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표팀 어제 첫 소집… 박주영·이청용·기성용 등 9명 훈련]
- 3번째 월드컵 앞둔 박주영
"월드컵은 다른 대회와 수준 달라… 예전에 잘했던 기억 모두 잊어야"
- 막내서 중고참 된 '쌍용'
이청용 "팀 흔들릴 때 중심 잡을 것", 기성용 "책임감 갖고 동료들 돕겠다"
러닝·킥연습으로 가볍게 첫 훈련… 나머지 선수들 19일까지 합류
한국 축구는 한때 '양박 쌍용'으로 통했다. '양박(兩朴)'은 박지성(33·PSV에인트호번)과 박주영(29·왓퍼드), '쌍(雙)용'은 이청용(26·볼턴)과 기성용(25·선덜랜드)을 일컫는 말이다. 한국판 '판타스틱 4'로도 불린 이들은 4년 전 남아공월드컵에서 맹활약하며 16강행의 주역이 됐다.
당시 주장 완장을 찬 박지성은 그리스와 벌인 1차전에서 추가 골을 터뜨리는 등 팀 공격을 지휘했다. 박주영은 나이지리아와 벌인 3차전에서 역전 골을 뽑아내며 16강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청용은 2골, 기성용은 2도움으로 '젊은 피'의 위력을 보여줬다.
4년이 흘렀다. 2011년 일찌감치 대표팀에서 은퇴한 박지성은 14일 자신의 거취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연다. 박지성의 원소속팀 QPR은 14일 위건을 이기면 더비―브라이턴전 승자와 24일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을 치른다. 이런 일정과 상관없이 기자회견을 여는 것을 볼 때 박지성의 선택은 현역 은퇴 혹은 에인트호번 잔류일 가능성이 크다.
- 예외 없이, 정장에 노란 리본… 2014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할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단이 12일 경기도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 들어서고 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지난해 7월 취임 직후 “모두 정장을 입고 파주NFC 정문부터 걸어서 들어오라”고 지시한 것에 따라 이날도 모든 선수가 정장 차림으로 모였다. 가슴에는 세월호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았다. 왼쪽부터 (위 사진)홍명보 감독, 정성룡, 이범영, 김신욱, 박주영, (아래 사진)기성용, 이청용, 이근호, 이용, 김승규. /조인원 기자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가장 많이 터진 이는 역시 박주영이었다. 지난 3월 그리스전이 끝나고 언론 인터뷰를 거부해 비판을 받았던 박주영은 이날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분명한 어조로 자신의 각오를 전했다. 소속팀에서 부진 끝에 봉와직염 증세로 조기 귀국한 박주영은 대표팀 코칭 스태프와 함께 월드컵을 준비하며 '황제 훈련' 논란을 낳았다. 그는 "(발탁에 따른 논란은) 내가 볼 때도 당연한 반응이다. 국민 여러분이 원하지 않으신다면 개인적 욕심으로 월드컵에 가지는 않겠다"며 "하지만 국민이 나를 믿어주신다면 월드컵에 가서 온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주영은 홍명보호에서 유일하게 세 번째 월드컵에 나서는 선수다. 이에 대해 그는 "후배들에게 런던올림픽 때 잘했던 기억은 모두 잊으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월드컵 본선은 한 차원, 두 차원 더 높은 수준의 대회라 마음을 새로 다잡아야 한다"고 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박주영이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런던올림픽 등 최근 대회 때마다 라커룸에서 리더 역할을 했다"면서 "선수들이 풍부한 경험을 가진 박주영을 믿고 기대고 있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홍명보호 전술의 핵심이다. 기성용이 중앙에서 공을 제대로 뿌려주지 못하면 한국의 공격은 길을 잃게 된다. 무릎 부상에서 회복 중인 기성용은 "4년 전엔 형들이 많았지만 이번엔 내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생활 면에서도 동료 선수에게 도움이 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홍명보호의 첫 훈련은 '축구 골프'였다. 오후 4시부터 가벼운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선수들은 두 명씩 조를 이뤄 2~3번 킥을 해 40여m 떨어진 폴대를 맞히는 훈련을 했다. 선수들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30여분간 '골프'를 즐긴 뒤 훈련을 마무리했다. 홍명보 감독은 훈련이 끝나고 "개별적인 맞춤형 훈련을 통해 30일 미국 마이애미로 갈 때쯤엔 컨디션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13일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시즌을 마친 구자철·홍정호·지동원·손흥민이 파주 NFC에 합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