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 전 황정숙(정읍)님께서 한우암소곱창을 판매한다는 글을 보고 살짝 망설이다 주문했습니다.
아직 배은정님의 소머리와 소혀가 냉동실에서 해동 될 날 만을 기다리고 있건만...
이 넘의 지름신은 제 주위를 떠날 줄을 모르네요.
곱창을 판다고 해서 곱창만 살 수야 있나요~
껍질벗긴 곱창과 손질 된 양 그리고 허파와 염통도 함께 구입했습니다.


배송비를 줄이고져 국에 넣을 한우사태살도 덤으로 주문했습니다.
포장상태가 곱이 빠져나올 수 있는 곱창말고는 모두 진공포장이려니 했건만,
사태외에 심장과 허파도 그냥 비닐봉지에 담겼더군요.

심장 1키로(반쪽)은 일단 찬물에 담궈 핏물을 빼주고
핏물이 빨리 빠지지 않길래 나중에 네 등분해서 핏물을 뺐습니다.

허파 1키로 (양이 넉넉해 보이는 것을 보니 허파도 한 쪽이 모두 온 것 같습니다.)는
핏기가 잘 빠질 것 같지 않아

허파를 토막을 내어 피를 뺍니다.
심장이든 허파든 중간중간 물을 갈아주면서 핏기를 2~4시간 정도 빼줘야 나중에 끓이는 국물이 탁해지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내장이다보니 중간중간 고인 핏기가 있던데, 그런 부분은 과감하게 잘라서 버려줬습니다.
특히 허파는 중간중간에 기관지(소도 기관지라고 하는 것이 맞나?)속에 공기가 차 있어 물에 담궈 두면 둥둥 뜹니다.
삶을 적에도 마찬가지.
해서 약간 무거운 그릇을 위에 살짝 올려두어 물에 적당히 잠기게 해서 피를 뺐습니다.

시커맸을 양은 손질이 잘 되어왔기에 크게 손질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중간 중간 덜 벗겨진 거뭇거뭇한 부분은 잘라내거나 칼로 살살 긁어내면 없어진다죠.
양은 소의 첫번째 위입니다.
일단 굵은 소금과 밀가루를 넣어 주물럭주물럭하다
< 토막상식 >
곰양, 양 - 혹위 : 위장을 의미하는 순우리말로 양구이에 사용되는 것은 소의 위 중에서도 살이 두터운 `깃머리`부분입니다.
이것은 소 한마리에서 기껏해야 2∼3kg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아주 귀한 재료로 땀을 많이 흘리거나 허약한 사람들의 보양식으로 많이 이용됐으며,
무기질과 단백질이 풍부합니다. 양깃머리에는 융이 없고 두텁습니다.
원래 모습은 융이 나 있는 쪽에 까만 찌꺼기 같은 것이 많이 붙어 있는데, 수육용은 검은 부분을 벗겨내고 조리합니다.
국으로는 가끔 세척만 해서 그대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절창 - 벌집위 : 반추 동물(反芻動物)에 있는 벌집 모양의 둘째 위로 음식물을 섞어서 다시 입으로 내보내는 일을 합니다.
역시 국거리로 많이 이용합니다.
처녑, 천엽 - 겹주름위 : 내벽에 잔주름이 무수히 나 있으며 육회용으로 사용됩니다.
막창(홍창) - 주름위 : 모두 4개의 위 (곰양, 천엽, 절창, 막창) 중 마지막 위. 홍창이라고도 불립니다.
가끔 막창이라는 이름 때문에 대창을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데, 소의 4번째 위라는 사실.

벅벅~~
마구 비벼줍니다.

헹궈 낸 후의 양 속살.
수건처럼 융이 살아있는 살이 좀 더 깨끗해졌습니다.

깐 곱창 1키로.
보통 곱창을 까기 전 분량은 배 정도라고...

기본적으로 곱창껍질을 손질해서 보낸 것이라 중간중간 찢어진 부위가 보이네요.
생곱창은 절대 냉동해선 안 된다고 합니다.
냉동 후 해동하면 속의 곱이 모두 빠져버리기 때문이지요.
때문에 보통 시중의 냉동곱창은 곱대신 곱창 겉의 지방을 넉넉하게 남겨 뒤집어선 지방이 마치 곱이 들어 찬 것처럼 속여 팔기도 합니다.
밖에서 드실 땐 이 점 요주의~!

보통은 이것보다 지방이 훨씬 많이 붙어 있었을텐데, 손질을 잘해주셔서 지방이 좀 덜합니다.
집에서 요리를 하면 이런 것이 정말 좋지요.
곱창에 붙은 겉기름을 모두 제거하고 먹기라니...
하지만 곱창은 정말이지 길고... 길고... 길어서 정말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이건 심장의 내부.
인간의 심장도 이 것보다는 좀 작지만 내부는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우심방, 좌심실 어쩌고...

삶을 준비 완료.
허파까지 넣었다간 큰 곰탕냄비로도 어려울 것 같아 여기저기 나누기로 합니다.

곱창만 따로 한 시간 반가량 푹 고아냈습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절대 중간중간 토막을 내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러면 자칫 속의 귀한 곱이 빠져버려요.
실은 구이가 더 먹고 싶었지만, 암소곱창은 구이로 먹기엔 많이 질기다기에 삶기로 했습니다. 한 번 삶은 것을 구워 먹어도 괜찮지요.
생곱창을 바로 구워먹기엔 황소알곱창이 딱이라고 합니다.

양은 압력솥에 냄새잡이용 대파를 넉넉히 넣어 한시간 넘게 곤 후 두어번 더 끓여주었습니다.
찔깃했던 것이 푸들 부들하니 부드러워지네요.

염통과 허파는 큰 냄비에 통후추와 월계수 잎 몇개를 넣어 삶아 중간중간 적당량 잘라 맛을 보고
부드럽기가 덜 한 듯 하면 좀 더 삶아줍니다.
대략 두어 시간은 삶은 듯.

곱창은 2시간여만에 완벽하게 완성되었군요.
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지방이 90%이상 제거 된 곱창.
곱이 좀 새고 있었던지라 곱창 겉부분에도 곱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모양새.

요게 바로 곱이라지요.
찢어진 부분 덕에 곱이 좀 새어버렸지만,
반 이상은 차 있습니다. 쫄깃하게 삶긴 곱창과 살짝 씁쓰레하니 고소한 곱은 언제 먹어도 맛있군요.

일단 다른 내장들이 더 삶겨지는 동안 곱창에 소금 그리고 맥주와 챱챱.

새벽에야 완성이 된지라
밀폐용기에 잘 삶긴 허파와

길디 긴 곱창.

역시 잘 삶겨서 결이 살아 있는 염통을 넣어 냉장고에 보관합니다.
2~3일 내로 다 먹을 수 없을 것 같으면 바로 냉동보관을 추천.

다음날.

양과 곱창, 염통과 허파를 전골해 먹을 만큼 적당량 꺼내어 손질준비.
양은 약지 길이정도에 폭 1센티정도로 썰면 식감이 괜찮고, 허파와 염통은 최대한 얇게 썰어줍니다.
허파는 몰캉한 맛에 아작이는 기관지의 씹는 맛이 중요하니, 납작한 깍두기마냥 네모지게 썰어도 식감이 괜찮던...

모두 썰면 깊이가 낮은 전골냄비에 담아 주고.
이 때 중요한 것은 곱창은 절대 조리완성 전엔 토막내면 안됩니다. (맹선생님께서 알려주셨어요~)
속의 맛있는 곱이 빠지기에 조리가 완성된 후 잘라먹기.

양과 허파, 곱창, 염통은 어제 잘 삶아놓았기에 잡내없이 깔끔하네요.

이건 육수용으로 남겨 둔 곱창 삶은 물.
지방은 곱창을 손질하며 미리 제거했기에 거의 지방없이 중간중간 곱이 새어나온 것들이 고소한 맛으로 남았습니다.

소금간을 살짝 한 육수를 준비 된 전골냄비에 붓고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후추와 잘게 썬 파, 부추를 올립니다.

적당히 끓어오르면 불을 약불로 낮춘 후
곱창을 잘라줍니다.

완성.
꽉 들어차진 않았지만 충분한 곱과 졸깃한 곱창에다 야들한 양과 허파.
쫄깃한 염통이 좋군요.
부추와 파는 내장과 찰떡궁합을 보여주고...

간장2스푼, 맛술1, 매실청 반스푼에 물3스푼을 넣고 겨자를 올려 부추와 함께 먹으면 괜찮은 양념장이 됩니다.
이것 저것 찍어서 열심히 챱챱.
첫댓글 암소는 여러 해 새끼를 낳으며 나이가 든 거라 질깁니다.
양을 하도 깨끗히 잘 손질하셔서....흰 수건 같네요,
요리 과정을 소설처럼 읽었습니다.
추억도 되고 영양보충도 하고...
저도 덜어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던 내장탕 꺼내서 먹어야겠네요.
정말 만화식객을 읽듯이 넘 재미나게 읽었네요. 전 아직 곱창 손질은 고사하고 전골도 못하네요.ㅎㅎ 다음에 하게되면 꼭 참조하겠습니다.
저도 한그릇 얻어 먹고 싶어요..^^
세세한 설명이 저도 할수있을것 같네요.. 너무 잘봤습니다.
아~흐,,
새로운 요리에 도전해 볼수 있도록
상세설명 감사 합니다~~^^ㅎ.
정신없이 읽다보니 끝.
설명을 너무 잘하셔서 저도 내장사서 해먹고 싶어요
저두요~~~친정에선 곱창전골을 빨갛게해서 먹은 기억이
나네요. 한 그릇 먹고싶으네요~~~
엄청 힘든작업~~~맛은 몇배로.좋겠네요.잘보고.입맛 다시고 갑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