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恨) -최석영- 2부 작 두 2회 박 형사가 오만상을 쓰고 헛구역질 하는 시늉을 하며 끔찍스럽다는 듯 손 사례를 치는데 임 형사가 사무실로 들어와 제자리에 묻혔다. “임 형사님 반장님이 자문단을 구성해서 내일 아침 회의에 참석하라는데 명단 좀 함께 뽑아 주시겠습니까?” “니가 알아서 해.” “좀 도와주십시오. 제가 이곳 사정에 밝지 못해서….” “야~ 이 개새끼야. 니가 운봉을 가봐. 이 더위에 폭우가 쓸고 간 그 허허벌판을 집나가 뒈진 년 대가리(머리) 찾자고 녹초가 돼서 돌아봐 보라고. 그런데 머? 자문단 구성? 머에 쓰게? 바르게 살기 운동 본부 세운대? 운봉 땅이 얼마큼 인줄 알아? 옛날에는 군수가 다스릴 만큼 넓고 큰 데가 운봉이야. 거기다 조금만 기여 올라가면 지리산 국립공원이고 그 산속 어딘가에 대가리를 파묻었으면 몇 놈이나 기여 올라가서 몇 달을 찾아야 되겠냐? 또 히번득 하면 장수, 무주, 구례 함양이야 엊그저께 내린 폭우 때 내기 마을에서 대가리(머리)를 던졌으면 섬진강에 가서 찾아야 하는데 섬진강이 어디서 어디까진지 알아? 동천이나 서천에서 버렸으면 마천 함양을 지나 진주 남강까지 가서 강바닥을 뒤져야 돼. 그러면 또 몇 놈이나 동원해서 몇 달이나 찾아야겠냐? 하면 찾아 질것 같애? 못 찾으면 못 찾는 거 아니냐고? 그러면 안 돼지 왜냐고? 그년 애비가 도의원이거든. 그년 할애비는 4선 국회의원 이었고 그년 당숙 이라는 사람은 대통령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어마 어마한 사람이거든. 그래서 그년 집에서 대가리 내놓으라고 난리 쌩 굿을 하고 있거든. 실권도 없는 서장을 즈그집 개새끼 부르듯 날마다 불러서 닦달을 해대고 있거든. 반장? 박 형사 김 형사? 특별 수사팀? 이 사람들은 미해결 사건으로 수사종결 짓고 전주로 서울로 뜨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남원경찰서 소속인 우리는 갈 곳이 없어. 남원 바닥을 떠야 돼. 사표 쓰고 야채 장수를 하던 나이트클럽 기도를 하든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한단 말이야. 알아!? 그러니 자리 지키고 밥숟갈이라도 떠먹으려면 대가리를 먼저 찾아야지 안 그래?” 속사포처럼 쏘아댄 임 형사가 다시 밖으로 나가 버렸다. 3천명의 전경과 경찰 예비군 공무원 합해 약 5천 명 가량이 운봉 바닥을 훑으며 은실이의 머리를 찾고 있지만 처음부터 은실이의 머리가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범인이 작심하고 파묻었다면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혹여 폭우로 떠밀려 갔다면 머리를 찾을 길은 요원한 것이다. 시체도 아니고 단발머리를 한 사람의 머리다. 축구공 보다는 작고 핸드볼 공 보다는 클 것 같은 여중의 머리통을 급류에 떠밀려 가는 것을 누가 보고 신고할 것이며 혹여 떠내려가다 강 하구 어딘가에 걸렸다 쳐도 누군가가 발견하지 않는 이상 수색해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방역에는 별다른 효과도 없으면서 동네마다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겔 겔 거리는 방역차나 할일 없이 작대기 들고 하천가 풀숲이나 바위 밑구멍을 쑤셔 대는 거나 매한가지인 샘이라는 것을 임 형사도 특별 수사팀 반장도 반원도 피해자 가족도 세상도 다 아는 사실이다. “왜 저러는데?” “서장님 직속이잖아요. 앵가니 들 복이나 보죠.” “서장 끝 발이 도의원 보다 약해?” “도 의원님 모종삽이 서장님을 옮겨 심었거든요.” 은실이가 실종 되면서부터 남원 경찰서는 업무 마비상태나 마찬 가지였다. 공개 수배는 아니었지만 전경 한명까지 실종된 은실 이를 찾는데 투입 되었다, 그러다 운봉에서 은실이가 목이 잘린 채 발견 되고 다수의 유골이 나오면서 사건 지휘권은 특수부로 이첩 되면서 서장은 자리보전을 위해 안절부절 이었다. 피해자 집안 라인을 타고 임명됐고 임 형사는 서장 라인을 타고 승진과 실리 실권을 쥐고 있었고 후임 형사와 경찰들은 임 형사 라인을 타고 이권에 개입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무너지게 생긴 것이다. “살인 사건 수사에 이권이라니….” “우리도 마찬가지지. 실적이 있어야 승진을 하니까.” 박 형사의 넋두리에 백 형사가 실없이 대답하며 볼펜을 두드린다. 제사엔 관심 없고 젯밥에만 눈멀었다는 말처럼 범인을 검거해서 실적을 올리고 싶은 쪽과 피해자 가족의 요구를 들어줘서 자리보존을 하고 싶은 쪽이 수사노선의 갈등을 부르고 이것이 특별수사팀을 옥죄고 있었다. “한 형사 자문팀 구성은 가능하겠어?” “임 형사님 협조 없이 불가능하죠. 남원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까.” 박 형사는 아쉬운 대로 대학에 있는 사학자와 인터넷을 뒤져 이장 업체 전문가를 섭외 하는 눈치다. 백 형사는 박 형사의 난감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서울서 차출돼온 자신으로서는 딱히 도와줄 방법이 없는데다 자신이 맡은 업무도 아직 다 안 끝낸 상태라 사무실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 주변 인물 원한 특히 원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탐문 수사해 내야 하는 백 형사 역시 타지에서의 곤욕을 단단히 치르고 있는 터였기 때문이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내려가던 백 형사는 교통 계 최 형사와 얘기를 나누는 임 형사를 보았다. 주위를 살피며 밀담을 나누는 모습이 백 형사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것은 더러운 냄새를 맡는 형사의 본능이기도 했다. “오늘부로 연이라는 년은 두 손 들겠지. 최 형사가 애 썼어.” “제가 뭘요. 임 형사님이 다 수고 하신 거죠. 그런데 고일령을 정말 쳐 넣으실 겁니까?” “연이라는 년이 피해자를 빨리 찾았다느니 어쨌느니 하면서 의심하는 눈초리야. 어떻게든 사건현장에서 떼어 놔야 돼.” “정말 그년 예리 하던데요. 사람도 못 알아보는 안개 속에서 자신들 인줄 어떻게 단정 짓고 수사 했느냐 차 넘버를 보았느냐 어쨌느냐 하면서 시시콜콜 따지는데. 모통 내기가 아니던데요.” “지가 그래 봤자지. 그런데 피해자 가족들 말야….” 임 형사가 다시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목소리를 더더욱 낮췄다. 백 형사는 반사적으로 몸을 낮춰 숨기며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나오는 인물에 대해 곱씹었다. ‘연이 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데 고일령? 고일령은 어디서 듣는 이름인데.’ 백 형사는 어디서 들어 본 듯 한 이름에 신경이 쓰였다. 한 번 본 얼굴과 한 번 들은 이름은 좀처럼 잊어먹지 않는 백 형사인데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이름, 두 사람의 밀담은 작아진 목소리와 교통계의 시끄러운 소리들로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백 형사는 계단으로 내려가는 것을 포기 하고 엘리베이터로 갔다. 그리고 유치장에 있을 고일령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볼 결심을 굳혔다. ‘임 형사는 이 지역 토박이고 토박이가 토호의 딸이 실종 살해된 사건을 비호한다?’ 임 형사는 처음부터 수사가 확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백 형사가 듣기로는 서울과 전주에서 차출된 특수부 형사들로 수사팀을 꾸리는 것을 가장 극렬하게 반대한 것도 임 형사라고 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특별 수사팀에 합류해서도 범인을 잡는데 보다는 잃어버린 사체를 찾는데다 더 열중했다. 그렇다면?!’ 백 형사가 유치장 수감자 명부 속 고일령의 존재를 확인하고 사건 기록을 빼내 오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모든 사건기록이 전산화 되어 있어 경찰 내부 망으로 최 형사 컴퓨터를 열어보면 됐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 고일령 사건은 특이할 점이 없었다. 그저 평범한 교통사고 뺑소니일 뿐이다. 그런데 뺑소니 가해자가 oo일보 사회부 기자였고 피해자 직업이 정당인 이었는데 oo당은 은실이 아버지가 도의원으로 있는 당이라는 점이 특이하다면 특이했다. ‘oo당 당원이 백두대간 답사 산행을 왔다? 29일 이면 중앙당 전원이 강원도 수해복구 봉사를 나갔을 때인데?’ -> 계 속 |
출처: 최석영이의 이야기 보따리 원문보기 글쓴이: 최석영
첫댓글 스치듯 읽고 갑니다, 나중에 힌꺼번에 정독 할라고요,