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더봄] 복잡한 농산물 유통구조···이래도 농사를 짓겠다고?
[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소비자는 비싸다고 난리인데
생산자는 제 값 못 받아 시름
대기업 중심인 식품 사업에
소규모 농가 끼어들 틈 없어
가을이다. 폭염에 태풍에 여름을 건너더니 벌써 가을이다. 이제는 춥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는데 좋은 소식은 많지 않다. 쌀값은 가격이 낮아 농민들의 시름이 깊은데 대책은 없다. 배추는 태풍 때문에 작황이 안 좋아 여기저기 김치가 없다고 난리다. 고추마저 생산량이 떨어져 가격이 오르고 있다. 기후변화 때문에 품귀 현상이 앞으로 몇 년간 지속될 전망이란다. 양파와 마늘도 마찬가지다.
작황이 안 좋아 물량이 적어지면 값이 오르니 좋은 것 아니냐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고추 값이 오르고 배추 값이 오르고 양파와 마늘 값이 오르면 김장에 문제가 생긴다. 우리는 김치의 나라다. 김치를 안 먹으면 큰일난다. 그렇다고 모든 집들이 김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김치를 사 먹는다. 원재료를 사서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최종 식품을 사 먹는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김치 가격을 감당할 수 없다.
농산물 가격에 대해서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가 만족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후변화와 전쟁과 같은 외부 요인으로만 농산물 가격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는 없다. 생산의 문제만이 아닌 농산물 유통 구조의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 오면서 좋은 농산물을 저렴하게 사 본 기억이 많지 않을 것이다. 흉년이 들어 농산물이 귀하게 되면 당연히 비싸게 사겠지만 풍년이 들었다고 값싸게 농산물을 사본 적이 없을 것이다. 과잉 생산이 되면 생산자인 농가 입장에서는 과잉 생산분을 폐기해서 가격을 조절한다. 생산량이 많은 만큼 투입되는 비용이 많아져 수익성이 매우 떨어진다.
농민들에게 농산물을 제대로 팔아 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흉년이 들면 작물이 다 죽어버려 출하를 하지 못해 비료 값조차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풍년이 들면 터무니없는 싼값에 넘겨야 하면서 인건비, 재료비, 소모품비와 같은 비용은 더 증가하므로 손해를 줄이기 위해 물량을 조절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가 만족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금 뉴스를 보면 밥상 걱정이 커진다. 외식 비용은 천정부지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전쟁으로 올 겨울 에너지 문제가 다가오면 물가는 더욱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기후변화와 전쟁과 같은 외부 요인으로만 농산물 가격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는 없다. 생산의 문제만이 아닌 농산물 유통 구조의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농산물 유통 경로는 간단하게 보면 생산자→도매상→소매상→소비자로 연결된다. 중간에 도매상이 있는 이유는 농산물 생산지가 소비지와 멀기 때문에 생산자에서 소매상으로 바로 연결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량으로 소비되는 작물은 생산자→도매상→중매상→소매상→소비자로 이어진다. 수입 작물은 중매상이 여러 단계에서 개입된다.
제일 단순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는 누구나 선호하고 장려하지만 택배와 같이 직접 배달 시스템이 필요하다.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를 하려면 소분하고 포장을 해야 하므로 모든 농가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농산물은 유통구조가 복잡하여 각 단계마다 마진이 형성되고, 대기업 중심으로 식품 사업이 돌아가고 있는데 농민들이 농산물을 싸게 내놓지 않는다고 의심을 받으니 안타깝다. 이런 상황을 아는데도 귀농해서 농사를 짓겠다고? 사람들이 말리는 이유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농산물 유통구조는 매우 복잡하다. 작목반, 영농조합법인, 농협, 축협 등과 같은 생산자 조직이 있고 지역마다 농산물 유통센터가 있고, 소위 ‘밭떼기'를 하는 수집상에, 도매상, 도매법인, 중도매인이 있다. 어떤 식재료들은 식자재 가공업체가 붙고 외식업체가 이어받는다. 그리고 힘이 센 대형 유통업체가 있다. 소매상은 골목마다 있다. 여기에 B2B 전자상거래 업체가 온라인 유통을 맡는다. 대형 유통업체와 외식업체, 식자재 가공업체는 단체 급식과 대형 외식 분야를 담당한다. 최종 소비자에 이르는 과정이 매우 길다.
회사, 공장, 군대, 학교에서 실시하는 급식사업 시장은 매우 큰데 그동안 대기업이 점유해 왔다. 그러나 학교와 군대는 대기업이 더 이상 맡지 않는다. 이유는 마진이 적다고 판단해서다. 소규모 농가가 단체 급식업체에 농산물을 납품하려 해도 가격과 물량을 맞추어야 하고 항상 입찰을 해야 하므로 선뜻 나서기가 어렵다.
판매처를 들여다보면 마찬가지다. 대형 마트에 농민들이 직접 납품하면 좋겠지만 대형 마트는 대기업이 운영하고 납품도 계열사가 점령하고 있고 운영 형태는 직사입이 아닌 임대 수수료 형태이기 때문에 납품하는 농가나 농업법인은 판매장만 임대하여 사용하고 납품과 반품, 관리는 직접 해야 하고 판매 수수료가 너무 커서 리스크가 크다. 홈쇼핑도 같은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업체가 납품하는 이유는 홍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소규모 농가가 유통에 끼어들 틈이 없다.
그나마 지역에 있는 로컬푸드 판매장은 생산자가 직접 자기 이름을 걸고 판매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구조라서 소규모 농가에게는 유리하다. 다만 로컬푸드 판매장이 있는 지역은 조그만 소도시라서 판매량이 적은 것이 아쉽다.
소비자와 생산자를 직접 잇는 직거래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활성화되었다.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인한 암흑기에도 매출이 오히려 늘었다는 농가들이 꽤 있다. 굉장한 노력을 한 것이다. 개인이 홈페이지와 쇼핑몰을 운영하고 SNS를 통해 마케팅을 하는 수고를 한 것이다. 다만 온라인 유통의 특성상 싼 가격의 상품이 선호되니 이익률이 적다. 그래서 택배업체만 돈을 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그들도 기름값이 올라서 마진이 적어져 애먹는다.
농산물 유통 구조 상 제일 단순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는 누구나 선호하고 장려하지만 택배와 같이 직접 배달 시스템이 필요하다.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를 하려면 소분하고 포장을 해야 하므로 모든 농가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렇게 유통구조가 복잡하여 각 단계마다 마진이 형성되고, 대기업 중심으로 식품 사업이 돌아가고 있는데 농민들이 농산물 가격을 싸게 내놓지 않는다고 의심을 받으니 안타깝다. 이런 상황을 아는데도 귀농해서 농사를 짓겠다고? 사람들이 말리는 이유가 있다.
언론에서는 농산물 값이 들썩일 때마다 트랙터를 몰고 시위하는 농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니다. 가격 결정권을 가진 유통업체를 보여주고 복잡한 유통 구조를 분석해야 할 것이다.
부디 자식 같은 농산물을 내버리는 농민들을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출처 여성경제신문
첫댓글 맞아요 농사 지어 돈버는 시절이 있어나 싶고
인건비 상승 인력부족 포장비 상차비 택배비용 여름철 태풍 폭우 가뭄등 농사 정말 힘들어요
오늘도 화이팅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