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일하는 김종현과의 약속 장소에 거의 도착했을때에도 수혁은 옆에 끼고 있던 신문을 버리지 않았다.
동네 앞 슈퍼에서 신춘문예 당첨자 확인용으로 산 신문은 수혁에게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단지 장식일뿐.
오랜만에 군용점퍼 차림에서 벗어나 크리스마스라 나름대로 신경쓴 복장이었지만 남들이 보기엔 여자 친구없이 궁상이나 떠는
젊은 노숙자처럼 보였을지도 모를일이다. 불필요한 신문장식이 더 그렇게 수혁을 꾸며주고 있었다.
허름한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서자 종현이 먼저 수혁을 알아 본다.
- 수혁아. 여기야 -
- 형. 오랜만이네. 근데 무슨 일로 불렀어요? -
- 일단 주문부터 하자. -
두 사람 앞에 주문했던 커피가 놓여지고 종현은 담배를 두 대 연거푸 피고도 담고 있던 말을 쉽게 꺼내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 안 되었던지 긴 침묵을 먼저 깬건 수혁이었다.
- 무슨 일인데. 그렇게 뜸을 들여 ? -
종현 역시 시간의 늘여짐이 더 이상 맘에 안 들었는지 피우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끄고 수혁의 얼굴을 향해 상체를
약간 고추 세웠다.
- 수혁아. 오해하지 말고 들어. 요즘 출판업계가 어렵잖냐? -
- 그렇지. -
- 그래서 말인데. 마침 오늘 신춘문예 합격자 명단을 나도 확인 했는데 너의 이름은 없더라. 이젠 네 이름으로 응모해 봐야
더 이상 안 돼 -
- 그 말하려고 날 부른거야 ? -
- 그건 아니고 너 군대 제대하고 대학교 복학 했을때 그때 신문사에서 주최한거 상 몇 개 먹었잖아. -
- 그랬지 -
- 그걸로 끝이야. 그깟 상금 몇 푼 먹을려고 너 글 쓴거 아니잖아? -
- 나도 알아. 그런데 형처럼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내 글이 아직 돈벌이가 안 된다고 그러니 어쩌겠어.
마냥 기다릴 수 밖에 -
- 글이 문제가 아니라 너의 이름이 문제야? -
- 내 이름이 어때서? 최수혁 좋기만 한데 -
종현은 잠시 고개를 돌려 나오는 웃음을 참았다.
- 농담하지 말고 난 지금 진지하단 말이야. 너도 알다시피 한해에 각 종 공모전에서 배출되는 작가들이 얼마냐?
그리고 그 사람들이 해마다 지방지부터 시작해서 주간지, 월간지, 심지어 인터넷까지 얼마나 많은 응모전에 참가하니.
그 중에 한 두 개 타이틀 안 가지고 있는 사람 있어? -
- 그러니깐 형이 말하려는게 뭐야? 나 바쁘니깐 말 돌리지 말고 얘기해 -
- 너 대진그룹 박회장책 대필하고 있다는 얘기 들었다 -
수혁은 놀라서 종현을 바라 보았다. 고객과의 비밀이 이렇게 쉽게 새 나가다니
- 형이 그걸 어떻게 알았어? -
- 야 임마. 나도 출판사 물 먹고 산지 10년이야. 네가 숨긴다고 모를것 같냐 -
- 너 강유석 알지? 이번에 대박소설 하나 터뜨린 친구? -
- 알지 -
- 원래 그 친구가 대진그룹 책을 도맡아 했었어 -
수혁은 커피를 마시려다가 다시 원래 자리에 내려 놓았다.
- 강유석도 그런 일을 했었어? -
- 요즘 이름 꽤나 있는 젊은 애들 치고 한때 자의든 타의든 대필일을 안 해본 친구가 몇 명이나 되겠냐?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아무거나 해야지 -
- 그래서? 다른 회사 회장의 일감이라도 맡아 온거야? -
- 그것보다 액수가 좀 큰 일인데. 대신 보안은 자서전 쓸때보다 몇 배나 더 신경써야해 -
- 뭔데.......무슨 일이 길래 그렇게 힘들어 ? -
종현은 모았던 두 손을 몇 번 매만지더니 고민했던 얘기를 수혁에게 털어 놓았다.
- 수혁이 네가 쓴 글. 내가 아는 출판사 몇 곳에 부탁 했었는데 그 중 한 곳에서 연락이 왔어. -
- 그래? 잘 됐네 -
- 근데 그 쪽에서 내건 조건이 시리즈물로 만들자는 거야. 일종의 공동집필을 하자는 거지. 수혁이 너 생각은 어때? -
- 그러니깐 결국 내 이름가지고는 독자들한테 안 먹히니 이름있는 작가 이름을 갖다 붙이시겠다 이거 군 -
- 그래. 맞아. 요즘 출판사들 추세가 다 그래. 번역할 사람이 없어서 유명 방송인을 내세우겠냐? -
- 누구야? 메인 작가 이름이? -
- 김세웅이라고 너도 잘 알잖아 ?
- 우수대 교수?
- 응. 네가 쓴 고구려 관련 기행물이 신선하고 새로운 접근방식이라고 하더라구. 김교수도 자기 나름대로 고구려 관련 책을
준비하던 모양이였나봐. 그래서 수혁이 네가 쓴 글과 김교수등 몇 명의 글을 섞으면 대박 난다는 거야 -
- 그럼 난 김교수 외 몇 명중에 한 명이 되겠네? -
- 그런셈이지. 그런데 어쩌겠니? 이 바닥도 다른 계통 못지않게 학연, 지연 따지는거 심한거 너도 알잖아. 공모전도 그래요.
네가 실력이 없어서 계속 떨어지는 거냐. 다 학연등으로 나눠주다 보니. 네 이름 가지곤 이젠 안 된다고 봐야지 -
- 그거 내가 몇 년간 발품 판 결과물이란 걸 형도 알잖아? -
- 그래서 자서전보다 몇 곱절 쳐 주겠다는거 아냐? -
수혁은 결코 마시지는 않고 커피잔만 매만지다가 이윽고 품었던 말을 내 뱉었다.
- 형도 어쩔수 없는 속물이군. 형도 돈 몇푼 받았겠지. 날 좀 설득시키는 댓가로 -
- 아니...................뭐........ -
종현은 말을 제대로 끝맺지 못하는 걸로 긍정을 시인하고 말았다.
- 원고 돌려줘. 내가 책 내줄 곳 알아 볼테니깐. 그리고 앞으론 다시 형 볼일 없을거야 -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종현과 시선을 마주치지도 않고 마지막 말을 내 뱉고 그곳을 떠났다.
수혁을 부르는 종현의 몇 마디가 이어졌지만 수혁은 그대로 커피숍을 빠져 나갔다.
레스토랑
명원의 군대에서의 수혁과의 일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 가고 있었다.
- 내가 그때 수혁이 녀석한테 지은이 널 뺏기고 나서 얼마나 분했는지 몰라. 그래서 정말 독한 맘먹고 지은이 너 보란 듯이
열심히 공부만 했잖아. 바람둥이라고 학교에 소문이 자자했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한다고
돌하루방이란 별명이 붙어 있더라구 -
- 선배님이 바람둥이였단걸 시인하시네요 -
- 그런가 -
지은의 말에 두 사람이 동시에 웃었다.
자리에서 막 일어나려는데 지은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인의 이름을 표하는 란에 ‘곰탱이’이라고 적혀 있었다.
수혁의 전화였다.
- 여보세요 -
지은이 통화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받았다.
- 응. 그래. 7시에 만나. -
장소는 얘길 안에도 언제나 학교 앞 ‘ 레인보우 브릿지 '레스토랑 이다
- 누구? 최수혁? -
지은과 수혁의 통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명원이 지은의 핸드폰 너머 상대방이 들을까 싶어 조심스레 물었다.
지은 역시 핸드폰에 어떤 소리라도 들어갈까 염려스러운 듯 손으로 가렸지만 이미 지은의 통화상대는 명원의 나지막이 묻는
소리마저도 들은 눈치였다.
- 옆에 있는 사람 누구야. 지은아 ? -
수혁의 물음에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몇 초 정도 시간을 보낸 뒤 다시 핸드폰을 들어 수혁에게 대답했다.
- 수. 수혁씨도 알지? 명원 선배 ?
지은은 더듬듯 수혁에게 말했다. 수혁과 명원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음은 지은도 알고 있는터라 답을 전하면서도
괜히 편하지가 않다.
분명 자신의 애인과 윤명원이 함께 있다고 했다.
지은이 수혁에게 명원과 통화하기를 권했고 수혁도 특별히 사양하지 않고 그러겠노라며 지은에게 말했다.
지은의 핸드폰이 명원에게 넘겨졌다.
- 최수혁. 오랜만이다 -
- 오랜만이네요. 윤병장님 -
두 사람의 대화는 지은의 예상대로 상대방에 대한 특별한 감정 없이 그냥 상투적인 그런 내용이었다.
- 너 여전히 작가 꿈 못 버리고 있다는 것 지은이로부터 들었다. 조심해. 방심하다간 내가 지은일 채 갈지 모르니깐........ -
- 네. 명심하죠. -
수혁에게 명원은 기분 좋을 것 없는 사람이었다. 지은을 다시 바꿔 달라는 얘기도 없이 수혁은 전화를 끊어 버렸다.
- 전화를 끊어 버렸네. -
- 선배는 괜한 얘길 하셔 가지고선..... -
지은이 명원을 향해 살짝 눈을 흘겼다.
- 그렇게 화내는 모습이 더 이쁘다. 지은아 -
- 나 참.......정말 선배는 못 말려요 -
명원이 계산을 마치고 두 사람이 레스토랑을 막 나서려는 순간 지은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 또 수혁이 전화야 ?-
명원이 물었다.
- 아니에요. 엄마가 하신 모양이에요 -
지은의 전화에 이번엔 ‘ 경원식당 ’ 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통화버튼을 눌러 지은이 전화받았음을 상대방에게
알릴 겨를도 없이 전화를 건 남자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자신의 어머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학생이었다.
- 누나. 여기 식당인데요. 사장님이 쓰러 지셨어요? -
- 뭐? 그래서 엄마 지금 어디 계셔? -
지은은 ㅇㅇ병원 응급실로 어머니가 실려 갔다는 말을 듣자마자 전화를 끊고 급히 레스토랑을 나와 도로변까지 뛰었다.
크리스마스의 기분을 맛보려고 나온 사람들 때문에 택시가 쉽게 잡히지 않았다.
그 때 명원이 레스토랑 뒤에 주차되어 있던 자신의 고급 외제 승용차를 끌고 지은 앞으로 나왔다.
- 지은아. 어서 타. 내가 데려다 줄게 -
병원을 향하는 명원의 자동차 안에서 두 사람은 한 동안 말이 없었다. 지은은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크리스마스의
도심 풍경을 초점 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어디서 몰려 나왔는지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연인들은 다정하게 걸으며 사랑을 나누고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그들대로 행복한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 다들 뭐가 그리 행복한 걸까. 어떻게 살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 ’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아무도 모른다. 행복을 느끼는 기준선이 서로 다르니 감히 어디서부터가 행복인지 논할 수가 없다.
행복이란 단어가 지은에게 쉽게 잡힐 것 같았지만 그럴때마다 다시 멀리 달아나 버렸다.
- 명원 선배. 회사에 안 들어 가 봐도 괜찮아요? -
지은은 여전히 시선은 창밖에 둔채 힘없이 말을 건넸다.
- 지은아. 내 걱정은 하지마. 오늘 휴일이라 증권시장도 안 열리니깐 -
명원은 자신의 얼굴 앞 거울을 통해 지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거울속에 힘없이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한 여자가 들어 있었다.
수혁은 종현과 명원으로 인해 기분이 상해 있었다. 크리스마스란걸 자꾸 상기시키며 기분 전환을 하려 나름대로 시도해
보지만 한번 가라앉은 기분은 쉽게 상승되지 않았다.
특히 명원과의 통화는 수혁의 기분을 거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명원에게 특별히 열등의식을 느끼는건 아니였다.
돈을 많이 가진 것과 좋은 직장에 다닌다는 것이 부러월할 대상이긴 하지만 그게 행복을 뜻하는 척도가 아니란걸 수혁은
오래전부터 가슴속에 간직하고 살아왔었다. 그리고 자신은 명원이 결코 가지지 못한 지은의 사랑을 가지고 있었다.
수혁은 지갑에서 몇 개의 명함들을 꺼내 이곳 저곳으로 전화를 걸어 보았다.
예상대로 자신의 글을 출판해 주겠다거나 혹은 일감을 주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수혁이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생각보다 힘든 하루였지만 지은을 만난다는 생각에 삶의 고통도 금새 잊어 버렸다.
수혁은 보석가게에서 자신의 연인을 위한 목걸이를 하나 골랐다. 첨엔 비싼걸 사 주겠다며 맘먹고 들어간 가게였지만 결국 고르게 된건 보석 알맹이라곤 아무것도 장식되지 않은 단순한 디자인의 금 목걸이였다. 어렵게 주인에게 포장까지 부탁한 수혁은 돌아서서 가게를 나오면서도 왠지 맘이 편하지 않았다.
사랑이나 행복에 있어서 돈이 전부냐고 누가 묻는다믄 수혁은 분명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었다.
그러나 당신의 사랑하는 여자에게 궁색한 삶을 살게 하겠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었다.
약속장소인 ‘ 레인보우 브릿지 ’로 갈 버스가 도착했지만 수혁은 그냥 흘려 보냈다.
그리고 근처 꽃가게로 들어갔다.
지은이 병원응급실에 도착했을땐 2시가 훨씬 넘은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차가 많이 막혔다.
자신의 회사도 바쁠때였지만 어머니가 병원에 있단 말에 지은의 직장상사도 더 이상 강요하지 못했다.
덕분에 핸드폰의 배터린 거의 숨이 끊어질 지경이었다.
지은의 어머닌 링거주사에 의지한채 응급실 침대에 누어 있었다.
담당의사는 큰 병이 아닐거라면서도 정확한 진단을 위해 검사를 해 볼것을 지은에게 권했다. 지은은 의사의 말에 동의했다.
지은은 어머니에게 다가갔다. 거기에 하루전보다 부쩍 해쓱해진 한 가련한 여인이 누워있었다.
한 남자에게 버림받고 홀로 딸을 키워온 여인은 제 나이에 비해 훨씬 늙어 보였다.
지은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렀다.
지은의 몇 걸음 뒤에 서서 두 모녀를 바라보던 명원이 손수건을 꺼내 지은에게 건넸다.
지은은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어머닌 그제서야 지은이 곁에 있음을 알고 살며시 눈을떴다.
- 엄마. 그러게 내가 오늘 쉬라고 그랬잖아 -
- 지은이 왔구나. -
- 얼마나 번다고 오늘같은 날도 가게문을 열었어 -
- 학교 앞에서 장사하는 우리에겐 오늘이 대목이잖니 -
지은은 말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약속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지은은 ‘ 레인보우 브릿지 ’ 레스토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수혁이 지은의 핸드폰으로 계속 연락을 해 봐도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 멘트만 들려 올 뿐이었다.
약속시간을 정확히 지키던 지은이였기에 지금 자신앞에 펼쳐진 상황이 수혁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10년 가까이 이용한 단골 식당이였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그들도 대목을 맞아 영업을 해야 하기에 두 시간이 넘도록
음식주문을 하지 않는 수혁이 곱게 보일리 없었다.
수혁은 식당을 빠져나와 택시를 잡았다. 자신의 집까지 가려면 택시비가 많이 나올건 뻔했다.
지은과의 오붓한 저녁을 가지기 위해 준비한 돈은 택시비로 다 쓰일 것이다.
한 손엔 꽃다발이 들려 있고 수혁의 점퍼 속 주머니엔 아직 재 주인에게 전달되지 못한 목걸이가 그냥 그렇게 있었다.
수혁이 자신의 집에 도착했을때 가족들은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라고 자신의 어머닌 생각보다 빨리 가게문을 닫은 모양이었다.
수철이와 수민. 두 동생들까지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였다.
꽃을 들고 들어오는 수혁을 본 가족들은 의아해 했다.
- 아니 왠 꽃이냐? -
혜숙이 자신의 아들에게 물었다.
- 어머니 드리려고 샀어요 -
말을 하는 수혁에게 힘이라곤 없어 보였다
- 생전 지 애미 생일이라고 꽃 한번 안 사오던 무뚝뚝한 놈이 오늘은 무슨 바람이 들어서 꽃을 다 사왔어? -
- 여자친구에게 바람 맞았구나 -
굳이 숨기려고 하진 않았지만 동생 수철인 금방 알아차려 버렸다.
수혁은 아무말없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 갔다.
저녁은 먹었노라며 애써 거짓을 말하고 자신의 책상에 머리를 묻었다.
한동안 아무 생각없이 같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을때 마루에서 어머니와 동생 수철이와의 대화가 수혁을 움직였다.
- 아니 잘 다니던 회사를 왜 그만 둔다고 그러니? -
- 엄마. 나처럼 고등학교 나와 가지곤 이젠 먹고 살기 힘들다니까요. 군대 제대하고 한 회사만 다녔지만 이제 막 대학나온
애들 보다 월급이 훨씬 적어 -
- 수철아. 그러지 말고 적금탈때 까진 좀 참고 다녀봐. 수민이도 휴학한다고 해서 내가 속이 말이 아닌데 너까지 그러면
어떡하니? -
- 엄마. 그 적금 깨줘요. -
수철은 쉽게 자신의 생각을 꺾으려 하지 않았다.
- 적금은 안 돼. 그거 형 결혼할 때 쓰려고 모으는 건데 지금 깨면 안 돼 -
혜숙은 수철을 마주보지도 않고 한쪽으로 돌아 앉았다
- 내가 월급타서 적금에 보탠건데 내가 못 쓰면 어떡해. 그러지말고 내가 드린 몫만이라도 빼 줘요 -
- 그 돈 가지고 뭐 하려고 그러니? -
- 포장마차라도 할거야. 자존심 상해서 회사 더 이상 못 다니겠어 -
수혁이 자신의 방 문을 열고 수혁의 등 뒤에 섰다.
- 포장마차 하려면 얼마가 필요하냐? 수철아 -
수혁의 말에 수철이 고개를 돌려 수혁을 바라 보았다.
- 형...........그게..... -
- 얼마가 필요하든 내가 해 줄게. 그리고 수민이 너도 휴학하지 말고 학교 계속 다닐 생각해. 오빠가 등록금 마련해 줄테니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