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문병란
가을날
빈손에 받아 든 작은 꽃씨 한 알!
그 숱한 잎이며 꽃이며
찬란한 빛깔이 사라진 다음
오직 한 알의 작은 꽃씨 속에 모여든 가을.
빛나는 여름의 오후,
핏빛 꽃들의 몸부림이며
뜨거운 노을의 입김이 여물어
하나의 무게로 만져지는 것일까.
비애의 껍질을 모아 불태워버리면
갑자기 뜰이 넓어가는 가을날
내 마음 어느 깊이에서도
고이 여물어 가는 빛나는 외로움!
오늘은 한 알의 꽃씨를 골라
기인 기다림의 창변에
화려한 어젯날의 대화를 묻는다.
===[한국 대표 명시 3, 빛샘]===
문병란 시인
출생: 1935년 3월 28일, 전남 화순군
사망: 2015년 9월 25일 (향년 80세)
학력: 조선대학교 문학과 졸업
경력: 민주교육실천협의회 국민운동본부 대표
수상: 2009. 제1회 박인환 시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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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받은 꽃씨!
여름에 한창 아름답게 피어 가을에 꽃씨를 남긴 것일까?
외로움이 여물어 가는 가을을 노래합니다.
여름이 익어가고
가을은 여물어가고
가을!
파란 하늘, 흰 구름, 바람, 코스모스, 구절초, 감, 추석, 때때옷, 단풍, 낙엽, 트렌치 코트의 옷깃.....
오늘이 가을이 일어서는 입추(立秋)입니다.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