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시즌이 끝난후 각구단은 신인선수와 이적선수들 때문에 선수들의 배번을 조정하는 게 관례. 때문에 번호를 바꿔다는 것은 프로야구선수에게 연례행사나 다름없다.
대스타의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입단당시 부여받은 번호를 계속 달고 그라운드에 나선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때문에 배번을 변경하는 선수들도 있다.
기아의 간판투수로 활약했던 이대진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1993년 광주진흥고를 졸업하고 해태에 입단한 이대진은 1999년까지 26번을 달았다.
하지만 이대진은 2000시즌을 앞두고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26번을 포기하고 배번을 11번으로 바꿔 달았다.
광주진흥고후배였던 투수 김상진때문이었다. 팀내에서 둘도 없는 후배였던 김상진이 99년 6월10일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그를 기리기 위해 김상진의 배번을 달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그런 이대진이 이번에는 김상진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떨쳐버리기 위해 또다시 배번을 바꿔 달기로 했다. 김상진이 세상을 따난후 11번을 달고 마운드에 오르곤 했던 이대진은 잦은 부상으로 제몫을 해내지 못하는등 부담이 적지 않아 내년부터 45번으로 배번을 바꾸기로 했다.
이대진은 "저세상사람이 된 상진이에게 더이상 누를 끼치지 않겠다"고 배번을 변경을 이유를 밝혔다.
이대진은 또 "그동안 상진이의 배번을 달고 상진이가 못다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상진이에게 누가 될 것같아 배번을 바꾸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대진은 "비록 배번은 변경하기로 했지만 내 마음속에는 영원히 상진이가 살아있다"며 아쉬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