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안사의 주지로 있으면서 날마다 화주를 계속해 왔고 잠시 쉬어가는 스님네를 만나면 절 안으로 맞이하여 쉬도록 하고 자신이 돌아가 공양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였다. 이처럼 30년간을 비바람이 몰아쳐도 변함없이 계속 한 결과 불전과 장서각, 나한당등 세 채를 새로 세웠고 사원에 있어야 할 것들을 모두 갖추어 놓았다. 황룡 사심선사가 그곳을 방문하자 혜연수좌가 말하였다. "사심장로! 당신은 항상 알음알이를 없애라는 하나만을 가지고 모든 사람을 싹 쓸어버리기를 좋아하니, 오늘밤 여기에 머물면서 그대와 더불어 큰 법문을 자세히 따져보기를 기대하오." 사심스님은 그를 꺼리며 시자에게 말하였다. "저 사람은 진정 깨달은 바 있는 자라서 그와 더불어 어금니를 드러내고 우열을 가릴 수는 없으니 차라리 여기를 떠나 쉬는 것만 못하겠다." 그래서 그곳에서 묵지 않고 떠나가 버렸다. 혜연수좌는 혜안사에서 세상을 마쳤다. 다비를 하니 육근(六根) 가운데 세 가지는 허물어지지 않았고 사리가 무수히 나왔으며 신기한 향기가 방에 가득하여 여러 달을 끊이지 않았다. 봉신현은 병화(兵火)로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부서져 버렸지만 혜안사의 여러 전각만은 우뚝하게 남아 있었다. 이 어찌 원력의 성취로 신중들의 가피가 있었던 결과가 아니겠는가? 오늘날 제방에서 팔장을 끼고 눈 앞의 것들을 누리려고만 하는 자들이 혜연수좌의 풍모를 듣는다면 부끄러운 마음이 없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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