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날짜 : 2017년 05월 30일(화)
ㅇ 장소 : 은평구 불광동 북한산 족두리봉
ㅇ 코스 : 불광역 9번 출구 - 대호아파트 뒤 - 족두리봉 - 산불감시초소 - 향로봉, 구기터널 갈림길 - 구기터널계곡 지킴터 - 불광역
족두리봉은 정말로 향로봉 쪽에서 바라보면 머리위에 올려 놓은 족두리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대호아파트 뒤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사오십분이면 오를 수 있는 짧은 구간이다. 족두리봉만 오르려고 오는 사람은 별로 없고 대부분 향로봉을 거쳐 비봉, 문수봉에 이르는 비봉능선을 타거나 향로봉에서 기자능선이나 진관사 계곡, 삼천사 계곡으로 하산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오른다.
나는 오늘 시간이 부족하여 족두리봉만 올랐다가 구기터널 계곡으로 하산을 하였다.
계곡이 오랜 가뭄으로 거의 말라 있었으나 간간이 물이괴어 있는 곳도 있었다. 장마철에는 와 볼만할 것 같다.
2000년 내가 서울산악회에 처음 들어와 등산교실 과정에 참여하고 산야 박희삼 대장에게 암벽등반을 처음 배울 때 여러번 와 봤던 자연암장이 이 아래에 있다.
남향이며 햇볕이 잘 들어 암벽등반이 거의 종료되는 11월 뿐만 아니라 혹한만 아니면 12월에도 암벽이 가능한 곳이다.
다만 피치가 1, 2정도로 짧아서 연습바위를 주로 한다.
그리고 내가 산행경력이 일천하여 아직 세력범위를 서울까지 확장하지 못했을 때인 1992년도에 천안 구성초에 근무할 때였는데 고교 동창이자 같은학교 직원이었던 안상수라는 친구가 북한산을 가보자고 하여 첫번째는 백운대에 올랐었고, 두번째에 여기 족두리봉을 올랐다가 반대쪽으로 넘어가는데 아무래도 경사가 심하여 우리 능력으로 내려 갈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 우물쭈물하고 남 내려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맨몸의 젊은 아가씨하나가 내려오더니 통통통통 바위를 가볍게 종종걸음으로 부드럽게 잘 내려간다. 조금 더 있으니 이번엔 지팡이를 짚은 머리가 하얀 육칠십대 정도의 허리 구부정한 할아버지 한분이 과연 내려가실 수 있을까 지켜보는데 아무 무리없이 잘 내려가셨다.
"야, 우리도 해보자! 설마 저 두 사람보다야 우리가 낫겠지!"
의견 일치를 보고 둘이 서로 앉아서 뭉기적 거리며 조심조심 내려갔는데 아무래도 불안하다.
조금 더 내려갔더니 발밑이 몇길 낭떨어지인데 도저히 발 디딜곳 손 짚을 곳이 안보인다. 덜컥 겁이나서 되돌아 올라가려니 자꾸 신발이 밀리는 것이 이젠 완전히 얼어 버렸다. 이걸 어쩌냐?
별수 없이 좀 전에 지나간 저기 저 위에 가는 할아버지를 목청껏 불렀다.
다시 되돌아오신 할아버지, 교황 바오로X세 처럼 인자하신 분이 아래에서 다시 올라와 우리 한 사람씩 발을 받쳐주며 이래라 저래라 코치를 하여 무사히 내려 주셨다.
"이런, 그런 신발을 신고 여길 어떻게 왔어요?"
"왜요? 이거 메이커 있는 등산화인데요?"
"아, 그건 워킹화이고 이런 바위산엔 릿지화를 신어야 되는 겁니다!"
나, 등산에 등산화 하나이면 다 되는 줄 알았다. 릿지화 그게 뭔지 들어본 적도 없다!
무사히 집에 돌아오자마자 릿지화를 하나 구입했다.
그 후에 릿지화를 신고도 두어차례 더 바위끝에 매달려 후들후들 떨면서 젊은 사람, 뚱뚱한 아주머니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무사히 내려오고 나서야 나는 겸손해 졌다.
나름 험한 바윗길 남 가는 곳은 나도 다 갈 수 있다고 믿었던 내 실력이 이렇게 얄팍한 것인지 깨닫고, 이후에 바위길에서 만나는 남녀노소 불구하고 뚱뚱날씬도 불구하고 절대 남을 나만 못할 거라고 얕보지 않게 되었다!
# 판교역 가는 길 가의 잘 익은 버찌 - 어렸을 때 바가지 들고 산으로 버찌 따러 돌아다닐 때 이런 나무 하나 만나면 좋았었을 걸!
# 불광동 '북한산 생태공원' 뒤 구름정원길 구간 시작점.
# 난 이곳 오른쪽 계단으로 내려와서 이정표 옆 왼쪽길로 올라갔다.
# 족두리봉 가는 길 옆의 조록싸리 꽃.
# 내려다 본 불광동 풍경 - 대호아파트 뒷길이다.
# 맑은 날씨이지만 연무가 짙어 선명하지 않다. - 멀리 왼쪽 흐릿하게 남산 N타워가 보이고 가운데 북악산, 오른쪽 인왕산.
# 족두리봉 정상부
# 암석 공부 좀 하고 갑시다!
# 저 아래 산불감시초소가 참 멋진 장소에 있다. 휴일엔 족두리봉 위험로로 올라가는 산객 장비 검열 및 장비 없이 통과한 사람 벌금 물리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이 지키는 곳이다. - 북한산에선 제일 멋진 장소일 듯!
# 정상에 올라 바라본 풍경 - 왼쪽부터 향로봉, 비봉, 문수봉, 보현봉
# 족두리봉에 있는 풍화바위 - 위 안내판을 참고하면 '토어'이자 '산지타포니'이다.
# 장비가 없어 정상에서 올라왔던 길로 하산하여 안전한 뒷길로 가다가 찍은 사진.
# 향로봉 쪽으로 좀 올라가다 바라본 족두리봉 - 왜 족두리봉인가 설명이 필요없다!
# 일부 사람들이 말하는 차마고도?
# 족두리봉과 향로봉 사이의 이정표 - 나는 여기서 시간 관계상 계곡길인 구기터널공원지킴터 방향으로 하산했다.
# 이런 돌계단 길이 한동안!
# 오랜 가뭄으로 계곡은 완전히 건천이 되었지만 장마철에는 좋을 것임.
# 공원지킴터를 지나 처음 출발했던 '북한산생태공원'을 지나면서 올려다본 족두리봉
# 판교에 도착하여 동네 근처를 지나다 찍은 공원 사진 - 숲이 우거져 그늘이 시원하고 벤치가 많이 마련되어있지만 쉬어가긴 어렵다. 숲이 좋으니 새들이 많고 새들의 배설물로 앉을 만한 자리가 없으며 그냥 지나가다도 배설물 세례를 받을 수 있으니 하얀 옷을 입으면 곤란할 수 있다. 그늘이 아무리 좋아도 항상 양산을 쓰고 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