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배낭여행(4)/ 필리핀 최대 바클란 시장 인구 1억명 가까이 사는 필리핀(Philippines)이란 나라의 이름은 16세기 중엽 스페인 탐험가 비리아로보스가 당시 스페인 황태자 필리핀(Philipine)의 이름을 따서 나라 이름을 지었다는데, 마닐라(Manila)의 어원은 무엇일까? Korea의 수도 서울에 '한강'이 흐르듯이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는 그 중심을 동서를 가로지르며 '파시그 강(Pasig R)'이 흐르고 있다. 옛날 그 강가에 '니라(Nirad)'라고 하는 별꽃 모양의 꽃을 피는 수초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니라드가 자라는 곳'이란 의미의 '마이 니라드(May 'Nirad)가 '마닐라(Maanira)'로 되었다고 한다. Korea의 수도를 서울특별시라고 하듯이 필리핀(Philippines)의 수도를 메트로 마닐라(Metro Manila)라 부른다. 우리가 '마닐라'라고 생각하는마닐라는 파시그강 남안(南岸)에 스페인이 세운 성곽도시 인트라무로스(Intramuros)를 중심으로 한 지역을 말한다. 더 알기 쉽게 말한다면 마닐라 베이(Manila Bay) 중심부 일원을 말하는 덧이다. 그 마닐라가 1975년 피그강을 중심으로 한 12도시와 5개의 자치지역을 합하여 메트로 마닐라(Metro Manila)라고 하는 대도시가 되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서울특별시와 수도권 도시를 합한 개념이다. 한국에 한국말이 있듯이 그 필리핀 사람들에세는 타갈로그어가 있다. 필리핀인들은 자기들 끼리 만나서는 타갈로그어라는 고유언어를 쓴다. 그 표준어는 마닐라를 중심으로 하는데 그 표기는 영어의 알파베트로 발음기호 중심으로 하는 표음문자여서 한국인에게는 아주 편하다. 이 이외에도 필리핀에는 약 55개의 언어가 섬마다 달리 쓰인다고 한다.
-나는 한국인입니다.: Ako ay Korean.(아코 아이 코리언) -감사합니다. Salamat(살라마트)
사흘간의 찬란한 고독의 세부(Sebu) 배낭여행 마치고 초행길의 마닐라에 간다. 저녁 6시 50분 마니라행 비행기를 타려고 3시부터 비행장에 와서 기다리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개찰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러더니 3 시간이나 지나서야 마닐라를 향한다. 작년 아내와 함께 남태평양의 섬나라 Parau를 떠나려는 비행기가 1시간 연착을 했을 때였�. 우리의 KAL항공사는 승객 전원에게 보상적인 차원에서 찻값이나 식사에 쓰라고 1만원씩을 주던 생각이 난다. 그러고도 기내에서 저녁 식사는 따로 주었는데, 3시간이나 연착한 필리핀의 비행기는 전연 그렇지 않았다. 물 한 잔도 사먹어야만 하였다. 필리핀에서는 이렇게 연착은 일은 다반사인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그런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늦는 것이 예의인 나라: 이 나라에서는 시간 엄수가 절대 예의 바른 행동이 아니다. 식사 초대 시 정시에 나타나는 손님은 오히려 식탐(食貪)이 많은 성질 급한 사람으로 보일 뿐이다. 정해진 시간보다 15분쯤은 지나서 도착해야 시간 엄수로 취급된다. 초대 받은 손님이 중요한 인물이면 두어 시간 지나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Curious간 '필리핀'11P'
그러니까 옛날의 'Korean Time'처럼 이 나라에도 'Philippines Time'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큰 일 났다. 정상적이면 8시 전에 마닐라에 도착할 것이 연착으로 밤 10시도 넘어서 도착하는 모양이니-. 한국을 떠나 올 때 아내의 신신 당부하던 말이 생각난다. "여보, 마닐라에는 권총강도가 많데요. 어떤 일이 있어도 밤거리에 나가면 안 되요. 절대로." 그런데 숙소도 정해져 있지 않은 초행길의 이방인 나그네가, 영어회화에 벙어리 수준인 나를 기다려 줄 아무도 없는 마닐라 공항에 깊은 밤 속에 나 홀로 서게 하였다. '공항에 도착하면 투어여행객을 맞는 피켓든 한국인이 있겠지-.' 하는 나의 순진한 생각은 물건너 간 것이다. 이 낯선 나라 공항에 한국인은 나 혼자뿐이지 않은가. 이런 경우를 생각해서 기내(機內)에서 여권과 돈은 가슴 깊이 숨겨 두었고, 다른 분들이 걱정한 대로 만약에 강도를 만난다면 주려고 윗주머니에 이 나라에서는 고가 지폐라는 1,000 페소 정도는 넣어 두었다. '아무리 비싸도 택시를 타고 가자. 어떻게든 한국인이 모여 산다는 말라테(Malate)까지 가는 거다. 내일의 여행일정을 예약하기 위해서-.' 내가 가지고 온 안내 책자에서 말라테(Malate)에는 'Korea Towen' 이라고 할 정도로 한글간판이 즐비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아주 단 시간에 택시 기사가 내려 준 곳은 큰 재래시장 한복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시장을 두어 바퀴 돌아봐도 한국 간판은 하나도 없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운전기사는 말라테를 가자는 나의 말을 잘못 알아 듣고 공항 근처 바클라란(Bacllan) 시장에 나를 내려 준 것이다. 그보다 확인하는 기사의 말을 내가 못 알아 듣고 '예스'를 한 것 같기도 하다. 그것도 모르고 그곳에서 한국인을 만나고자 하는 나의 소원은 갖가지 고생으로 이어졌다. 깊은 밤에 배낭 메고 그 무섭다는 마닐라 시장의 홍등가 골목을 두 번이나 지나기도 했고, 패티캡(Pedizap)이라고도 하고 사이드(Side Car) 카라고 하는 자전거를을 타고 찾아 헤매었다. 그러다 너무 늦고 또 위험해서 찾기를 포기하고 시장 내 저렴한 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그동안 자기가 안내해 주겠다고 나선 젊은이를 떼 내느라고 고생도 많았다.
필리핀의 숙소들 지금의 피리핀 같이 어렵게 살던 시절 한국에, 나그네가 유할 수 있는 숙소에는 호텔, 여관, 여인숙, 하숙 등이 있었다. 필리핀에도 내가 유했던 세부의 M 리조트 같은 초호화용형, 일반형, 절약형 및 펜션형 등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는 모양이다. 나는 그중 절약형이나 펜션형의 숙소에서 유하고 싶었는데 낯선 나라 낯선 고장 마닐라의 깊은 밤에 그런 저가 호텔을 어디서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지금 내가 오직 믿을 수 있는 것은 발품밖에 없었다. 그런 내가 헤매던 곳이 다행히 마닐라 시장통 한복판이니 그런 집이 있을 법도 하였다. 한 허름한 호텔에 들어갔더니 숙박료가 1박에 2,500페소(약 75,000원)란다. 두 번째 찾은 호텔은 시간으로 따져 받는 저렴한 호텔이라, 내일 아침 6시까지 있기로 하였더니 650페소(19,000원)라 한다. 하루에는 1,300페소(38,000원)라기에 나는 이곳을 본거지로 삼아 마닐라 여행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호텔은 값이 저렴한 대신 그만한 불편은 감수해야 했다. 호텔 출입구가 구두가개를 통하여 들어가는 곳이었고, 엘리베타도 없이 4층까지 으슥한 층계를 오르내리는 곳에다가. 창이 하나도 없는 방이었다. 다행히 화장실과 에어컨은 있었다. 말라테에 가면 1박에 200페소 방도 있다지만 에어컨 대신 선풍기만 있고 화장실은 공동인데다가 5~6명의 합숙소로 도난의 위험이 많다고 하지 않던가. 내가 알기로는 거기서도 1인 독방은 1,300 페소가 넘었다. 그러나 내 숙소의 화장실에는 세면대는 물론 대야 하나도 없다. 플라스틱 대롱으로 만든 간이 샤워에서는 서너 줄기의 굵은 물줄기를 쏟아 내리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천국 같았던 세부 호텔의 이틀 밤을 지나, 오늘은 지옥 같은 마닐라의 밤을 보내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니 산다는 것이 재미가 딱이다 딱이다!
바클라란(Bacllaran) 시장 구경 (그림은 철책으로 중무장한 시장 내 구멍가게) 내가 필리핀으로 단독 배낭여행을 떠난다고 하니 가족들의 걱정이 많았다. "암벽을 타는 산악인들이 위험하지 않아서 바위를 타는가. 그만큼 스릴이 있고, 조심하면 생각보다 안전하기 때문에 타는 거야." 하고 왔다. 그런 나도 걱정스러워 인터넷으로 살펴본 필리핀 치안 상태는 겁이 날 정도로 심각하고 억망인 모양이다. 2011년 1월 말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서 발표한 공지에 그 구체적인 사례를 들고 있다. 마닐라에는 금품을 노리는 살인, 납치, 약물 사건 등이 많으니 우리 교민과 한국인 방문객들은 특별히 주의하라는 당부였다. 안내 책자에도 수없이 강조하고 있었다. 길 안내를 해 준다고 접근하는 사람은 일단 멀리하라. 택시도 위험하니 택시를 탈 때는 마닐라에 수없이 많은 경찰이나 경찰모양의 복장을 한 경비원에게 약간의 팁을 주고 차 번호를 써서 맡겨 두고 떠나자. 필리핀에서는 민간도 총기를 구입하여 휴대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등등 겁나는 소리뿐이다. 생각해 보라.그런 곳에 지리고도 모르고, 영어회화는 반 벙어리 같은 백발의 노인이 배낭을 지고 홀로 마닐라 시장의 우범지대의 깊은 밤거리를 배회하였으니 이는 노출된 범죄의 표적이 될 만도 하지 않겠는가. 그런 마니라의 깊은 밤을 무사히 넘기고 호텔에 이르렀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공항에서 차를 타고 호텔로 직행하였다면 아무 일도 없었으련만 나는 그런 행복한 부유층 에 속하지 못하는 백수의 여행작가이니 어쩌랴. Korea 국내 여행에서도 내가 마음 놓고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숙소를 찜질방으로 국한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 세부에서는 천국 같은 호텔에서 유했으니, 마닐라에서는 필리핀인 서민생활 속으로 들어 가자.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저렴한 서민들의 숙소를 이용하자.' 하는 것이 애초의 나의 계획이었다. 그것이 백수의 내 주머니와 타협하는 길이기도 하였다. '예수나 석가가 잘 먹고 잘 사셨다면 누가 그분들을 믿고 의지하겠는가. 여행기 자료를 찾아온 내가 귀국하여 써야 할 필리핀 여행기가 일류 호텔에서 일류 호텔로 전전한 여행기라면 누가 내 글을 읽어 주겠는가.' 하는 구차한 변명의 마음도 있었다. 호텔이 바로 시장 속이라 아침 일찍 장구경을 나갔다. 소매치기가 많다 하여 DSL 카메라 대신 만약의 경우를 위해 준비해간 작은 콤팩트 똑딱 카메라만을 들고 나섰다. 호텔 바로 앞에 마클라란 성당(Redemptorist Church)이 있다. 입구의 하얀 작은 꽃이 주렁주렁한 꽃을 파는 여인들을 지나니 가토릭 국가라서인가. 그 성당 마당이 공원 같이 넓다. 3층 건물이 무지무지 하게 커서 1층 예배당은 뒤에서 보면 강단이 까마득하게 멀었다. 시장도 아주 큰 시장이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해외여행 다니면서 늘 원하던 시장 근처에 숙소를 잘도 정했구나 하는 생각이 회심의 미소를 짓게 한다. 여행길에서는 길을 잃고 헤매다가도 만나게 되는 특별한 만남이 있다더니 내게 그런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 바클란 재래시장은 이 나라의 가난을 벌여 놓은 장터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장터였다. 일방행 도로에는 온갖 차들이 다 모여 러시아워를 이루고 있다. 필리핀의 명물 지프니(Jeepny), 트라이시클(Tricycle: 오토바이에 사이드 카를 장착한 3륜차), 사이드카(Side Car: 자전거에 사이드 카 장착) 등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공항에서 보던 가장 비싸다는 흰택시나, 미터 요금제라는 황택시는 없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가난한 노점상들이다. 길가 음식점도 그렇지만 손수레 행상은 여기서는 고급 장수들이다. 허리가 옷걸이가 되어 옷을 빙 두르고 다니거나 어깨에 메고 다니는 옷장수, 낱개비 담배나 껌을 파는 장수, 어깨에 메고 다니는 자전거 주브 장수, 안테나 장수 등등 6.25 사변통 한국 시장에서 보던 모든 것 이상의 모습이 여기에 있다. 나는 손수레 코커넛 장수에게 가장 탐스럽고 맛있게 보이는 야자 열매 코코넛을 25페소(750원)에 사 먹었는데 보기보다는 맛이 덜하다. 필리피노들은 코코넛보다 그 속 하얀 부분을 긁어 만든 '코코넛 주스'를 더 즐기고 있었다. 노랗게 익은 망고(25페소)도 먹어보니 물이 철철 흐르는 것이 지금까지 먹던 어느 과일보다 꿀맛 같은 것이 갑자기 두고온 아내가 걸린다. 아내와 함께했더라면 얼마나 맛있게 먹을까. 떠나올 때 몸이 아팠는데 별일은 없겠지-.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가난한 노점상들이다. 길가 음식점도 그렇지만 손수레 행상은 여기서는 고급 장수들이다. 허리가 옷걸이가 되어 옷을 빙 두르고 다니거나 어깨에 메고 다니는 옷장수, 낱개비 담배나 껌을 파는 장수, 어깨에 메고 다니는 자전거 주브 장수, 안테나 장수 등등 6.25 사변통 한국 시장에서 보던 모든 것 이상의 모습이 여기에 있다..
골목길에 들어서니 빈민촌이 시작된다. 6.25 시절 도로나, 개천 가를 따라 즐비하던 우리들의 판자촌보다 더 작고 초라한 두어 칸도 못되는 빈민촌이 큰집의 담마다 닥지닥지 붙어 있는데 문 밖이 바로 길이다. 그 벽을 건조대 삼아 빨아 걸어놓은 울긋불긋한 옷들이 옷가게를 연상케 한다. 잠깐 빠끔 열린 문을 통하여 보니 그 비좁은 방에 재산 목록 제1호인 듯한 흑백 TV데스크를 버젓이 모셔 놓았다. 그러다 마주치는 눈동자는 이방인인 나를 향해 웃고 있다. 필리핀의 순수무구한 미소였다. 장구경을 하다 보니 필리핀은 ‘2계급 사회’란 말이 실감난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빈부의 차가 어느 나라보다 극심한 나라란 말이다.
이렇게 시장을 돌다 보니 여기는 내가 어제 찾아 헤메던 말라테(Malate)가 아니었다. 한국 으로 치면 서울의 관문인 인천에 해당하는 곳이 바클란(Bacllan)이었고, 바클라란 시장은 서울의 최대 재래시장이라는 ‘영등포시장’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바클란 시장은 필리핀 최대 시장으로 24시간 열린다. 나같은 나그네에게 바클산 시장은 필리핀 서민 생활을 가장 가까이서 엿볼 수 있는 명소였다. 오늘의 마닐라 여행을 위해 시장 구경을 접고 말라테를 향한다. 말라테는 바클라란에서도 230페소나 택시비를 주고 30분 이상 가야하는 먼 거리에 있었다. 말라테(Malate)는 세계에서 최고의 항만(港灣)이라고 자랑하는 마니라 베이(Manila Bay, 마닐라 灣)가 있는 곳이요, 필리핀의 영웅 리잘을 추모하는 리잘공원(Rizal Park)이 있는 전설의 도시요, 마닐라의 관청가와 호텔이 밀집한 지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