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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계산이 틀리지 않다면 G20 정상회담 기간에 최초의 미·중 간 단독 정상회담(G2)이 함께 진행된다. 이 G2 회담은 서해상에 기류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 G2인 미국·중국은 전 세계 20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재무장관이 경주에 모일 다음 주(10월22~23일)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미국은 이번 기회에 태평양에서의 중국 패권에 도전할 태세이다.
비록 이명박 대통령이 개발도상국 문제 토론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G20은 반대로 나가고 있다. G20은 신흥국가가 개발도상국과 함께 많은 역할을 하는 유엔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가난·빈곤 등에 대한 토론은 대중의 호응을 얻기에 좋은 주제다. 그러나 한때 강력했던 개발도상국 중심의 G77 그룹이 국제 금융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G20을 통한 경제협력은 불가능하고, G8을 중심으로 한 자원 전쟁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역과 자원 전쟁은 이미 오래전부터 총검을 앞세운 전쟁을 대체하고 있다. ‘전쟁’은 더 이상 적진을 향해 총탄이나 핵무기를 쏟아붓는 개념이 아니다. 실제로는 정치인들이 전쟁 대비와 개인의 자유 제한 등을 통해 유권자의 돈을 내부적으로 교묘하게 이용하는 데 사용된다. 사실상 적이 존재했을 때조차 전쟁은 에너지 자원과 식량에 대한 적의 접근을 봉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워싱턴의 태평양 전략 핵심은 과거에는 공산주의 확산 저지였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무기를 팔았고, 양국 군대에 대한 지휘권도 미군이 가졌다. 이 무기들은 한번도 모스크바나 베이징을 향해 발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소련은 인민을 먹이기 위해 군비 경쟁을 포기해야 했고, 유일한 ‘슈퍼 파워’ 미국에 둘러싸인 중국은 홀로 세계화 시대에 합류했다. 가상의 적이라도 무역과 연결될 경우 이 적의 위협은 과대 포장되기 마련이다. 경제적 협력을 요구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지난 20년 동안 쌓여온 긴장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게다가 동북아 지역의 공해 증가와 미국 내 일자리 감소로 인한 미국 정치의 불안정을 생각해볼 때, 중국과 미국의 거래가 항상 보통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워싱턴의 냉전 방식 경제는 한국과 일본의 장년층에게 경제적 부를 가져다주었지만, 젊은 세대는 그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의 한국 정부와 과거의 일본 정부가 펼친 중국에 대한 적대 정책의 대가는 더욱 심화된 G2 갈등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동북아 지역과 세계는 지속적인 문제에 직면할 위기에 있다. 한국과 일본의 재벌은 미국의 리더십과 투자, 미국 시장 개방, 미군 주둔에 만족해했다. 아시아의 두 호랑이는 자신의 전후 세대를 위해 필요한 서구 지향적 경제 프레임과 동양 지향적 경제 프레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과의 경제 동화만이 유일한 옵션은 아니다. 일본 국민은 1960년대 일·미 안보조약에 반대했다. 일본 정부는 50년 전과 마찬가지로 한국과 중국을 동등한 상대로 대우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군비 경쟁이 치열하지만, 지금까지는 경제 프레임이 동아시아 지역을 지배했다. 중국과 한국의 경제 발전을 도와준 덕분에 일본은 힘이 아닌 평화에 의해 이 지역의 역사적 적대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다시 심화되고 있는 이런 적대감은 지역은 물론 G2의 장기적 번영도 위협하고 있다. 세계 무역에 저해되는 이 지역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려면 무역 긴장, 군비 경쟁, 도발적 군사 훈련 등이 완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지역 통합 안건은 G20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이런 긴장의 대가는 센카쿠 열도에서 발생한 비교적 작은 사건을 통해 대폭발할 수 있다. 9월에 일본과 한국은 미국이 경제적·군사적 혈맹이라는 믿음을 흔드는 깜짝 경험을 했다. 비록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일본을 향해 미국은 우방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안심시키는 발언을 했지만, 중국은 중·일 양국이 공동 탐사하기로 한 바다에 일방적으로 가스 및 원유 시추 시설을 설치했다(물론 중국은 ‘보수’를 위한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한국에 미국 해군기지가 들어서고, 해상훈련을 실시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필요한 행동이다. G20 정상회의는 미국의 투기성 경제 프레임에 의존해 미래 발전을 설계하는 한국 정부에 불만을 가진 한국인들에게는 좋은 기회다. 한국민은 자신들의 미래를 월스트리트형 전략에서, 아시안 스타일의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로 전환하는 지혜를 시험해야 한다. 번영하는 아시아 경제 커뮤니티의 구성 요소 중 하나는 보유 외환을 각국의 통화로 비축하는 ‘통화 바스킷’ 정책을 사용하는 것이다. 통화 바스킷은 특정 국가의 환율이 요동칠 때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아이디어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논의된 바 있는데, IMF의 준통화인 ‘특별 인출권’은 실제로 이와 비슷한 구실을 하고 있고, 달러 대체 기축통화로서 쓸 가능성도 논의할 수 있다. 하지만 특별 인출권은 계속해서 서구 자본에 의해 통제될 것이기 때문에 한·중·일 사이의 긴장을 완화할 전조가 될 수는 없다. G20은 지역 긴장 완화를 논의할 기회가 되어야 한다. 개발도상국과 신흥국 시장이 미국과 미국의 채무국 사이 외교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항공모함을 필요로 하는 미국식 경제 모델 뒤에 도열하는 전시장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세계 언론은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한국 정부의 최신 시위 진압법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통합의 가능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G20의 달성 목표인 세계 경제의 안정과 직결된다. 번역·이의헌 (하버드 대학 케네디스쿨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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