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은 안녕하다
표성배
아침부터 돌아가기 시작한 기계는 멈춰야 할 시간이면 어김없이 멈춘다. 잘려지고 용접되어야 할 제품들은 제자리에 단정하고, 복도며 화장실을 맹글맹글 닦아 놓는 김씨 이마에도 송송송 땀방울이 맺혔다. 열다섯 살에 공장을 알아버린 내 가슴도 콩콩콩 뛴다
마산시 신포동 1가 9번지 공장 앞 하늘하늘거리던 가로수 수양버들은 어느 곳에 뿌리를 내려 오늘도 한가할까 2차로 길 옆 장성처럼 버티던 전봇대도 서로 사이가 멀어지고, 차도가 반듯하다. 밀리고 밀린 시간만이 따라 잡기 위해 그림자처럼 바쁘고 나는 헤어날 줄 모른다
사십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높다. 건너야 할 강이 몇 개인지도 모른다. 공장 그림자가 어깨에 내려앉아 아이들 커가는 것만큼 작아진다. 처음 일을 시작한 공장 터에는 번들거리는 건물이 높이 솟아 내 추억 같은 외로움마저 슬프게 한다
그래도 공장은 안녕하다
- 시집 [공장은 안녕하다] (서정시학)
첫댓글 사십에... 아직은 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그런.. 삶을 나도 살아가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