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리그 사상 초유의 기권패가 발생했다. SG골프 송혜령 2단이 상대 대국자 조혜연
9단이 나오지 않아 기권승을 거뒀다.
2018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 14R 4G
조혜연,
종교적 소신으로 단체전 기권패
예고됐던 기권이었고 예견됐던 팀
패배였다.
4년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여자리그에 기권패가 처음 나왔다. 일요일인
29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2018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 14라운드 4경기에 대국자 조혜연 9단이 나오지 않아 규정에 따라
개시선언 15분 경과 후 기권패로 처리됐다.
기업체와 지자체, 총 9개팀이
참가하고 있는 2018 한국여자바둑리그는 단체대항전. 조혜연의 패배는 소속팀 포항 포스코켐텍의 패배로 나타났다(상대팀은 충남 SG골프).
▲ 2국 속기판과 동시에 진행되어 왔던 1국 장고판이 조정대국으로 앞당겨 치러져
대국장은 더 썰렁해 보였다.
조혜연 9단은 종교적 신념으로 일요일에
대국을 하지 않아 기권패는 웬만큼 예견됐다. 조혜연의 이 같은 소신으로 그동안의 일요일 경기에는 오더에서 제외됐으며, 일요일에 대국일정이 잡혀
있는 세계대회 등은 참가신청 자체를 하지 않아 왔다.
3대 3 단체전인
여자리그는 팀에 따라 후보 1명(외국 선수 포함)을 두어 팀당 최소 3명, 최대 4명으로 구성한다. 그리고 후보는 주전 선수의 대체 자원으로
종종 기용된다.
▲ 한국기원 바둑TV는 기권패가 결정될 때까지 똑같은 화면을 15분가량
내보냈다(바둑TV 화면 캡쳐).
포스코켐텍에는 중국의 왕천싱 5단이 후보
선수로 선발됐다. 그럼에도 이번 일요일 경기의 오더에 대국할 가능성이 없는 조혜연 9단의 이름이 들어간 것은 부득이했다. 왕천싱 5단이 중국에서
열리는 오청원배 세계여자대회에 참가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경우의 수'가
있었다. 조혜연 9단을 최정 9단과 대결시키는 것. SG골프는 최정 9단과 루이나이웨이 9단, 2명의 선수가 오청원배에 출전하는 관계로
일정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
▲ 상대 대국자는 15분간 대국석에 자리해 있어야
한다.
"본 대회의 경기일정은 원칙적으로 변경하지 않으며, 팀의 결원이
생길 경우 후보 선수로 대체한다. 단, 결원 인원을 후보선수 기용으로도 3인의 선수 구성이 안 될 경우는 일정을 조정하되 피조정팀에 신규 결원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조정한다"는 규정에 의한 것이다.
일정조정의 첫 번째
기준이 해당 대국자의 날짜 변경이다. 이에 따라 최정 9단의 대국일 변경 사유가 발생했고 25일에 앞당겨 치르는 것으로 결정됐다.
▲ "경기 개시 선언 15분이 경과하여 조혜연 선수의 기권패, 송혜령 선수의 기권승을
선언합니다." (유재성 심판)
지난 월요일(23일)에 공표된 오더는
SG골프가 1~3국 순으로 최정-송혜령-김신영, 포스코켐텍이 1~3국 순으로 강다정-조혜연-박태희. 확률이 크게 높지도, 아주 낮지도 않았던
최정-조혜연의 대진은 이뤄지지 않았다.
포스코켐텍 이영신 감독은 그동안
2국에 다섯 차례 나왔던 최정 9단을 의식해선지 조혜연 9단을 2국 주자로 냈으나 맞대결은 불발됐다. SG골프 이용찬 감독이 그동안 1국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조혜연 9단을 의식한 오더였을 수도 있다.
▲ 25일에 앞당겨 치른 1국 장고판에서 SG골프 1주전 최정 9단이 강다정 2단에게
불계승했다.
25일에 두었던 최정-강다정의 대국은 최정이 불계승. 따라서
조혜연의 기권은 포스코켐텍의 패배로 직결됐다. 이기는 팀이 14라운드를 3위로 마치는 중요한 대결에서 패한 포스코켐텍은 5위로 내려갔다. 5위는
포스트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이다.
조혜연의 기권패는 예전에도 한 차례 있었다.
2005년 5월 단판승부로 벌인 제1회 마스터즈(여신) 결승전에서 김선미에게 기권했다. 일요일에 열린다는 이유에서였고, 준결승전을 두기 전에
결승 진출시 부득이하다고 밝혔던 기권패였다.
▲ 조혜연 9단. 포스코켐텍은 일요일 경기로 조혜연이 빠진 지난해의 두 경기도 패한 바
있다. 조혜연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자신의 입장을 알렸고 포스코켐텍은 그런 점을 감안하고
선발했다.
'일요일(주일)에는 예배 이외의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종교적 소신을 갖고 있는 조혜연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에 참가하면서 일요일에도 경기가 열리는 혼성페어전은 뛸 수 없다고 밝힌
바 있고, 대표로 선발된 후 혼성페어전 선수로 결성되지 않았다.
'일요일 대국
불가'는 바둑팬 사이에서 일찍부터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여자리그 기권패는 단체전이라는 점에서 개인전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조혜연 9단은
"신앙에 어긋나게 주일 대국을 했다면 오히려 지금만큼의 실력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혀 왔었다.
▲ 8시 30분에 시작한 3국 속기판에서는 포스코켐텍 1주전 박태희 2단(오른쪽)이
SG골프 3주전 김신영 2단에게 불계승하며 팀의 영봉패를 막았다.
▲ 이날 검토실에는 양 팀 선수와 관계자 외에 다른 팀 선수는 한 명도 오지 않았다.
SG골프 검토석의 송혜령 2단, 한태희 코치, 이용찬 감독(왼쪽부터).
▲ 6시 30분에 시작하는 경기에 조혜연 9단은 나오지 않았지만 항상 대국 시작을
선수들과 함께하는 포스코켐텍 이영신 감독(왼쪽)은 시간에 맞춰 대국장에 들어와 대국 개시를 지켜봤다. 오른쪽은 강다정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