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8. 05;30
웬 눈이지?
창밖을 내다보다 깜짝 놀랐다.
밤새도록 눈이 내린 모양이다.
앞뜰 소나무와 단풍나무, 목련의 동아
(冬芽)에 하얗게 눈꽃이 피었고 세상은
설국(雪國)으로 변했다.
눈 예보를 몰랐다.
강설량은 이미 6.5cm가 넘었고 하늘에선
여전히 함박눈이 내리며 세상의 더러움을
감싼다.
매화, 산수유의 꽃봉오리가 어제부터
벌어지기 시작하고 땅바닥엔 황새냉이가
초록날개를 펴며 올라오고 있는데 얼어
붙을까 걱정이 앞선다.
인간세상은 대통령 탄핵 등 온통 안 좋은
소식으로 시끄럽다.
하늘도 등을 돌려 3월에 폭설이라는 기상
이변을 일으켜서 인간에게 경고를 주는
모양이다.
이 시간이면 황산숲길 또는 망월천변을
걸어야 할 시간이다.
모처럼 간밤에 늦게까지 트로트 방송을
보다가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하였으니
뜰에 쌓이는 눈을 보며 스쿼트로 몸이나
풀어야겠다.
최근 대통령 탄핵사건과 관계없이 MBN의
현역가왕과 TV조선의 미스터 트롯 3 경연
대회가 끝났다.
2019년 TV조선이 미스 트롯 경연대회를
진행하면서 대한민국 예능계에 트롯 바람을
일으켰다.
이어 각 방송국에서 경쟁이라도 하듯
미스 트롯 2~3, 트롯 전국체전, 보이스 퀸,
불타는 트롯맨, 미스터 트롯 1~3, 남녀 현역
가왕 등 여러 경연대회를 진행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정치권에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였다.
우리 국민은 참 재미난 민족이다.
월드컵이 전 국민을 축구전문가로 만들다면,
자질 부족한 국회의원들이 전 국민을 정치
전문가로 만들었다.
노래방은 전 국민을 가수로 만들었으며,
트롯 경연대회는 전 국민을 트롯 마스터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미스터 트롯 1 예선에서 임영웅의 우승을,
트롯 2에선 안성훈의 우승을 점찍었으며,
불타는 트롯맨에선 '손태진'의 첫곡을
들으며 우승을 확신했었다.
미스 트롯 1에서 송가인을,
미스 트롯 2에선 준결승에서 탈락했다가
신데렐라가 된 양지은을 예선부터 우승자로
꼽았으며,
미스 트롯 3에선 정서주의 우승을 100%
자신했었다.
트롯 전국체전에선 신미래를 응원하며,
진해성의 우승을 낙관하였고,
보이스 퀸에선 조엘라를 응원하며 정수연의
우승을 예견하였다.
한일전 대표로 나갈 여성 현역가왕 경연에선
'린'을 응원하며 전유진의 우승을 장담하였다.
트로트 경연대회 때마다 우승자를 다
맞췄으니 내 귀도 엄청 고급스러워진
모양이다.
그러나 최근엔 변수가 생겼다.
지난달 먼저 끝난 MBN의 현역가왕에선
진해성의 정통 트로트,
에녹의 폭발적인 발성,
신승태의 무대장악력을 높이 평가하였는데
조금 약해 보였던 박서진이 국민문자투표를
많이 받아 의외로 우승하였다.
3월 미스터트롯 3에선 중후한 중저음과
곱게 쭉 벋는 고음으로 무리없이 삼단계나
음계를 올리며 최종 마스터점수 1500점
만점을 받은 손빈아,
무대를 장악해 관객을 웃고 울리던 천록담을
제치고 문자투표를 많이 받은 김용빈이 역전
우승을 하였다.
물론 가수에 대해 의견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너무 꺾어 느끼한 송가인의 창법은
싫다.
대신 이야기 하듯 담백하게 부르는 임영웅,
성악가 출신으로 내지르지 않고 절제의
미학을 구사하는 고품격 목소리의 손태진,
어딘가 모르게 한(恨)이 스며든 양지은,
미묘한 떨림과 울림을 주는 정서주,
콧소리로 비브라토(vibrato)를 구사하는
신비한 창법의 '린'을 좋아한다.
그동안 우승자 위주로 좋아했으나
최근 두 개의 경연대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며 마음이 바뀌었다.
현역가왕의 우승자인 진(眞) 박서진보다는
현역가왕 선(善)인 정통파 진해성과
무대 장악력이 뛰어난 미(美) 에녹,
미스터트롯 3에선 마스터 만점을 받은
선(善) 손빈아와 관객을 웃고 울리던 미(美)
천록담이 진(眞)인 김용빈보다 더 좋아졌다.
이제부턴 선미(善美)와 사랑을 하여야
할 모양이다.
2025. 3. 18.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