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푸치노
- 김나비
해풍 속을 걸어온 구름이 깃을 세우고
여자의 눈동자 속 남자는 밖을 본다
손에 낀 에메랄드빛 반지를 만지는 여자
반지 위로 부푸는 그 여름 바닷가
갈매기 기억을 물고 수평선으로 날아가고
동공 속 남자 모습이 해초처럼 일렁인다
침묵이 간지처럼 하얗게 삽입되고
여자가 선글라스를 쓰자 지워지는 눈
눈물이 검은 유리에 감금되어 숨죽인다
자리를 털고 커피숍을 나오는 남자
선글라스 위의 그가 점점 작아지고
커피가 거품을 끄며 잔 속에서 식는다
ㅡ《시조21》 (2024, 여름호)
**********************************************************************************************************
현대인의 보편적 일상이 된 커피 마시기도 다양해졌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수출품이 된 스틱커피, 엄청난 숫자의 커피체인점과 카페가 수두룩합니다
드립커피,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푸치노 등등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지만
거품을 냈다해도 커피의 맛과 향을 간직했으니 분위기에 따라 즐길 수 있습니다
겉모습이 달라져도 사람은 본색이 있기 마련이고, 선글라스로 잠깐 꾸몄지만 속은 그대롭니다
커피는 유독 원샷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기억하고 곱씹어가면서 맛과 향을 즐겨야 합니다
어제 하루에도 상태가 다른 커피를 여러 잔 마셨습니다
귀가해서는 아이스아메리카노로 더위를 식혔고 선글라스도 벗었으니 편안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