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아버지를 만나러 갔었다.
우연히 친누나의 연락처를 알게 되어 통화를 했었다.
그 후, 답장이 오지 않더라도 한 번씩 친누나에게 문자를 보내 재정 씨의 안부를 전했다.
‘안녕하세요. 명절 잘 보내세요. 재정이 형은 이번 명절 대신, 2월 15일 아버지 생신 때 양로원 면회 가요.’
(2025. 1. 28 생활일지)
‘안녕하세요. 재정이 누난데 내일 몇 시쯤 아버지 양로원에 도착하나요?’(누나 문자)
‘안녕하세요. 11시쯤 도착해요.’(직원 문자)
‘네, 감사해요.’(누나 문자)
아버지 생신 하루 전날, 전라도 광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누나의 문자를 받았다.
재정 씨에게 문자 내용을 전했다. 내일 누나도 올 것 같다고 하자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광주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누나 선물도 사고 아버지 양로원으로 향했다.
“어르신, 재정이 왔네. 막내아들”
양로원 수녀님이 아버지 선물과 양로원 어르신들 먹을 간식을 보며 막내아들이 아버지 생신이라 이것저것 사 왔다고 치켜세워 주셨다.
“누나도 오실 거 같아요. 어제 몇 시쯤 오냐고 연락이 왔었어요.”
“그래요? 양로원에는 온다는 말이 없었어요. 오면 좋겠네. 동생도 만나고.”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수녀님이 누나가 왔다고 알려주셨다.
“재정아, 누나 기억나?”
“네가 재정이니?”
재정 씨는 누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온 이모님(어머니의 동생)이 재정 씨 손을 꼭 잡아주셨다.
누나와 연락이 끊긴 지 30년이 넘었다. 반가움이 10이라면 낯섦이 90인 모습이었다.
직원이 옆에서 재정 씨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전했다.
“아들이 케이크 사 왔으니까, 생신 파티부터 합시다.”
시기적절하게 수녀님이 생신 파티 제안하셨다.
함께 사는 다른 어르신들과 직원들, 모두 함께 노래를 불러 생신을 축하했다.
아버지가 직접 촛불도 끄셨다.
생일파티가 끝나고 아버지와 친누나, 이모와 함께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하였다. 매형이 함께 왔다며 소개도 해 주셨다.
“너는 매형한테 인사도 안 해?”
“매형, 안녕하세요.”
“아버지를 빼다 닮았네!”
재정 씨는 이야기하는 나누는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낯설어서 그런 것 같았다.
직원은 재정 씨와 누나의 왕래가 이어졌으면 하였다.
누나는 전북 정읍시 태인면에 살고 있다고 했다.
바로 휴대전화로 검색했더니 양로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태인면이 광주에서 양로원으로 오는 길목에 있네요. 재정이 형 다음에는 아버지 보러 오기 전에 누님 찾아뵈면 되겠는데요?”
직원 말에 매형이 광주에서 고속도로를 타거나 국도로도 올 수 있다고 하셨다.
누나도 자기가 사는 곳으로 찾아와도 괜찮다고 했다.
반가움보다 큰 낯섦에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지 않았다.
어느덧 누나도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 자리를 정리하며 인사를 나눴다.
“형, 누나한테 다음에 누나 집에 갈게! 라고 말해요.”
뒤에서 재정 씨에게 여러 번 이 말만은 꼭 할 수 있게 당부했다.
“다음에 누나 집에 갈게.”
“그래. 다음에 와.”
“다음에 추석쯤 아버지 면회를 오려고 해요. 그때 형하고 한번 들를게요.”
“네. 그러세요.”
재정 씨가 직접 말했고, 누나도 그러라고 하였다. 직원도 재빨리 옆에서 거들었다.
다행히 누나도 불편해하지 않고, 집으로 찾아오라고 했다.
누나와 헤어지고, 아버지와 조금 더 시간을 보내다가 양로원을 나섰다.
“누나 보니까 어때요? 매형하고도 인사했고, 이모도 만났네요?”
“좋은데…. 흐흐흐. 다음에 누나 집에 와도 된다고 했는데.”
“네. 다음에 양로원 오는 길에 들리면 될 거 같아요.”
내 말에 재정이 형은 9월? 10월? 이번처럼 하루 전날 와서 만나야 하는지 물었다.
벌써 다음 만남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2025년 2월 15일 토요일, 재정이 씨가 처음으로 아버지 생신을 챙겨드렸고, 30여 년 만에 누나와 재회한 기쁜 날이다.
(2025년 2월 17일 생활일지)
양로원을 다녀온 후, 아버지와 누나를 만난 일을 이야기하는 재정 씨가 울컥했습니다. 이제야, 30여 년 만에 누나를 본 반가움과 기쁨이 온전히 느껴졌나 봅니다. ‘사람다운 삶’을 도우니 이런 기적 같은 일도 일어납니다. 김한형 선생님, 고맙고 고맙습니다. - 서작예
첫댓글 재정씨가 아버지 만나고 와서.... 누나도 만나고, 이모도 만났어요...하며 보자마자 자랑했던 모습이...눈 앞에 선하네요.
정말 감동이고, 감동이고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