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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담화
라는 말은 소위 뒤에서 나누는 이야기(담화)라는 뜻의 은어로,
당구 용어 ‘뒷다마’에서 유래한 말이다.
큐대로 친 공이 목적한 공에 직접 맞지 않고 당구대 벽을 치고 되돌아 나와 맞히는 방식을 뜻한다.
이 말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남의 뒷통수를 치거나
뒤에서 험담한다는 뜻의 한자 조어인 뒷담화로 거듭난 것이다.
은어에서 유래한 덕분에 동사형 역시 ‘친다’나 ‘깐다’가붙는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로, 무슨 내용으로 뒷담화를 할까?
<한겨레 21>이 구인구직 사이트 잡링크와 함께
20대부터 40대 이상 남녀 직장인 1023명을 대상으로 손잡고 <직장인 뒷담화 풍속도>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34.2%는 하루 평균 30분 정도,
26.1%는 30분~1시간,
18.5%는 1~2시간 정도 뒷담화를 나눈다고 답변하였다.
뒷담화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은 12% 밖에 되지 않았다.
이 수치는 작정하고 하는 뒷담화로 통상적 수다나 채팅은 제외한 것이다.
직업 면에서 보자면 생산기술직보다는 사무관리직이,
남자보다는 여자가 조금 시간이 길었으나, 연령에 따른 차이는 거의 없었다.
뒷담화의 주된 대상은 1위는
답답하고 짜증나는 조직문화,
2위 문제 상사,
3위 속 썩이는 동료나 후배였다.
뒷담화를 나눈 뒤에 하는 생각으로는 ‘위로가 된다(30.7%)’,
‘허무하다(28%)’, ‘더 짜증난다(23.4%)’, ‘후련하다(9.6%)’ 등이었다.
뒷담화는 직장이나 학교 등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결코 빠지지 않는다.
뒷담화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지만,
자신이 정작 뒷담화의 대상이 되는 것은
끔찍하게 싫어하는 것이 뒷담화에 대한 일반적인 태도, 그리고 이중적인 태도
뒷담화의 심리는 무엇일까?
그럼 우선 사람들은 왜 남 이야기를 할까?
우선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의 여러 나라들을 가리켜 집단주의 문화라고 한다.
개인보다는 집단이 강조되는 문화인 것이다.
반면 서구의 여러 나라들은 개인주의 문화라고 하는데,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의 자기실현이 강조되지만,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집단의 조화와 상호의존이 중요시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의 영향은 언어에서 잘 나타나는데,
영어에서는 자신의 아내를 가리킬 때 ‘my wife’ 라고 하지만, 국어에서는‘우리 아내’ 라고 한다.
사실 아내는 자신 한 명의 아내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을 마치 공통의 아내처럼 표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개인보다는 집단이 우선시되기에 서로 간에 상호의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화에서 ‘타인’은 자신과 별개인 사람이 아니고,
자신과 한 운명공동체로서의 타인인 것이다.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모두 각자의 삶과 방식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단주의 문화에서 타인의 시선을 크게 신경쓰게 된다.
한 개인보다는 공동의 삶과 방식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남’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해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것일지 모른다.
두 번째 이유로는 정서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 뒷담화를 한다고 할 수 있다.
누군가로부터 자신이 힘들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정서적 지지를 받기 위해서 남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면서, 그리고 하는 일 자체가
육체노동보다는 사람을 대하는 일이 많아지게 되면서 사람들은 서로서로에게 큰 영향력을 미친다.
특별히 사무관리직 같은 경우에는 조직문화나 직장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은데, 이 때 사람들은 위로를 받기 원한다.
사람 때문에 힘들어진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아야 하는데,
이 때 필연적으로 자신을 힘들게 했던 사람에 대하여 뒷담화를 하게 된다.
이 때 상대방이 맞장구를 치면서 그 사람을 함께 흉보거나 혹은
동조만 해주어도 우리는 정서적 지지를 느끼게 된다.
이는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되었다.
세번째 이유로는 친밀감을 추구하기 위해서 뒷담화를 하기도 한다.
Heider라는 심리학자는 균형 이론에 대하여 이야기했는데,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 균형을 추구하려는 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균형 이론은 보통 세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일에 초점을 두는데,
A와 B, C라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세 사람을 삼각형의 각 꼭짓점에 놓고,
서로의 관계 크게 좋거나(+) 싫음(-)이라고 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세 변의 곱이 +가 되어야 균형을 이루게 되고, -가 되면 불균형이 된다는 것이다.
+가 되기 위한 방법은 세 사람 모두 잘 지내거나(+),
혹은 한 사람이 두 사람으로부터 미움(-)을 받고, 이 두 사람은 잘 지내면(+)된다.
바로 후자의 경우가 세 사람 중이 한 사람이 왕따가 되는,
소위 말해 두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뒷담화를 하게 되는 경우이다.
이렇게 되면 두 사람 사이에 친밀감이 증대되는 것이다.
마지막 이유로는 통제에 대한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뒷담화의 시작은 이렇다. “그 사람 어떤 사람이야?”
특별히 집단에 새롭게 들어온 구성원이나, 혹은 자신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 정보가 없을 때에, 정보를 얻기 위해서 뒷담화를 하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자신의 삶과 주변 상황에 대한 통제의 욕구가 아주 강하다.
통제하기 위해서는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직접 찾아가서 “당신 어떤 사람이요?”라고 묻는 것은 가당치도 않기 때문에,
뒷담화를 통하여 정보를 구하는 것이다.
정보를 얻어야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으며,
혹시나 생길 수 있는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뒷담화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다양한 이유에서 남 이야기를 한다.
그렇다면 주로 뒷담화에
오르내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뒷담화의 대상에 오르는 사람은 가까운 사람, 그 중에서도
자신에게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권위자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직장 상사나 학교 선생님, 가족 중에서는 부모 등이라고 할 수 있다.
가까운 권위자를 뒷담화의 대상으로 올리는 주된 이유는 섭섭함 때문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누구나 권위자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어린 시절에는 그 대상이 부모님이고, 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선생님이며, 직장에서는 상사이다.
물론 간혹 이러한 인정과 칭찬받는 일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으나,
이들이 원래부터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인정과 칭찬에 대한 욕구과 좌절되거나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에 아예 포기를 한 경우가 많다.
우리는 가까운 권위자로부터 인정과 칭찬받기 원하는데,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아주 큰 섭섭함과 속상함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러한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서 뒷담화를 하는 것이다.
특별히 뒷담화의 내용이 타인의 장점보다는 단점, 칭찬받을 점보다는
섭섭한 점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자신과 먼 사람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
그리고 손아래 사람이 아니라 손 윗사람을 뒷담화의 대상으로 올린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뒷담화의 대상이 되는 또 다른 유형은 열등감과 시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또래이다.
또래라고 하면 가정에서는 형제자매이고, 학교에서는 같은 학생이며, 직장에서는 동료가 된다.
또래 중에서도 자신보다 능력이나 실력에서 뛰어나거나 혹은 대인관계가 좋거나,
윗 사람에게 많은 칭찬을 받거나, 돈을 많이 버는 사람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우리 말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을 보고 칭찬해 주고 함께 기뻐해 줄 법도 한데,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경쟁심은 결국 시기심과 더 나아가서 열등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왜냐하면 타인의 성공은 자신의 실패를,
타인의 능력은 자신의 무능력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이것을 가리켜 대조 효과(contrast effect)라고 한다.
뒷담화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new face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자극을 추구한다.
익숙한 것보다는 새로운 것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새로운 얼굴이 보이면 그 사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며,
그 사람에 대한 뒷담화를 하게 마련이다. 이것은 통제에 대한 욕구 때문이기도 하다.
이 통제에 대한 욕구는 자신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사람에 대한 것이라면,
여기서 말하는 것은 범위가 더 넓다.
자신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사람이면 그 사람에 대한 정보와 소식을 뒷담화의 주제로 올리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특별히 다른 소재 거리가 없다면
뒷담화의 주인공의 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한다.
왜냐하면 시간이 new face를 old face로 만들어 놓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에서 뒷담화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news 거리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것도 기분좋고 행복한 news를 만드는 사람보다는,
당황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news를 만드는 사람이 뒷담화의 대상이 된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인상형성에서의 긍정성 편향과 부정성 효과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처음 만나게 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인상을 형성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막연하게 상대방이 좋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데,
이것이 긍정성 편향(positivity bias)이다.
특별히 의심과 불신이 주된 특성인 편집성 성격이 아닌 다음에야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뭐 특별히 그럴만한 이유도 없는데 그렇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편향이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 긍정적인 정보와 부정적인 정보가 동시에 들어오면,
긍정적인 정보보다는 부정적인 정보를 더욱 중요하게 평가를 하게 되는데
이를 부정성 효과(negativity effect)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뒷담화의 주제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었데!” 혹은
“그 사람이 그런 일이 있었데!”라는 말이 부정적인 말에 어울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마지막으로 뒷담화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연예인처럼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유명인사들이 되기도 한다.
앞에서 살펴본 사람들은 주로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 사람들에 대한 뒷담화를 하고 나서 그 사람 얼굴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는 가까운 사람을 가십 거리로 올렸을 때 다가오는
죄책감과 미안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뒤에서 떠들어대면서 위로를 얻거나 속시원함을 느낀다고 하여도,
여전히 현실은 현실 아닌가?
이러한 점을 피할 수 있는 뒷담화 대상이 바로 자신과는 상관없지만,
모든 사람이 알고 있어서 이야기 하기 좋은 유명인사들인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뒷담화는 악플로 이어지기 쉽고,
이러한 대중의 막무가내식 악플은 해당 연예인 등의 유명인사들에게
직접적으로 전해진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다.
사실 연예인을 비롯하여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이러한 악플로 고통받고 있으며, 앞에서 언급했던 사람들도 자신들이 뒷담화를 듣게 되었을 때
느끼는 배신감과 무력감은 엄청난 것이다.
이것은 더 나아가 자살과 같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고려할 때, 뒷담화에 대하여 신중해야 할 것이다.
뒷담화의 힘은 엄청난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는 뒷담화가 부정확한 정보를 양산하기도 하고,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뒷담화가 그가 속한 집단 전체로 퍼지기도 한다.
결국 뒷담화의 무서운 결과는 부정확한 정보가 한 집단 전체에 퍼지게 되기 때문인데,
이러한 뒷담화 전달의 과정은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를 자신은 객관적으로 듣고, 객관적으로 말한다고 한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의 정보전달이 얼마나 부정확한지
여러 실험을 통하여 증명한다.
한 연구에서는 피험자들을 모집하였다.
실험 전에 심리학과 교수 연구실에서 대기해달라고 부탁하였다.
피험자들은 심리학과 교수 연구실로 인도받았고, 실험진행자가 부르면 실험실로 가서
실험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피험자들을 교수 연구실에서 어느 정도 기다리게 한 다음에
한 사람씩 불러내어서, 실험실로 인도하였다.
실험은 간단했다.
방금 전에 기다리고 있었던 대기실(교수 연구실)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백지에 기록하는 것이었다.
피험자들은 펜이 있었다고 기록하였지만, 실제로 교수 연구실에는 펜이 없었다.
그리고 그 교수 연구실에는 농구공이 있었지만, 농구공이 있었다고 기록한 피험자들은 많지 않았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피험자들은 자신들이 교수연구실에서 실제로 본 것보다는
교수 연구실에는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을 기록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사람들이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일 때,
100% 자료 중심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지식에 근거하여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객관적으로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들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듣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사람들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하여 종종 실랑이를 벌인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기억은 정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에 대한 어떤 정보를 나눌 때,
그리고 그 말은 받아들이고 그 말을 다른 사람에게 또 다시 옮길 때 100%
들은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들었다고 생각하는 것을 옮기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결국 없는 정보도 생기게 되고, 있는 정보도 없어지게 되며,
작은 정보가 커지게 되며, 큰 정보는 작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부정확한 정보는 어느정도 큰 파급력을 가지게 될까?
첫번째는 집단의 힘은 정보의 공유이다.
끼리끼리 모여서 누군가에 대한 뒷담화를 하다보면,
이 사람 저 사람이 그 사람에 대한 온갖 정보들을 쏟아낸다.
처음에는 확실하지 않은 정보라서 이야기를 안하다가도,
다른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한 정보에 대하여
큰 확신을 가지게 되어서 결국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들이 모이다보면 처음에는 조금 부정적인 사람도 결국 아주 나쁜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두번째는 집단의 힘은 집단의 규범이다.
어느 집단이든지 자연스럽게 규범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 규범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집단을 나가야 하는 분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사람들은 자신의 뜻과 다르더라도
집단의 의견을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뒷담화를 싫어하여 뒷담화에 참여하지 않다가도,
결국에는 뒷담화에 참여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뒷담화를 하는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면 다시 뒷담화의 대상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어느 새 집단 전체가 누군가에 대한 뒷담화를 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올 수 있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대부분 이러한 뒷담화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자신이 직접 뒷담화를 참여해 본 경우도 있겠지만,
자신이 뒷담화의 대상이 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사람들의 뒷담화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기분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특히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 친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정도의 사람이라도
그 뒷담화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은 그 사람에 대한 분노와 실망감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런 경험을 자주하다 보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고,
심하면 사람이 있는 곳을 피하게 되는 사회공포증이나,
의심이 주된 특징인 편집성 성격특질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별히 뒷담화가 발전하여 악플로 드러나거나, 행동으로 나타나서 왕따로 이어질 때는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뒷담화는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물론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이나 학생들의 자살이 100% 이것 때문 만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반드시 중요한 영향력을 미쳤음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뒷담화의 폐해를 줄이거나 없앨 수는 없을까?
방법은 있다.
집단과 반대되는 소수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다.
앞에서 뒷담화의 과정에는 집단의 힘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따라서 뒷담화를 해결하는 방법도 이와는 반대인 소수의 힘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다수가 소수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수가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영화 「주어러/the juror 」가 바로 이런 예이다.
마피아 두목이 검찰에 의해서 기소되어 재판에 서게 되었는데,
범죄 증거가 너무 확실해서 유죄라는 것에 아무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
그러나 마피아 조직이 이 재판의 배심원으로 참여하게 되는 데미 무어의 아들을 납치한 후에,
데미 무어에게 협박하게 된다. 다른 배심원들을 설득해서 무죄를 끌어내지 못하면,
아들을 죽여버리겠다는 것이다. 데미 무어는 양심에 큰 가책을 느끼면서도,
결국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배심원들을 설득한다.
데미 무어를 제외한 모든 배심원들은 마피아의 유죄가 너무 명확해서
토론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는데, 갑자기 데미 무어가 집단의 의견에 반대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다들 데미 무어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서, 터무니 없는 생각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데미 무어가 자신의 주장에 대하여 확신있고 일관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주장하자, 변할 것 같지 않던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 하였다.
한 두 사람이 데미 무어에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깊이 생각하면서 데미 무어의 논리가 나름 일리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다수의 의견은 다른 사람에게 단순한 동조를 일으키지만, 소수의 의견은
다른 사람에게 진정한 수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데미 무어의 의견에 찬성한 사람들은 그녀의 든든한 편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배심원 모두가 마피아의 무죄를 선고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누군가에 대하여 안좋은 이야기나 부정적인 이야기 를 할 때에도,
이에 반대하는 소수의 힘이 작용할 수 있다.
자기 확신을 가지고, 지속적이고 일관적으로 주장을 하다보면,
아무리 바뀔 것 같지 않은 분위기나 문화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뒷담화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 자신들도 언젠가는 뒷담화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수의 힘이 작용할 여지는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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