자가 나와서 연설을 헌다. 아버님, 어머님들 건강이 걱정된단다. 고인들 앞에서 즐겁게 투쟁하시란 말씀은 못 드리겄고 부디 건강하게 투쟁허시란다. 하루 세 끄니(끼) 꼬박꼬박 드시고 아침에 맨손체조라도 허시란다.
“22년 전 1월, 1987년 1월14일, 한 대학생이 용산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죽었습니다. 경찰은 책상을 한 대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했습니다. 바로 박종철 열사입니다. 22년 전 그 이야기와 (오늘의) 검찰의 모습이 똑같습니다. 역사를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한 청년의 억울한 죽음에 1월부터 유월까지 싸웠습니다. 그 결과 대통령직선제를 안아왔습니다. 그런데 여섯 명의 억울한 죽음은 어떤 결과가 나오겠습니까?”
22년 전에는 대학생들이 앞장을 섰는디, 2009년에는 세입자들이 시민들을 거리로 안내해 도라고 헌다. 이명박 정권이 국민들로부터 손을 뗄 수 있도록....
“살인자를 처벌하고 뉴타운정책 중단하라!”
“살인자를 처벌하고 뉴타운정책 중단하라! 투쟁~!!”
3시 57분.‘님을 위한 행진곡’을 끝으로 집회를 접는다. 어제 불같이 화를 내시던 그 분이 오늘은 차 한 잔 마시라고 허신다. 그 분들을 뒤로 허고 다시 여의도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4시 45분. 농성장에 도착했다. 김유현, 송용운, 김윤주, 설은주 선생님들이 와계신다. 3월 8일 밤 10시부터 11시 사이에 ‘MBC스페셜’에서 일제고사를 다룬단다. 이틀 뒤, 3월 10일에 일제고사가 있어서 시의적절하게 배치했다는 느낌이 든다. 김윤주 선생님한테 지난 월요일 아침에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하다고 헝게 대뜸 그런다.
“옥상으로 올라오세욧!”
전화기가 ‘우웅~~~~’하고 떤다. 전국동의학모임 규완이다. 6시에 퇴근헝게 그 때 한국은행 정문에서 보잔다. 그러마고 허고는 5시 반이 조께 넘어서 길을 나섰다. 삼성병원 언덕배기에서 봉게 남산탑이 보인다. 신호등을 건너서 왼쪽 큰길로 안 가고 남산탑 쪽으로 직진했다. 정동극장이 나오고 이화여고가 나온다. 덕수궁 돌담길을 돌아등게 대한문이 있고 시청광장(아니 시방은 돈놀이터)이 나온다.
광장 놀이터 주변에는 왼통 사복 짭새들이 점령하고 있다. 유가족 다섯 분이 검정 상복에 영정을 들고 서있고, 한 여성은 홍보유인물을 여러 장 붙여놓은 커다란 글판을 세워들고 그 젙에 서있다. 서너 사람이 신호등 이짝 저짝에서 시민들한테 2월 7일 집회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표정들이 하나같이 어둡다. 한 사내가 사람들한테 유인물을 내미는디 두 사람이 손사래를 치고 지 갈길을 가분다. 나한테도 줄라고 허길래 나는 있노라고 보여줬다. 건너옴시로 그 분을 돌아봄시로 수고허시라고 헝게 살픗 웃어보인다. 프라자호텔을 지나옴시로 광장 쪽을 봤다. 오서푼(오세훈)이가 놀이터 비랑빡(벽)에서 서울 철거민들을, 서민들을 강간하고 있었다.
“모두가 행복한 서울을 만들겠습니다.”
6시. 한국은행 정문이다. 규완이가 가방을 메고 터벅터벅 걸어나온다.
“왔어?” “응, 오랜만이다.”
“어디로 가까?” “시청 옆에 고등어조림 잘허는 데 있든디.”
“과메기 묵을래?” “그것도 좋고. 근디 가방이 바뀌었네?”
“응, 우리 마누라가 만들어줬어. 개봐서 좋아.” “집 사람 재주가 보통이 아닌디?”
조선호텔 건물께로 들어선다. ‘호텔에서 과메기를?’
“어이, 나 조선일보 싫어서 조선이란 말만 나와도 싫네.” “응, 걱정 마.”하고는 조선호텔 구역 안에 있는 단군사당(?)을 보여준다.
3년 전, 서울에 막 올라와 묵었다는 과메기집을 찾니라고 솔찬히 헤맸다. 시간은 좀 걸려도 어디든 꼭 찾는다고 너스레를 떤다. 어렵게어렵게 그곳을 찾았다. 김대중이 때는 홍어가 유명허더니 지금은 과메기가 유명허단다. 식당에 들어가 과메기를 주문했다. 규완이가 가방에서 뭔가를 꺼낸다. 호도다. 고향인 장흥에 가서 사왔노라고 나한테 건넨다.
“아니여. 나는 집에 있응게 다른 사람한테 줘.”
7시가 넘었다. 쐬주 두 병을 서둘러 비우고는 가게를 나선다. 알고봉게 청계천 뽀짝 젙에 있었다. 규완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묻는다.
“아저씨, 데모 어~서(어디서) 허요?” “저 아래로 내려가 보세요.” “예에~.”
한국정보사회진흥원 모퉁이 바닥에 전경들이 투구를 깔고 앉아 방패를 들고 있다. 규완이가 한 애 앞에 쪼그리고 앉더니, 방패를 만지작거린다.
“이것 재질이 뭐여?” “....”
서울파이넨셜센터 건물 앞에 시민들이 모여있다. 그 시민들을 쥐새끼 충견들이 빙 둘러 싸고 있다. “아가, 우리 들어간다. 길 비켜라.”허고는 전견들을 비집고 들어간다. ‘전국철거민연합’, ‘일제고사 응원까페’깃발이 있다. ‘전교조 깃발도 좀 보일 것이제만....’
서울교대 박선영 열사 어머니, 연세대 이한열 열사 어머님을 만났다.
“워메, 어머니 안녕허싱가요?” “아, 고선생님 오셨소?”
“새해에도 건강허십시오.” “예, 고맙습니다.”
이한열 열사 어머님한테도 인사들 드렸다.
“저 법원 앞 오복사 아들입니다.” “아, 그러세요?”
“근디 어떻게 오셨소?” “서울교육청 앞에서 노숙투쟁헌디요. 지원 나왔그만요?”
“참, 규완아 인사드려라. 이 분이 박선영 열사 어머니시고 이 분이 이한열 열사 어머니시다.” “아, 그러십니까? 어머니들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허고는 가방에서 호도를 꺼내 한 짝(두 개)씩 드린다. 두 엄니가 귀한 선물을 줘서 너무너무 고맙다고 그러신다. 손글판 아저씨가 다가와서 아는 체를 허신다. 이번에는 이렇게 써놓으셨다.
6명의 피도 모자라면 나를 죽여라! 촛불 켜다 경찰 발에 밟혀 죽는 게 내 소원이다! |
8시. 견찰놈들이 경고방송을 헌다. 불법집회잉게 지금 즉시 해산허란다. 그러자 시민들이 이렇게 외친다.
“경찰은 이명박과 촛불 간에 3자 개입하지 마라!”
“당신들의 상식, 양식, 역사의식, 헌법정신에 입각해서 답변해보십시오. 정권이 국민의 뜻에 반하여 독재로 치닫고 국민을 짓누를 때, 당신들은 누구의 편에 서야합니까?”
8시 8분. ‘광야에서’를 부른다. 유족들은 영정을 두 손에 모아들고 처연하게 서있다.
“동지 여러분, 우리가 쓰러져 주저앉을 수 있습니까? 우리는 주저앉지도, 쓰러질 수도 없습니다. 학살정권, 학살범인 이명박정권 물러나라!”
“학살정권, 학살범인 이명박정권 물러나라! 명.박.정.권. 퇴진, 투쟁, 결사, 투쟁~!!”
16개월 전,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단 분이 말씀허신다. 내일 발표는 조작헐 것이란다. 부검결과를 아직도 발표 못하는 이유가 뭐겄냐고 헌다. 내일은 사람들 더 데리고 오잔다. 87년 유월항쟁 이상으로 모이자고 제안헌다.
동지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친다.
“노동자 민중 다 죽이는 이명박정권 물러나라!”
“노동자 민중 다 죽이는 이명박정권 물러나라! 명.박.정.권. 퇴진, 투쟁, 결사, 투쟁~!!”
"살인진압 폭력만행 책임자를 처벌하라!“
"살인진압 폭력만행 책임자를 처벌하라! 명.박.정.권. 퇴진, 투쟁, 결사, 투쟁~!!“
범대위 상황실장이 발언을 헌다. 이명박정권 은 노동자, 빈민, 농민들의 생존권을 벼랑으로 내몰고 오로지 전경 닭장차에 의존해서 연명하고 있단다. 기만적 수사결과에 전 국민이 공분할 것을 확신한단다. 7일에 있을 3차 범국민대회에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허자고 헌다. 300여 시민들이 투쟁으로 화답헌다.
8시 25분. ‘님을 위한 행진곡’을 끝으로 촛불추모제는 막을 내린다.
“학살만행 살인정권 이명박 정권 박살내자!”
“학살만행 살인정권 이명박 정권 박살내자! 폭.력.정.권. 퇴진, 투쟁, 결사, 투쟁~!!”
“명박이는 짧고 역사는 길~다!”
“명박이는 짧고 역사는 길~다! 폭.력.정.권. 퇴진, 투쟁, 결사, 투쟁~!!”
9시께 농성장에 도착했다. 희주성님이랑 용운이성, 이인호 선생님, 김유현 선생님, 설은주 선생님 들이 반긴다. 이인호 선생님은 전국수학교사모임 대표란다. 전국교과모임 중에 유일하게 전교조 조직에 들어와 있단다. 진도교육청에 있는 김설오 장학사허고도 잘 안단다. ‘언젠가 설오가 말헌 분이 이 분이었구나.’ 했다. 전대협 시절의 야그, 교육문제 등, 이러저러한 야그꽃을 피우다가 자정이 넘어서야 잠을 청했다. 농성장 바닥에서 잠을 자겄단디 이인호 선생님이 기언치(기어코) 나를 ‘나이스데이’에서 재운다. 당신은 한뎃잠을 자고....<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