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인간은 '축제의 사회' 속에 살고 있다. 다만 옛사람의 그것은 생활이며 종교이자 의례였던 반면에 요즘 사람들의 그것은 놀이이자 자신의 의사표현수단으로 변한 것이 다를 뿐이다. 2000년에도 이땅에는 예술적, 문화적 표현수단을 활용한 무수히 많은 문화예술행사가 개최되었다. 이러한 문화예술행사 중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단체 단위로 매년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전통문화축제는 규모나 예산, 인지도는 높지만 축제의 개최형식이나 목적이 지역문화의 계승발전이나 주민화합을 목적으로 주민참여를 제일의 가치로 삼는다는 측면에서 여타의 문화예술축제와는 구별되고, 축제의 연원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였다.
그러한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문화예술행사는, 음악회·연극·전시회 등 단위예술행사들을 제외하면 예술활동을 수단으로 하는 문화예술축제와 지역의 자원이나 특성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문화관광축제, 그리고 기타 사회적·문화적 목적에서 개최하는 문화예술이벤트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 다루는 문화예술행사는 예술축제, 문화관광축제, 문화예술이벤트 등 예술적 활동이 축제의 목적이나 수단으로 활동되는 문화예술행사들을 전반적인 기술대상으로 하되, 전통문화축제와 문화관광축제, 그리고 개별 문화예술행사를 제외한 순수 문화예술축제와 문화이벤트에 한정하여 그 흐름을 개관하고 간략히 기술하되 행사의 자세한 내역은 중요도를 감안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간단하게 기록해 두고자 한다.
Ⅱ. 2000년 문화예술축제 현황
1. 예술축제 현황
2000년에 개최된 주요 예술축제를 종합예술제와 장르별 예술제, 예술문화이벤트로 분류할 수 있다. 1999년에 비해 종합예술제는 큰 변화가 발견되지 않지만 장르별 예술제는 단순히 음악제, 연극제, 영화제를 벗어나 사회적 문제의식을 표현하거나 특정한 의도를 명시적으로 표출시키는 이벤트성 예술행사가 눈에 띄게 늘어난 점이 특이하다 할 만하다. 더불어 단순한 예술행사라기보다는 예술적 수단을 빌린 문화이벤트가 늘어난 점도 마찬가지이다. 몇몇 축제의 행사내역을 통해 경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종합예술제
종합예술제는 진주의 개천예술제와 같이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전통적으로 개최되던 지역축제 중 축제의 프로그램이 주로 예술행사로 구성되는 축제가 주를 이루고 {죽산 국제예술제}와 같은 특별한 의도에서 기획된 축제, {안면도 예술제}처럼 관광 또는 지역알리기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예술적 소재로 기획한 축제가 주를 이룬다.
제 50회 째인 {진주 개천예술제}는 국악부, 무용부, 문학부, 미술부, 사진부, 연극부, 연예부, 음악부, 민속부 등 9개 부문으로 나눠 19개의 경연대회 형식으로 치뤄졌다. 국악부에서는 개천국악경연대회, 전국학생국악경연대회, 전국시조경창대회, 무용부에서는 개천한국무용제, 전국무용경연대회, 문학부에서는 개천문학상, 학생백일장, 미술부에서는 개천미술대상전, 개천미술실기대회 등이 열렸다. 또 전국사진촬영대회, 개천예술학생연극제, 전국관악경연대회, 한시백일장, 웅변대회, 동화대회도 마련되었다. 이러한 축제로는 {경기 종합예술제}, {마산 종합예술제}, {봄내 종합예술제} 등이 있다. 이러한 축제들은 주로 지역에 활동기반을 둔 전문예술가를 비롯하여 신진예술가, 지역내의 아마추어예술가, 학생 및 일반인 등 취미 차원에서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들까지 직접 축제에 참여하는 특징을 나타낸다.
이에 비해 안성군 죽산리 '웃는돌 캠프'에서 펼쳐진 {2000 죽산 국제예술제}는 '21세기를 위한 전주곡'을 주제로 아시아 예술가들을 주축으로 하여 '예술을 통한 자연과 인간의 만남'이란 모토 아래 무용, 음악, 행위예술, 뮤지컬 등 다양한 작품을 보여주어 전자보다는 좀더 수준높은 프로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축제였다.
2) 장르별 예술제
장르별 예술제는 {2000 교향악축제}, {제주 국제관악제}, {난계국악제}와 같이 음악을 축제의 소재로 한 것들과 {강원연극제}, {수원 화성 국제연극제}, {거창 국제연극제}, {과천 세계마당극 제 2000 }, {춘천 국제마임축제}와 같이 연극이나 마당극, 마임 등 공연예술을 위주로 하는 축제들과 {광주 비엔날레}, {대구 5월미술제} 등 미술제, {전주 국제영화제},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 {퀴어영화제}, {부산 국제영화제} 등 영화제 류의 축제가 주를 이루었다. 일부 비판적 의견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국제영화제에 이어 부천과 전주의 국제영화제도 축제성격의 완전한 독창성은 확보하지 못하였지만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특징 있는 영화제로 개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해로 판단된다.
음악제인 {2000 교향악축제}는 국내정상급으로 꼽히는 KBS교향악단과 서울시향, 코리안심포니와 함께 국내 유일의 구립단체인 강남구립교향악단까지 참여하여 지역과 운영방식은 달라도 '음악'이란 공통된 주제로 묶인 교향악단이 대거 참가하여 이루어졌다. 국내·외 중견 및 신진 지휘자와 해외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연주자가 차례로 무대에 서서 고전주의에서부터 낭만주의, 20세기 현대음악과 한국 창작곡까지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하였다.
종합미술제인 {광주 비엔날레}는 '인(人)+간(間)'을 주제로 모두 240명의 작가가 참여해 아시아성을 바탕으로 세계성을 지향하며 열렸다. 전시는 6개권역의 본전시와 특별전으로 구분되어 이루어졌다. 조직과 전시운영방향에 대하여 행정기관과 미술인 간의 일부 불협화음은 노출되었지만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진통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대표적인 국제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는 총 55개국 212편이 상연되었는데 대표적인 상영작인 <아시아영화의 창>을 비롯한 공식부문과 <중앙아시아 특별전> 등 3개의 특별기획프로그램으로 나누어졌다. 개막작과 폐막작은 각각 인도 감독 부다뎁 다스굽타의 <레슬러>와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였다. 예술영화에 치중했던 과거와는 달리 대중영화를 초청, 아시아 영화산업의 방향을 살펴보기 위한 기획의도를 담고 있다. 올해 처음 개최된 {전주 국제영화제}는 영화제가 증가하는데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흥미진진한 영화부터 세계 최전선에 서 있는 대안적 영화들,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실험한 작품들의 자유롭고 풍성한 경연과 새로움을 약속하며 영화에 대한 통념과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영화들로 가득 채워져 새로움의 의미를 부각시켰다.
그리고 {춘천 국제마임축제}, {과천 세계마당극제 2000} 등 개최되기 시작한지 몇 년 지난 일부 공연예술축제는 이제 축제의 성격에 대한 특화와 함께 고정관객의 확보도 어느 정도 이루어낸 특화된 예술제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3) 기타 예술문화이벤트
2000년도에 개최된 종합 및 장르별 예술제를 제외한 기타 예술제는 국악과 양악 연주, 노래 등 장르별 악기와 연주자들이 망라되어 악보나 연습, 리허설 없이 공연장 분위기와 느낌에 따라 즉흥적으로 꾸며내는 색다른 무대로 채워진 {메디파크프리뮤직-즉흥 페스티발}을 비롯하여, '이동'이라는 주제 하에 2000년에는 국내 최초로 폴란드, 스웨덴, 프랑스, 독일, 호주,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등 9개국에서 50여명의 행위예술가들이 퍼포먼스를 선보인 {서울국제행위예술제},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취병리의 진밭마을에서의 여름축제로 다양한 분야의 미술인들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장승제와 함께 마을의 민예품과 유물 등을 전시하는 마을문화전시관을 개관하였고, 각종 미술품을 감상하는 등 자연과 사람, 작품이 한데 어우러지는 흥겨운 한마당을 펼친 {숲과 마을 미술축전} 등이 주목을 받았다. 사진과 비디오 디지털 중심의 '미디어아트 페스티벌'로 서울시립박물관 등 서울시 곳곳에서 파상적으로 열린 {미디어시티 서울 2000}도 주목을 받은 이벤트였다.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른 {통일예술제}, {통일문학제}, {민통선예술제} 등도 금년에 주목을 받은 행사였다. 예총의 각급협회 8개 지부가 행사를 주관한 {2000년 통일예술제}의 경우, 제 3회 정보문화한마당을 비롯해 야외조각전, 국제아동미술전, 통일백일장대회 그리고 해외교포와 의정부 예술인이 함께 펼치는 '우리는 하나', 중앙초등학교에서 시청 앞까지 이어지는 '통일로 가는 길' 등의 행사가 다채롭게 진행되었고, {DMZ민통선예술제}는 지역 문화예술행사로 자연 속에서 다양한 장르의 한국현대미술과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예술가들에 의해 현대적 조형감각으로 재창조된 자연의 색·소리·입체가 자연과 인간과 어떻게 어우러지며 만날까라는 접목의 물음과 단순한 놀이공간이 아닌 정체된 순수예술공간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된 민통선 예술제로, 이 축제는 한국미술문화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중추적 미술가들을 초대, 지역주민들과 만남의 자리를 만드는 것은 물론 청소년들에게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고, 또 접경지역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미술문화현장을 학습할 수 있는 체험의 장을 제공하였다.
그리고 연극예술의 교류를 통해 지역예술문화 활성화와 영호남 지역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개최된 {2000년 연극제}에는 전국에서 6개 극단이 참가하여 예술활동을 통한 지역갈등 해소책이 시도되기도 하였고 {드럼예술제}, {양평 세계사물놀이겨루기한마당}, {메가필름페스티벌 2000(유럽영화축제)}, {태백산 쿨시네마페스티벌}, {서울국제행위예술제}, 대구의 {한국영화축제}, {창원국제조각축제}, {광주 예술의거리축제} 등도 지역 내외의 주민과 예술가들로부터 주목받은 행사였다.
2. 문화이벤트 현황
2000년에 개최된 주요 문화이벤트는 우선 문화관광이나 문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축제를 문화관광·산업이벤트, 청소년 문화이벤트, 그리고 청소년을 제외한 여성, 장애인, 지역주민 등 특정계층 대상이벤트 및 환경문제나 소외계층의 인권과 같은 이념 지향적인 이벤트 등을 묶어 기타 문화이벤트로 분류하였다.
1) 문화관광·산업 이벤트
매년 서울 중구의 명동지역 상인들을 중심으로 서울 중구청과 함께 개최하는 {명동축제}는 지역적 특성을 이용해 명동의 상권을 활성화하고 세계적 쇼핑 관광지의 이미지를 창출하려는 목적에서 개최되었다. 명동축제는 봄, 가을 2회 열리며 화려한 개막퍼레이드를 시작으로 미스명동선발대회, 민속놀이, 전통 혼례식, 국악공연, 패션쇼, 메이컵쇼 등 관람객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였다. 헤어쇼, 의상쇼, 전시회도 열렸다. 새롭게 기획되어 개최된 {2000 세계 통과의례페스티벌}은 세계 각 나라와 민족의 독특한 통과의례를 충실하게 재연, 건전한 가정문화의 정착과 윤리회복의 장을 마련하고 올바른 인간관과 가족관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취지를 가지고 진행되었다. 출산전후 풍습, 성년의식, 혼례, 상례와 장례, 그리고 제례에 이르는 모든 의식들이 다채로운 '축제마당'으로 펼쳐졌다. 2000년에는 '공연과 상영', '참여와 체험', '전시와 실연' 등으로 나누어, 국내에선 '강동 바위절마을 호상놀이'와 '종묘제례일무' 등이, 해외에선 인도네시아의 관혼상제와 중국 운남성의 관혼상제 풍습이 펼쳐졌다. 이밖에 통과의례 관련 영상상영과 외국인노동자 무료혼례, 통과의례 관련 미술품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되었다.
지방에서 개최된 {온양온천 항공축제}는 모터페러, 스카이다이빙, 초경량 항공기 시범팀이 참가해 '미래를 향한 아산의 비상'이란 주제로 항공축제를 개최·20개 팀이 출전하였다. 2002년 에어월드컵 개최에 대비해 초석을 다지는 이번 항공축제에는 해져테이션활츠(HW), 플라인 인(FI), 경기자설정타킷(PDG), 최장거리 등 8개 종목의 경기가 펼쳐졌고 열기구 축하비행을 비롯한 개막식의 초경량 항공기 비행과 비행선 등 다채로운 행사와 항공역사관·청소년항공캠프가 운영되었다. 전국 제일의 수질을 자랑하는 수안보 온천수의 영원한 용출을 기원하고 수안보 온천을 전국에 알리기 위한 {제 16회 수안보 온천제}는 충주 수안보 일원에서 개최되었다. 새롭게 수안보의 명물로 부상하고 있는 물탕공원을 주무대로 하여 펼쳐지는 금년 온천제는 의례적인 행사 외에 관광객 노래자랑, 댄스콘서트, 스타콘서트, 중앙경찰학교 악대연주회, 축하풍물놀이, 야시장 운영, 취타 대행진, 지신밟기, 음식전시 및 시식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마련되었다.
{93 대전엑스포} 이후 노후화되어 가는 엑스포장의 활성화를 위해 기획된 축제인 {대전 사이언스 페스티벌}은 18만명 이상이 관람하였는데 다양한 과학행사와 문화행사를 연결시킨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관람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과학놀이 한마당, 과학자들과의 만남 등 42개 기관과 단체가 참가하는 52개 과학프로그램 말고도 캐릭터 퍼포먼스, 뮤지컬 레크레이션, 전통과학으로의 여행, 어린이 사물놀이, 태권도 시범 등 12개의 기관과 단체가 운영하는 21개의 문화행사가 열렸다.
이와는 다르지만 새로운 소재를 축제의 소재로 활용한 사례로 {전주 국제컴퓨터게임축제}를 들 수 있다. 이 축제는 '게임을 통한 영상예술의 새천년'을 주제로 관련 전시회를 비롯 게임최강전, 캐릭터 분장대회, 학술세미나 등 다채롭게 펼쳐졌다. 특히 전주 화산생활체육관에는 1백 30개 부스가 마련돼 50여개 국내 컴퓨터게임업체를 포함한 컴퓨터관련업체에서 최신 통신·게임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2) 청소년문화 이벤트
제주시 탑동 해변공연장에서 열린 {제주 청소년해변무용제}는 '열악한 제주무용 활성화와 청소년 정서함양'을 목표로 개최되어 부산 새싹발레단, 울산예고 현대무용단, 백연욱무용단 등 세 팀이 참가해 <빠드 식스>, <파키타>, <스크림> 전통적 색채가 느껴지는 <구름 속에 피는 꽃>, <흥> 등의 작품을 공연하였다. {세계 청소년 인디페스티벌}은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수려한 경관과 역사를 자랑해온 부산 송도에서 개최되었는데, 힙합댄스나 음악, 스포츠이벤트 등 최근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청소년들의 놀이문화를 한 군데에 모은 축제로, 이번 행사는 송도해수욕장 앞 바다에 수상무대를 설치해 백사장을 비롯한 해수욕장 주변건물에서도 무대를 볼 수 있도록 하였으며, 각국의 전통문화체험과 산악자전거타기 차전놀이 등의 스포츠이벤트, 각국 젊은이의 인디문화 경연도 펼쳐졌다. 그리고 영상 올림피아를 지향한 {2000 광주 국제청소년영상축제}는 영상문화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의 참신하고 기발한 감각을 살펴볼 수 있는 청소년 영화공모전 입상작을 비롯 멀티미디어전, 만화·애니메이션 공모전 수상작 등이 다채롭게 선보였다. 또 유럽영화 회고전을 비롯해 청소년들의 기발한 영상감각을 살펴볼 수 있는 영상문화축제로 개최되었다.
{제 4회 광주 청소년연극축제}는 신명아트센터가 청소년들에게 연극체험의 기회를 제공, 연극에 대한 친밀감을 쌓기 위해 지난 97년부터 연례적으로 마련해오고 있는 행사로 광주지역 중학교 연극반 7개팀이 참가하여 청소년의 무한한 잠재력과 끼를 과시하였다. '세상을 다 가져라'를 테마로 청소년기의 방황과 고민, 우정 등 청소년들의 일상사를 다양한 연극적 소재로 빚어낸 창작극들이 공연되었고, 풍물판굿과 '교실난타' 공연에 이어 역대 청소년연극축제 참가학생들이 출연하는 특별공연도 펼쳐졌다. {제주 청소년문화축제}는 10대들의 건전한 놀이문화 보급을 통한 정서함양과 자율창작활동을 통한 다양한 잠재력 개발을 함양하기 위해 열린 행사로 청소년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에서부터 출연자(팀) 모집, 홍보, 진행까지 모든 부문을 전담해 색다른 축제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주요 행사로는 <자기주장발표대회>, <댄스경연대회>, <골든키를 찾아라>, <락(ROCK) 공연> 등이 개최되었다.
3) 기타(이념·주민·여성·장애인 등) 문화이벤트
정신요양시설 생활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 사회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장애인을 위한 신명이 축제}에서는 사물놀이, 태권도, 댄스파티, 에어로빅 등 축하공연과 레크리에이션 등 장기자랑, 장애물경기 등이 열려 시설 생활인과 참가자들이 어우러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도솔산 전적문화제}는 양구군이 도솔산전투의 전공을 기리고 평화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승전기념일인 6월 20일을 전후해 개최하고 있다. '평화의 도시 부산 남구'라는 주제로 부산 UN기념묘지 일대에서 개최된 {제 4회 부산 오륙도 UN축제}도 이런 류의 축제이다.
과천 세계마당극제 2000 조직위원회와 여성문화예술기획이 공동으로 개최한 {제 1회 여성연극제}는 '춤추는 여자들'이란 주제로 전문극단의 작품 세 편과 아마추어 집단의 작품 한 편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과천 세계마당극 제 2000 기간 중 '여성의 날'을 정해 녹색마당에서 신명나는 축제를 벌이는 한편 여성문화운동단체의 부스를 설치해서 다양한 여성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제 5회 수원 인권영화제}는 지난 1996년 첫 회를 시작으로 억압과 차별에 반대한다는 원칙 아래 인권의식의 대중화를 위해 상영하고 있으며 부당한 권력과 제도에 대해 올바른 시각을 갖고자 마련했다. 상영작들은 노동인권을 비롯해 사회적 약자들의 고단한 삶을 특징적으로 담았다. 이밖에도 동성애자들의 인권이나 한국 민주화사를 다룬 작품들도 상영되었다. 올해로 5회를 맞는 {원주 인권영화제}에서는 체 게바라에 대한 다큐멘터리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볼리비아 일기>, 1945년 미국에서 제작된 <대지의 소금>과 원주에서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하여 문제가 됐던 미군기지를 다룬 영화, 일본 오키나와 주민들의 미군기지 반대투쟁을 담은 <평화의 시대>, IMF로 일터를 잃은 현대중기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450일간의 투쟁기록인 <인간의 시간>, 어린이를 위한 인권영화 <어린이 권리를 위한 만화시리즈(Cartoons for Children's rights)>, 여성인권해방을 위한 작품 <성매매 거리에서 쓴 꿈에 관한 보고서>, 1992년 오리건주에서 반동성애법안(제 9법안) 찬반투표를 둘러싸고 일어난 공방전을 다룬 <제 9법안 찬반투표> 등 7편의 국내외 신작영화를 상영, 국내외 인권현실을 짚어보았다.
고령화사회의 도래에 따른 신노인상의 정립과 노인들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찾기 위해 노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 축제인 {2000 부산 국제노인페스티벌}은 한·중·일 3국의 노인들과 노인문제 전문가들이 참여, 동양적 노화의 특성을 짚어봄으로써 노인들이 삶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를 갖도록 뜻깊은 기회를 제공한 축제였다. {제 5회 농업인의 날 기념 순창군농업인한마당축제}는 풍물패 공연과 노인의 날 기념식에 이어 향교, 유림 및 농업인과 기관사회단체장 합동으로 추수감사 제례를 올렸다. 또한 진주극단의 마당극 <신토비리>가 펼쳐져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으며, 소리패 공연과 면별·단체별 장기자랑이 벌어져 농사일로 지친 농민들의 심신을 달래는 흥겨운 축제의 한마당 잔치로 펼쳐졌다.
이밖에 4회 째 개최된 {대한민국 종교예술제}는 서울 예술의 전당 내 미술관에서 미술제를 시작으로 개막되어 예술의 전당 음악당과 프레스센터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개최되었다. 종교간 상호이해 증진과 화합을 위해 매년 열린 {대한민국 종교예술제}는 미술제와 음악제, 영화제, 학술행사 등이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Ⅲ. 맺음말
2000년은 연도표기에 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기준으로 볼 때 실질적으로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과거 어느 해보다 문화예술행사가 많을 것이란 점은 예상했던 바이지만 기실 예술활동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양적으로는 예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것이라면 질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다.
물론 축제의 일반적인 사회경제적 효과인 관광유발이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의도한 축제가 늘어나는 것은 일반적 추세라 할 수 있지만, 전통문화축제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축제와 이벤트도 문화관광, 지역활성화나 지역문화의 경제적 가치창출에 역점을 둔 행사가 급속하게 증가하는 추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큰 변화는 문화예술행사에 있어서는 순수예술의 단순한 공연, 전시 등이 질적인 성숙으로 평가된 데 비해, 문화예술축제와 이벤트 등에서는 이념, 환경, 여성,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으로 무시되기 쉽거나 소외된 이웃 등 공동체를 생각하는 주제 있는 문화예술 행사가 특히 많았던 해로 기록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통문화축제와 음악회, 전시회 등 단순 예술행사를 제외한 2000년의 국내 문화예술축제는 질적으로 주제별 특화와 함께 다양한 이벤트 형식의 축제로 발전되는 외형적인 변화를 함께 읽을 수 있는 한해였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