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더봄] 산양유를 팔아 돈 번다고? 나는 산양과 놀며 소득을 얻는다
[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귀농귀촌인에게 작목 선택은 필수
다양한 경로로 고객에게 다가가라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제공하는 교육 과정 중에는 반드시 ‘작목 선택’이나 ‘품목 선택’이라는 과목이 있다. 영농을 하면서 무슨 작목을 선택하여 재배하고 판매할 것인가라는 내용을 다루는 것이다. 농어촌에서 제2의 삶을 일구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궁금한 부분이기에 필수 과목으로 선정된 것이다.
예비 귀농인인 윤수철 씨(58)는 귀농하여 정착지에서 재배할 품목으로 ‘산양’을 선택하였다. 산양은 축산 가축의 하나이다. 산양을 길러 고기를 도축하여 판매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하여 산양유를 생산하여 판매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산양유는 성분이 모유와 가장 비슷하여 우유 알러지,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좋다고 한다. 유아에게도 좋고 성인도 부담이 없으므로 선호도가 높다.
그래서 그를 이끌고 경기도 화성의 수피아 농원을 방문하였다. 수피아 농원은 산양 목장이자 딸기 농원이다. 산양은 20마리 규모이다. 농원 대표인 백종숙 씨(65)는 마침 잘 왔다고 환대하면서 조목조목 산양 사육에 대하여 설명을 해 주었다.
백 대표는 자신의 수피아 농원이 산양 목장이지만 실제로는 산양유를 판매하고 있지 않다고 운을 떼었다. 우리는 산양 목장이 산양유를 판매하지 않다니 무슨 사연인가 싶어 조금 의아해하며 이유를 물었다.
20마리 규모의 산양을 치유 농업으로 활용하고 있는 수피아 농원 백종숙 대표 /사진=김성주
산양유는 산양에게서 축유하고 바로 판매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산양유를 살균하고 가공하는 시설을 거치거나 직접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판매하지 않는다고 답하였다. 쉽게 말해 우유 가공 공장이 하나 필요하므로 설비 비용과 유지 비용이 상당하여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유 제품의 경우 대형 우유 기업에서 수매를 해간다. 우리가 평소에 마시는 국산 우유는 낙농가에서 생산한 원유를 우유 회사에서 수매하여 가공하여 판매하는 것이다. 유통망이 탄탄하기 때문에 기업과 농가는 서로 좋다. 그런데 산양유의 경우는 수매를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조그만 산양 목장은 연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직접 우유 가공 시설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것은 비용이 상당하고 판매를 직접 하는 것은 우유의 유통 기한이 있어 적시에 판매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으니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산양유 농가가 산양유 판매를 포기하였다.
수피아 농원의 새끼 산양들이 방문객을 반기고 있다. /사진=김성주
대신 수피아 농원은 산양을 치유 농업으로 전환하여 활용하고 있다고 하였다. 산양과 함께하는 치유 프로그램을 만들어 농장 방문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훨씬 더 소득이 많다는 것이다. 산양 프로그램은 산양이 뛰고 노는 것을 바라보고, 먹이를 주며 교감하는 것이다. 산양이나 말, 소가 사람과 함께 있고 그들의 눈만 바라봐도 사람의 정서가 안정되는 치유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례이다.
미국의 어느 소 농장은 ‘소와 포옹하기’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커다란 소가 누워 있고 참여자는 그 옆에서 자리를 깔고 소에 기대어 책을 읽거나 멍하게 앉아 있는다. 시간이 점점 흐르면 참여자는 마음이 안정된다고 한다. 소를 바라보던 어떤 이는 눈물을 쏟는다고 한다. 애리조나의 한 농장은 1시간에 75달러(약 10만원)을 받는데 몇 달치 예약이 다 찼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소와 포옹하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수피아 농원 백종숙 대표도 귀농귀촌인이다. 젊어서 남편은 자동차 수리업을 하고 본인은 어린이집 운영을 했던 사람이다. 각자 전공과 특기를 살려 사업을 하였는데 꽤 잘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부부가 농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전원 생활이 그리웠기 때문이란다.
고향은 충청도지만 기반 지역이 화성시이므로 적당한 곳을 찾아 딸기 하우스 농장을 만들고 집을 짓고 산양을 키우게 되었다고 한다. 딸기는 가을에 농사를 시작하여 겨울에 수확을 한다. 산양은 산양유 판매를 목적으로 하였으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생산과 판매가 여의치 않아 농촌 체험과 치유 프로그램으로 전환하여 운영 중이다.
농촌 체험과 교육 농장은 10년 전부터 활성화하여 고객 서비스 능력이 있는 농가라면 해 볼 만한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6차산업의 취지에서 생산품을 직접 체험하고 마케팅하여 판매로 유도하는 방법이다. 1차 농축산물 생산과 함께 3차 서비스업을 함께하는 것이다. 요즈음은 치유 농업을 국가에서 장려하고 육성하기 시작하여 많은 농민들이 치유 농업을 공부하고 도입하고 있다.
백 대표는 우리를 이끌고 산양 우리로 향하였다. 깨끗하게 목욕을 한 하얀 산양이 우리를 반긴다. 순치가 된 어린 산양은 사람을 보고 도망을 가기는커녕 다가와서 안긴다. 물론 먹이를 달라는 신호이다. 목장의 언덕으로 방목된 산양들은 주인이 밥 먹으라고 소리를 지르자 신기하게도 몰려 내려온다.
농장의 언덕은 산책길로 조성이 되었다. 숲이 우거져 있어서 공기가 상큼하였다. 여기저기 과실수가 심어져 있어서 익은 것들은 따서 먹는다. 신기하게도 탱자나무가 있었다. 탱자나무는 남쪽 지방에서만 서식하는데 겨울 날씨가 매서운 경기도에서 탱자나무가 자란다. 워낙 양지바른 곳이라 잘 자라나 싶다. 노르딕 스틱을 쥐어 주며 제대로 걸어 보라고 권한다. 걸음도 건강하게 걷는 방법이 있단다.
산책길 끄트머리 배나무 밭을 지나니 텃밭이 나온다. 치유 텃밭이다. 텃밭을 가꾸는 작업을 방문객들과 함께 한다. 수확된 작물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텃밭을 일구는 작업을 통해 치유를 얻을 수 있기에 치유 텃밭이다. 주로 채소와 꽃, 허브를 기른다.
텃밭에서 키운 페퍼민트와 로즈마리로 만든 차를 내주었다. 가을 바람이 살랑이자 향이 코끝으로 올라온다. 잔디밭에 조성된 나무 오두막이 근사하다. 요즈음 사람들은 멍하게 앉아 있는 ‘멍 때리기’를 좋아해서 만들어 놓았단다. 잔디와 화초를 보고 있으니 ‘풀멍’이란다.
잔디밭에 조성된 카렌시아(오두막)에서 풀멍을 즐길 수 있다. /사진=김성주
동행한 예비 귀농인 윤수철 씨는 산양유를 벤치마킹하러 갔다가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고 고마워하였다. 우선 산양유가 좋다는 말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봤는데 현실적인 문제에 대하여 조언을 해 주어 고마웠고, 치유 농업이라는 것을 체험하면서 농업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어 고마웠다고 하였다. 새끼 산양과 놀아 보니 힐링이 되더란다.
귀농귀촌인이 작목을 선정하는 것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선정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농산물을 재배하여 판매하는 구조만 생각하지 말고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여야 한다. 품목에 따라 반드시 가공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있다. 어떤 품목은 다양한 판매 경로를 거쳐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출처 여성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