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간판
- 한용국
잃어버린 시간들과
일어날 일들 사이에
슬픈 귀가 걸려 있다
피해자처럼 얼굴을 바꾸고
실종자처럼 그림자를 숨기고
강에 돌을 던지는 마음이 된다
들리지 않는 것을
볼 수는 없으니까
아름다움은 지나간 미덕일 뿐
입을 벌리면
한 움큼 모래가 쏟아진다
어떤 잔인도
구원에 이를 수 없다
저녁에서 밤으로
착란은 등불을 매달고 늘어난다
비극에서 달아나느라
힐링을 꿈꾸었지만
다시 캄캄한 귀와
밤의 흰 모래들 사이
차마 말로는 할 수 없는
사랑인지도 모른다
비어 있는 페이지마다
오늘은 안녕이라고 썼다
가라앉은 돌은 스스로 떠오르지 못한다
ㅡ계간 《상상인》(2024,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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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에 김홍신 작가의 지난날을 회상하는 라디오 대담을 청취했습니다
등단 48년 동안 139권의 저서를 출간해셨다니 매우 놀라운 창작력입니다
국회의원 배지도 달아보았고, 저작권료도 어마어마하니
가히 성공인으로 불리어도 무방할 텐데 스스로 불행했다고 회상하더군요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시며 '사랑'과 '자존감'을 강조하셨습니다
스스로를 경이로운 존재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인생이 아름다울 수 있다시니...
명상으로 이끄시는 새 저서를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